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징크스', 군대·스포츠를 다시본다

윤여수 기자 / 입력 : 2007.12.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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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그리고 축구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마라.'

술자리 혹은 여성과 함께 하는 데이트에서 '해서는 안되는 이야기'에 관한 우스갯소리다. 그 만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 힘든 이야기라는 말이기도 하다.


스크린 속이라고 별다를 바 없어서 한동안 군대와 스포츠를 소재로 다룬 한국영화치고 그닥 흥행작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60, 70년대 '의무적으로' 만들어낸 반공영화를 제외한다면 충무로에서 군대와 스포츠는 흥행을 노려서는 안되는 '금기시된' 소재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이 같은 편견에 정면으로 도전한 두 편의 영화가 새해 벽두 관객을 찾아간다.

내년 1월1일 개봉하는 '기다리다 미쳐'와 10일 선보이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그 같은 선입견을 단박에 깨뜨릴 기세로 극장에 간판을 내건다.


'기다리다 미쳐'(감독 류승진ㆍ제작 아이필름)는 사실 군대 자체에 얽힌 이야기라기보다는 군에 간 남자들과 그 여자친구들의 로맨스와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리는 영화. 손태영, 장근석, 데니안, 장희진, 유인영 등 모두 네 커플의 이야기를 그려간다.

이야기의 날줄은 네 여자들과 그들의 로맨스에 얽힌 발랄한 일상적 풍경이며 씨줄은 군에 간 남자들의 아직은 설익었지만 그래서 더욱 젊은 청춘의 로맨스이다. 이 날줄과 씨줄은 '이등병'과 '일병' 그리고 '상병'과 '병장'으로 '진급'하는 사병들처럼 유쾌한 청춘의 연애와 사랑으로 얽어지며 풀어져간다.

그래서 군대를 바라보는 스크린 카메라의 또 다른 시선 속에서 군대를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 이 시대 젊음들의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로망 가득한 로맨스의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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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관객을 만나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ㆍ제작 MK픽처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결승에서 덴마크와 벌인 혈투, 그러기까지 겪는 일상과 그 속에 숨겨진 아픔, 마침내 희망의 이름으로 우뚝 서는 선수들의 이야기다.

'세친구'와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의 전작을 통해 마이너리티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따스한 시선을 준 임순례 감독이 (여자)핸드볼이라는 '비인기종목'과 온갖 편견에 맞서는 '아줌마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는 이들 '아줌마 선수들'이 일상에서 겪는 아픔이라는 허구와 김정은, 문소리, 김지영, 조은지 등 배우들이 '투혼'으로 그려낸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장면 등 사실의 재연을 통해 스포츠영화로 포장된 상자 안에 휴먼드라마의 감동을 제대로 채워넣는 데 성공했다.

한국 스포츠영화에 대한 '재미없음' 혹은 '어설픔'의 편견은 적어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르러서는 깨져나갈 수도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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