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PD "광고주 압력, 사실 곤혹스럽다"

"소비자 공분 조직화가 우리 임무… 클레임 제기 고객에게 감동주는 기업없어"

홍기삼 기자 / 입력 : 2008.05.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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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소비자고발프로그램인 ‘소비자고발’을 제작하고 있는 KBS 이영돈PD가 광고주 압력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털어놨다.

이PD는 9일 한국미래소비자포럼(대표 김문환, 이기춘, 박명희)이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제3차 포럼에서 ‘소비자의 힘, 어떻게 시장을 바꾸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프로그램 제작시 광고주로서의 압력이 사실 곤혹스럽다”며 “KBS가 어쩌다 적자라고 그러는데, 광고팀장에게 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PD는 “최근에도 제약사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데 광고팀장한테 전화가 와 ‘KBS에 광고 많이 하는 업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장 큰 압력”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문제 때문에 {SBS}가 아예 소비자고발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6000명에 달하는 KBS직원의 인맥을 이용한 개인적인 압력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PD는 또 방송 당일이나 전날 기업들이 방송금지 가처분을 통해 방송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애로점이라고 얘기했다. 최근에도 {대한항공} 미주노선의 X레이 노출과다 문제와 관련해 가처분 신청이 들어왔지만, 기각돼 예정대로 방송을 할 수 있었다고 그는 공개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나를 기업의 저승사자내지는 심지어 ‘또라이’라고까지 부르는데 사실 알고 보면 착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는 웃었다. 방송을 내보내기 전에 자문변호사를 통해 법적인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이PD는 강조했다.

‘소비자 중심의 시장 경제 틀 구축’을 모색하는 한국미래소비자포럼은 지난해 12월 발족해 소비자 문제 전문가, 소비자 단체, 학계, 법조계 등 2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날 포럼에도 서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박명희 한국소비자원장, 박영우 대한상의 지속가능연구원장 등과 {농심},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PD는 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클레임 고객을 감동시키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 기업은 아직 천박한 수준”이라며 “소비자 공분을 자아내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시적인 시정에 그치지 않고 정책이나 제도로 연결되도록 소비자의 조직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예정”이라고 프로그램의 비전을 공개했다. 공공부문의 혈세낭비 문제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다.

참토원과의 법적 분쟁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게 우리 목표가 아니다”라며 “참토원이 {GS홈쇼핑}에서 영업을 재개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제작진들도 기뻐했다”고 이PD는 말했다. 그는 “참토원이 재기하면 도와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로부터 프로그램 제작비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이PD는 “1회 제작비용은 3200만원 정도”라며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많은 편이지만, 각종 실험 등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2배는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블랙컨슈머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언젠가 하고 싶었던 건데, 고객에게 잘하고 좋은 기업에 대해 시상하는 제도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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