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대박 좇는 가요계 '한 곡 시대'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8.05.1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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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가요계는 한두 곡만 준비되면 가수 데뷔가 가능해졌다. 가수 데뷔라는 타이틀이 더욱 쉬워진 것이다. 음반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과정도 그만큼 짧아졌다. 그만큼 충실하지 못한 음악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제대로된 뮤지션이 탄생되는 것도 요원해졌다는 말이다.

음반업계는 지난해 1만장이 넘는 음반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발표된 1만장 모두 10여곡이 수록되어 뮤지션과 음악적 색깔을 평가하고 가늠할 만한 정규음반은 아니다. 디지털 싱글음반이라는 이름을 달고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대부분 1~2곡이 수록되어 발표된 음반들이다. 그 중에는 300, 400장 내외의 정규음반이 발표되었다. 대략 4% 내외의 정규음반이 발표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정도의 수치라면 대중의 귀에 인지되지 못한 채 거의 모두 사장되는 음악이다. 행여, 온라인 음악사이트나 휴대폰 컬러링, 벨소리 다운로드 대박을 노리고 만들어진 무작위 음악으로 규정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박을 위해 최소한의 제작비로 너나할 것 없이 음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는 음반업계 종사자도 아닌 제작자들도 이곳으로 뛰어들었다. 심지어는 가수가 직접 제작비를 들여 싱글음반을 발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야말로 가요시장을 통해 로또 대박을 쫓는 형국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여전히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음악사이트와 모바일 음악 시장을 통한 음원 다운로드 시대가 열리면서 음반판매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아직도 분배 방식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음악시장의 그 틈새로 싱글음반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마도 지난 2005년 가수 '란'의 '어쩌다가'라는 곡이 수십억원의 음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기류를 형성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음악 시장의 변화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다. 시장이 변했으니 상황에 맞춰나가야한다는 말도 물론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몇가지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동안 우리가요는 주옥같은 국민가요들을 한 음반에서 여러곡 히트시켜왔다. 조용필, 이문세, 변진섭, 신승훈 등 시대를 열었던 뮤지션들이 정규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국민가요를 선물했다. 최근 들어 '가수는 있는 것 같은데, 노래가 없다'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가요 발전을 역행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가요계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새 음반을 가득채워 음악적 색깔과 담론을 제시해온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적 확산이 단절되는 것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대중가요가 온전한 음악으로서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액세서리같은 일종의 패션으로 취급되는 것은 온전히 대중이 껴안아야하는 손실의 몫이다. 나아가 뮤지션들의 창작 열정에 찬물 세례를 끼얹는 것이다.

가수를 꿈꾸는 어린 세대들에게 비춰지는 가요의 얼굴은 '음악 중심'이 아니라, '활동 중심'이라는 왜곡 현상을 심어주는 것 또한 문제다. 음악적 실력보다 외형적인 문제가 더 큰 인기를 좌우한다는 그릇된 인식도 가요 발전을 요원하게 한다.

뮤지션, 김동률과 이적은 이미 미디어를 통해 '한곡 시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많은 뮤지션들이 앞으로 음반을 계속 발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갈등으로 번민하고 있는 것도 서글픈 현실이다. 며칠전에도 에픽하이의 타블로 또한 음원시장으로 재편된 가요계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야말로 일그러진 가요계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작금의 대중가요계를 바라보며 감히 인문학의 위기를 떠올린다. 대중가요는 문화다. 우리 삶의 뜨거운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가요가 맞춤식 '한곡시대'로 전락하는 것을 우리는 지금 지켜보고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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