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카리스마+정상의 여유' 日 1만5천팬 녹였다

사이타마(일본)=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05.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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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민이랑 더블 섹시를 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트리플 섹시를 하겠습니다. 준수군!"(믹키유천)

"아∼ 난 정말 얌전하게 카리스마로 가고 싶다구요."(시아준수)


동방신기의 콘서트가 열린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 두 사람의 대화는 물론 통역없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유창한 일본어다. 하나 둘 셋, 숫자에 맞춰 세 사람이 장난기 가득한 섹시 포즈를 한껏 지어보이는 사이 1만5000명이 가득한 객석은 야단이 났다. '토호신키'(동방신기의 일본어 발음)를 연발하던 팬들이 자지러지는 사이 얼른 다음 곡을 소개하는 유노윤호. 가득한 함성에 맞춰 빨간 야광봉이 어른거린다.

동방신기가 5일 오후 4시 일본 사이타마시 우라와구에 위치한 사이타마아레나에서 첫 아레나 투어 콘서트 '東方神起 3rd LIVE TOUR 2008 ~T~'의 16번째 공연을 열었다. '골든위크'라는 황금 연휴를 반납하고 이 자리에 온 팬들만 1만5000명. 연휴 마지막날인 6일까지 총 17회에 걸쳐 열리는 이번 콘서트의 총 관객은 약 15만명에 이른다. 그 마지막 공연을 하루 앞두고 동방신기는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과시하며 약 3시간 동안 무대를 누볐다.

동방신기는 지난 1월 첫 오리콘 위클리 싱글차트 1위의 영예를 안긴 'Purple Line'과 지난달 23일 다시 위클리 싱글차트 1위에 오른 최신곡 'Beautiful you'를 비롯해 20여곡을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소화했다. 일본 유명그룹 TRF의 SAM이 총 연출을 맡은 무대는 화려하고도 눈부셨다. 846인치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과 상하로 움직이는 원형 LED는 100억원에 달한다는 이번 공연의 스케일을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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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도 대단했다. 지난해 투어 공연에 이어 이번 아레나 공연을 찾은 나츠미(17,여)씨는 "동방신기는 역시 최고"라며 "이번 투어는 아레나에서 열려서 그런지 노래와 춤 모두 더 환상적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야마다(26,남)씨는 "동방신기 팬인 여자친구와 함께 왔는데, 보컬과 무대 매너가 매우 훌륭했던 것은 물론이고 일본어도 유창하게 잘해서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7벌을 갈아입은 의상보다, 폭발력있는 무대매너보다 더 인상깊게 다가온 것은 부쩍 향상된 일본어 실력과 거기에 더해진 유머감각, 그리고 여유와 자신감이었다. 공연 짬짬이 그들은 팬들과 농담을 주고받았고, 개그맨이며 만담가로 깜짝 변신했고, 1만5000 일본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모든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왠지모를 뿌듯한 기분에 취한 것은 그 속에서 동방신기의 성장과 보이지 않는 노력, 그 성과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동방신기 리더 유노윤호는 공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년 전 일본 진출 이후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일본어를 들며 "일본어가 사람을 잡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들이 이제는 일본 토크쇼에 나가 MC와 농담을 주고받는가 하면, 멤버들끼리 자연스레 일본어로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됐다.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는지 동방신기들은 별다른 호들갑을 떨지 않았지만, 언어가 결코 꾸준한 노력 없이 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스쳐지나가는 한류가수가 아닌 현지에 뿌리내린 J팝 가수로 받아들여지기까지의 과정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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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마타아레나에서 열린 오늘의 무대는 동방신기에게도 의미가 깊다. 한번에 1만명 단위의 관객을 모으는 아레나투어 공연은 음반산업이 활성화된 일본에서도 정상급 가수에게만 허락된 무대다. '한국 최고의 아이돌 가수'라는 명성을 뒤로 하고 3년전 일본 무대에 진출한 동방신기는 계단을 밟듯 차근차근 성장을 거듭해왔다. 도쿄 록본기에서 몇십명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던 그들은 먼저 신인의 자세로 백단위 관객이 모이는 라이브 하우스를 돌며 팬들을 만났고, 천단위 관객이 모이는 홀투어를 거쳤다. 이어 꿈의 무대 도쿄 부도칸에 입성한 뒤 지난 3월부터 첫 아레나 투어 공연을 시작했다.

그사이 경사도 겹쳤다. 공연이 마지막을 향해가던 지난달 발매한 22번째 싱글 'Beautiful you'가 오리콘 데일리 싱글차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발매 첫 주 오리콘 위클리 싱글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가수가 위클리 싱글 차트를 거푸 정복한 것은 동방신기가 처음이다. 보아가 일본에서 정상에 오르는 데 1년여가 걸렸다지만, 3년만의 성과는 그에 못지않게 값지다. 공연장을 찾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여자 솔로 가수와 남자 그룹 가수는 성격자체가 다르다"며 동방신기의 정상 등극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리더 유노윤호는 공연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연달아 차트 1위에 오르고 아레나 공연을 성공리에 치르기까지 힘들었던 옛 시간을 돌이켰다. 그는 "신인부터 밟는 자리를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다"며 "상처도 덜 받고 더 잘하기 위해서 멤버들이 똘똘 뭉쳤다"고 털어놨다. "저희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공연장에 20대 30대는 물론 40대부터 70대까지 온 가족이 온다"고 더욱 뿌듯해했다. 유노윤호는 "4분의 1정도가 남성팬인데다 가족이 다 오시는 경우도 많다"며 "동방신기의 음악이 넓어지고 있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은 국내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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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의 여정은 아직도 바쁘디 바쁘다. 6일 마지막 공연을 마친 뒤 10일과 31일에는 대만과 중국 상하이를 돌며 지난해 시작한 '동방신기 The 2nd ASIA TOUR CONCERT "O"'를 마무리할 예정이고, 7월 26일 시작하는 일본의 대규모 여름 뮤직페스티벌 에이네이션에도 연이어 참가한다. 한국에서는 더위가 한풀 꺾인 가을쯤 활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멤버 모두가 20대에 접어드는 동안 훌쩍 자라나버린 그들의 모습을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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