조성규 스폰지 대표 "우리는 행복한 마이너"①

'다시 뛴다, 한국영화 2008' 한국영화 메이저 릴레이 인터뷰

윤여수 기자,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12.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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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xanadu@>


2007년 한국영화계는 IMF 직후의 한국경제처럼 각종 위기설에 휘청였습니다. 거품으로 가득찼던 2006년의 직격탄을 받은 셈이지만 한숨과 걱정이 1년 내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영화인들의 노력 역시 눈에 띄는 한 해였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는 2008년 한국영화가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을 응원하며 한국영화 주요 투자배급사, 제작사 CEO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다음은 릴레이 인터뷰 명단)


1.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11월19일자)

2. 유정훈 쇼박스 상무(11월21일자)

3. 김광섭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11월26일자)


4. 김승범 스튜디오2.0 대표(12월3일자)

5.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12월6일자)

6. 최용배 청어람 대표(12월12일자)

7. 정의석 벤티지 홀딩스 대표(12월20일자)


CJ엔터테인먼트도 아니요, 쇼박스도 아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도 아니다.

올해 가장 많은 영화를 배급한 회사는 다름아닌 스폰지 이엔티(이하 스폰지)이다. 무려 70여편을 배급했으며, 한국영화만 11편을 제작 또는 배급했다.

그러나 스폰지가 이렇게 많은 작품을 수입, 배급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안다. 또한 수폰지가 수입한 영화는 보는 사람만 본다.

'스폰지'라는 브랜드는 한국영화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너나할 것 없이 대규모 개봉과 큰 제작비를 쏟아부을 때 스폰지는 '돈 안되는' 영화, '마니아들이 사랑할' 영화를 찾았다. 인디 영화를 상영할 자리가 없어졌다고 한탄했을 때 서울 압구정과 광화문에 스폰지 하우스라는 개봉관을 마련했다.

누구는 무모하다고 했다. 더러는 미친 짓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스폰지는 그런 상황에서 수익을 냈다. 메이저 배급사가 100억원을 투자해 110억원을 벌어들일 때 스폰지는 1억원을 투자해 3억원을 벌었다. 스폰지가 인디영화 시장을 개척하자 다른 수입업체는 물론 메이저도 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조성규 스폰지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수입했는데 좋은 결과가 따랐다. 이제는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중경삼림' 등 추억의 명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스폰지 클래식'을 만들고, 전도연이 출연하는 '멋진 하루'를 제작하는 등 내년에도 갈 길이 바쁜 조성규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의 전화는 쉬지 않고 울려댔다.

-올 한 해 스폰지의 성과를 정리하자면.

▶희한한 해였던 것 같다. 해외 영화를 70여편 정도 배급했다. 한국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숨'을 비롯해 '별빛 속으로', '열세살 수아' 등 11편을 배급과 제작하는 데 참여했다. '경계'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도 배급했다. 올해는 100억원 가량 매출이 생겼다. 솔직히 돈으로 따져서는 그리 해피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원스'를 비롯해 올해 대박이 난 인디 외화들은 비켜나간 것 같다.

▶참 그렇다. '색, 계'는 칸에서 구매 제의를 받았고, '원스' 또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입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물량을 소화하다보니 그냥 지나쳤다. 우리는 천상 어쩔 수 없는 마이너인 것 같다.

-일본 인디영화제를 비롯해 '스폰지 클래식' 등 인디영화들을 띠로 개봉한 게 이색적이다.

▶작은 영화를 개봉하는 데 일일이 마케팅에 전력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스폰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은 마케팅에 하나하나 좌우되지 않는다. 일본 인디영화제로 12편을 선보였는데 수익면으로도 해피했다. 인디영화를 특정 브랜드화해서 특정시기에 보여주는 게 관객들도 그렇고 회사에게도 좋은 것 같다.

-'스폰지 클래식'을 비롯해 앞으로도 특정 브랜드를 양산화하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유럽영화를 묶어서 상영하는 '씨네 휴'도 그런 차원이다. '스폰지 클래식'의 경우 매주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다보니 볼 영화가 없는 데서 착안했다. 영화도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압구정 스폰지에서 매주 일요일 '브런치 시사'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상영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어줍지 않은 요즘 영화들보다 예전 영화를 보고 싶은 수요가 분명 많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상영하고 있는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은 관객 대부분이 비디오로 영화를 본 사람들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싶어한다. 나 역시 왕가위 영화로 20대를 보냈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영화로 밥먹고 살지 않았을 것이다. 관객들도 이 영화로 극장에서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내년에는 '레드' '블루' '화이트' 연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현재 '아이다호' 판권도 열심히 찾고 있다.

-올 한 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영화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당시 첫 번째로 상영됐던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를 다시 개봉 못한 게 아쉽다. 찰리 채플린 영화도 개봉하고 싶었는데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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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xanadu@>


-20명이 안되는 직원들과 한해 70편을 개봉하려 애쓰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더 일이 쉽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는데.

▶그럴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논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하지 않으면 과연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수입하는 영화들을 수입해서 개봉하겠나. '숏버스' 같은 경우 아예 상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계약했다. '숏버스'는 계약할 때 언젠가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을 때까지 판권을 가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비지니스 마인드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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