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과 성룡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인터뷰)

베이징(중국)=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4.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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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Z와 로봇 태권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키트와 에어울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과연 누가 최후에 서있을 수 있을까?

일본과 미국 대중문화 세례를 받고 자란 세대라면 유년기에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마찬가지로 성룡과 이연걸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은 홍콩영화에 심취했던 세대에게 마징가Z와 로봇 태권브이의 싸움에 못지않은 설렘을 안긴다.

성룡과 이연걸의 싸움이라는 빅매치가 열린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포비든 킹덤: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이하 포비든 킹덤)에 두 사람은 손과 발이 얽히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육체의 향연을 벌인다.

성룡은 14년 전 ‘취권2’ 이후 끊었던 술을 마시며 절초를 펼쳤고, 이연걸은 ‘황비홍’ 류의 절제된 쿵푸를 선보였다.


15일 중국 베이징호텔에서 만난 성룡과 이연걸은 자신들의 대결에 쏠린 사람들의 관심에 무척 흥미로워 보였다. 15년 전 같은 영화에 출연하자고 의기투합한 뒤로 한번도 한 화면에 등장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다. 사실 ‘취권’에서 성룡이 연기한 인물이 황비홍이었던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은 질기고 길다.

국내 취재진을 상대로 한 인터뷰는 ‘따거’ 성룡이 이끄는 데로 부드럽고 유쾌했다. 언제부터인가 도(道)를 논하는 이연걸도 성룡에 감화된 듯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두 고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 싸움은 숨길 수 없었다.

-두 사람이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연걸: 같은 영화에 출연하자고 한 지 15년이 흘렀다. 홍콩에서도 같이 해보지 못했고, 할리우드에서도 못했다. 그래서 ‘포비든 킹덤’에서 만나게 된 게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우선 내가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어린 딸에게 내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무겁고 잔인한 영화를 많이 찍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 딸이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번 작품이 흥행에 성공해 15년 전 찍으려 했던 영화가 기획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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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함께 찍으려 했던 영화는 시나리오를 성룡이 기획했다고 하던데.

▶성룡: 서로 수다를 떨다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라고 했더니 이연걸이 ‘좋다, 하자’라고 해서 일이 진행됐었다.

▶이연걸: 성룡이 당시 상황을 잘 기억못하는 것 같다.(웃음) 서로 다른 세트장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을 때였는데 쉬는 시간마다 만나 수다를 떨었다. 그러면서 영화를 기획했다.

▶성룡: 우리는 정말 하고 싶었는데 당시 우리가 다른 회사에 속해 있다보니 서로 판권을 어떻게 가져야 한다든지, 비즈니스에 관해 회사끼리 다투다 결국 무산됐다.

-아무래도 촬영장에서 두 사람 사이에 경쟁심리도 있었을 것 같은데.

▶성룡: 전혀 없었다. 이 영화에 이연걸이 먼저 캐스팅됐었다. 그 뒤로 ‘라이언킹’을 만든 롭 민코프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이연걸이 한다는 소식을 듣고 흥쾌히 하자고 했다. 만일 20년전이라면 경쟁심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포비든 킹덤’은 두 사람이 출연하지만 결국 ‘왕따’인 백인소년이 중국문화를 접하면서 성장한다는 이야기이다. 마침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에 개봉해 중국문화를 알리게 되는 계기도 됐는데.

▶성룡: 일단 배우로서 이 작품 출연을 결정할 때 베이징 올림픽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다만 나도 그렇고 이연걸도 그렇고 그동안 중국 문화를 서구에 알리려 애썼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이연걸: 현실적으로 중국영화시장은 1년에 120%씩 성장하고 있다. 미국 자본으로 동양문화를 보여주는 이 영화가 만일 성공하면 앞으로 그런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할리우드 자본으로 아시아적인 소재를 다루는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은 한국영화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서양인 감독이 만든 동양 소재 영화가 대개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포비든 킹덤’도 감독이 서양인이지만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동양인 감독이 할리우드 자본으로 동양 문화를 그릴 수 있는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이 영화에서는 무승부로 끝난다. 실제로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연걸: 누가 질지는 작가에게 맡기겠다.(웃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이길지 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관객이 상상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성룡: 진짜로 싸우면 이연걸에게 이기라고 할 것이다. 겸손한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웃음)

▶이연걸: 실제로는 덤비지 못할 것이다.(웃음)

-두 사람은 이번 영화에서 각자 1인2역을 맡았는데.

▶성룡: 난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할아버지와 무술고수로 1인2역을 한게 무척 즐거웠다.

▶이연걸: 한국문화에도 음양의 조화가 있지 않나. 성룡이 양이라면 나는 음이었다. 성룡이 항상 촬영장에서 밝은 분위기를 이끄니 나도 덩달아 밝아졌다. 그래서 진지한 역과 코믹한 역을 동시에 연기하는 데 부담이 없었다. 특히 우리 딸이 즐거워할 생각을 하니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을 잇는 차세대 액션스타가 더 이상 홍콩에서 나오고 있지 않다. 반면 할리우드영화에는 백인배우들이 쿵푸 액션을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

▶이연걸: 관객들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 같다. 지금도 무술을 배우고 있는 중국인들은 무척 많다. 그들 중 누가 차세대 액션스타가 될지는 관객에이 결정하는 것이다. 난 영화는 관객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에서 백인들이 쿵푸를 하는 것도 관객이 그런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성룡은 ‘취권’ 캐릭터를 15년마다 반복하고 있는데.

▶만일 중국영화에서 ‘취권’ 캐릭터를 하라고 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취권3’를 하자고 했지만 좋은 시나리오가 없었다. 내가 반복하고 싶지 않은 캐릭터를 다시 한 결과 서양인들이 동양문화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연걸은 ‘무인 곽원갑’ 이후 무술영화를 더 이상 찍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무인의 정신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인 곽원갑’으로 끝이 났다. 이번 영화는 몸을 쓸 뿐 무인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내 삶은 무술을 배우는 단계와 영화배우 시절, 그리고 자선 사업을 통해 덕을 알리는 현재까지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지금 내게 영화는 일이고, 마음은 창조적인 자선사업을 하는데 있다.

▶성룡: 그래서 이연걸이 은퇴하고 이제 내 세상이 될 것이다.(웃음)

▶이연걸: 성룡을 내 뒤를 잇는 차세대 액션스타로 임명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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