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병력(病歷) 공개, 슬기로운 대처다

강태규 / 입력 : 2008.05.23 11:04
  • 글자크기조절
image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병력을 떳떳하게 밝히고 있다. 연예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러운 사안이지만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명 연예인일수록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만큼 더 두려운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히고 싶지 않는 병력을 스스럼없이 공개하는 것은 일종의 예방이라는 차원에서 슬기로운 대처다.

최근, 듀엣 UN의 멤버였던 최정원과 그룹 신화의 멤버 전진이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았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나 독자들은 그 소식을 접하고 상당히 놀랐을 것이다.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들에게 남모를 정신적 아픔이 어느 정도는 내재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했겠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병력이 알려지자 그 파장이 더욱 크게 전해진다.


사실은 이들 뿐만 아니라, 연예인 중에는 정신적 질환을 겪고 있는 연예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특히 심각성의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정신적 질환을 앓는 연예인들 중에는 행여 자신이 쌓아 놓은 인기 하락을 두려워해 쉬쉬하는 경우도 많다. 본인의 건강보다 인기가 더 소중할 수 없는 법인데, 참으로 안쓰럽다. 숨겨서 될 일도 있겠지만 병은 널리 알리라 했다. 곧 철저한 관리가 전제되어야 인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그 ‘인기’라는 것은 때로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가 일반인들과 차별화시키면서 생활의 제약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가령, 인기의 정점을 누리던 연예인이 예전만 못한 인기 하락 국면을 맞을 때 겪는 심리적 고통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무게감이 짙다. 당연히 그 외로움과 상처의 깊이는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특히, 어린 나이에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어디를 가도 꼬리표를 달아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진다. 또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의식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마련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많은 연예인들이 생각지도 못한 타락의 길에 빠져드는 것도 바로 그 눈높이를 쉽게 낮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황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은 그냥 방치해두면 상당히 위험한 병이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전문적인 의료 기술보다 주변의 도움과 소통이 원만히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도 우리 뇌리에 선연한 여자 연예인들의 자살 비보에도 공통적으로 ‘우울증’이라는 단서가 포착되어 있었다. 소속 연예인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각별한 관심과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도 그런 연유다.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르테르 효과’는 통계적으로도 입증되었을 만큼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는 그 사회적 파장이 크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법이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