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수상-전원수상…'감동'이 없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7.12.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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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도 없고, 감동도 없고, 애석한 눈물도 없다. 하물며 질시의 야유도 없고 우렁찬 박수소리도 없다. 요즘 방송사 연말 시상식 풍경이다. 둥근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스타들 거의 전부가 상을 받고, 그것도 한 상에 2명 이상씩 '성은'을 베푸니 탈락의 고배니, 뽑힘의 기쁨 따윈 애시당초 기대할 수 없다. 해당 수상자들은 몰라도 이런 심심한 풍경을 2시간이나 본 대개의 선량한 시청자들로선.

30일 치러진 2007 MBC 연기대상. 남자최우수상은 김명민 이서진, 여자최우수상은 공효진 윤은혜, 남자우수상은 공유 이준기, 여자우수상은 남상미 한지민, 남자신인상은 김민성 한상진, 여자신인상은 이지아 이하나가 받았다. 여기에 아역상은 박지빈 서신애, 사극부문 황금연기상은 이순재 최민수, 미니시리즈 황금연기상은 장혁 이선균, 연속극부문 황금연기상은 최명길 이윤지, 중견배우 부문 황금연기상은 김병기 박원숙까지.


사실 MC 신동엽의 누누한 멘트 그대로 "받을 사람이 받았다". 섬뜩한 눈빛과 불타는 정치욕으로 올 초 안방극장을 달궜던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올해 사극 열풍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이산'의 세손이니 누가 "상 잘못 줬다" 시비를 걸 일도 없다. 은근하게 사람 마음 울렸던 '고맙습니다'의 공효진, 한여름 남녀커플 달뜨게 만들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니 이도 "수긍이 간다". 더욱이 해당 방송사가 한 해 고생한 해당 '복덩이' 톱스타들을 상 하나로 격려하겠다는데. 앞서 29일 열린 연예대상도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와 '무한도전'팀이 받았으니 그야말로 "받을 만 했다".

하지만 이는 연말 방송사 시상식을 결국 '그들만의 리그'이자 '방송사 사내잔치'로 한계짓는 안이하고 게으른 발상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년 1월13일 열리는 제65회 골든글로브와 2월24일 열리는 제80회 아카데미영화상. 이 권위 있고 세계적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시상식이 어디 공동수상을 해왔던가. 포레스트 휘태커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자리에 어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윌 스미스가 같이 상을 나눠가졌던가. 만약 헬렌 미렌이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곧바로 주디 덴치, 메릴 스트립까지 공동수상자로 나온다면?

상이란 상식적으로 받는 사람 입장에서 희소해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나도 받고 너도 받고 걔도 받고 우리 모두 받으면 그게 상인가, 참석증 내지 수료증이지. 허름한 상패와 보잘 것 없는 상금일망정 그 상이란 게, 나의 땀방울과 재능을 '남들보다' 단 1%라도 더 높게 평가해줬다는 그런 단단한 의미가 있어야 상 아닐까. 수상에 실패했을 때 당사자는 아쉬운 눈물을 흘리고, 그를 지지했고 수상을 점쳤던 팬들은 더 큰 눈물을 흘리며 상대방에게 야유를 보내고 결국엔 큰 마음으로 공동의 축하 박수를 보내는 그런 게 진짜 상 아닐까.


축하와 격려의 자리라는데 너무 깎아내리지 말라고? 상의 의미를 그렇게 좁게 해석하지말고 넓게 외연을 확장하라고? 하지만 이에 대한 상식적인 시청자의 대답은 이것이다. '그럼 공공재인 전파를 쓰지마시고 방송사 사내 강당에서 하시던지, '드라마 대제전'으로 이름을 바꿔 진정한 화합과 격려의 장을 만드시던지'. 아니면 '최소한 최우수상이라는 상 이름에서 '가장 최'(最)를 빼시던지.

끝으로 요즘 시상식을 더욱 밋밋하게 하는 또 하나의 풍경. 참석한 스타들은 대개 무슨 상이든 결국 받을 것이라는 '더할나위없이 심심한' 시상식 스토리. 시청자들은 MBC 연기대상 시상식이 시작되자마자 누가 상을 받을지 '감이 왔다'. '태왕사신기' 배용준 이지아, '이산' 이순재 이서진 한지민 한상진, '커프' 공유 윤은혜, '고맙습니다' 장혁 공효진, 바로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 전부가 오늘의 수상 주인공들이라는 정확률 100%의 감. 윤은혜가 상을 받으면 상 못탄 공효진이 기립박수로 축하해주고, 공유가 상을 받으면 객석에 앉은 이준기가 예의 예쁜 미소로 손을 흔들 것이라는, 그런 '살겨운' 풍경을 기대한 시청자, 과연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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