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정, '밤과낮' 90% 목소리 출연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8.02.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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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이 홍상수 감독의 8번째 영화 '밤과 낮'에서 90%정도 분량에서 목소리만 출연한다.

12일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와 국내 언론에 각각 공개된 '밤과 낮'은 대마초를 피우고 프랑스 파리로 도피한 국선화가 성남(김영호 분)이 옛 여자친구, 새로운 여자친구 유정(박은혜 분)를 만난 뒤 한국에 있는 아내 성인(황수정 분)에게 돌아오는 여정을 그렸다.


90%이상이 파리 현지 로케이션인데, 황수정은 김영호가 파리에 머무는 동안 한국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에는 목소리만으로 등장한다. 혹시 목소리만으로 출연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생길 무렵, 한국에 돌아온 김영호와의 해후에서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낸다.

제작 관계자에 따르면, 전화통화 장면은 따로 녹음한 것이 아닌 실제상황이었다. 파리와 서울은 8시간의 시차가 있다. 김영호가 밤에 전화를 걸면 황수정은 새벽시간에 녹음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황수정과 녹음실 스태프는 매번 긴장한 상태로 잠을 설쳐가며 대기했다고 한다.

술 마시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에게 진짜로 술을 마시도록 하는 등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홍 감독의 특성상 실제와 똑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엄청난 국제전화 통화료를 감안해 제작비 절약의 일환으로, 온라인 무료 사이트를 통한 화상통화를 이용했다.


이 관계자는 "촬영 두 세시간 전, 홍상수 감독이 컴퓨터 상에 작은 모니터를 띄워놓고 황수정씨와 화상 통화로 오랜 시간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배우들과 마음 편히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베를린에서 인터뷰를 가진 홍 감독은 "뉴욕을 방문했을 때 뉴욕의 밤 시간,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했는데, 한국은 낮이어서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그 때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다. 서로의 감정을 교환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시간대는 정반대였다"고 영화의 영감을 얻게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보통 사람은 시간에 대해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는데, 전혀 다른 시간대에 있으면서도 감정을 교환하는 것이 굉장히 묘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황수정의 목소리 출연은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프다. 황수정은 청아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남편을 염려하고 애정을 표시한다. "나를 위해서 자위를 좀 해달라"는 남편의 요구에 폰섹스까지 도전한다. 또 성남의 모순된 사랑을 드러내며, 자신은 모르지만 곤란한 상황에 빠진 남편을 거짓말로 '구원'하는 역이다.

그러나 황수정은 자신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판단인지 영화제는 물론 시사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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