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여자', 불쌍함과 악독함의 평행선을 달리다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8.07.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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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태양의 여자' ⓒ임성균 기자 tjdrbs23@


드라마에는 보통 악역이 있다. 악역은 드라마에 갈등을 조장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시청자는 극에 감정이입을 한 채 악인을 욕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렇게 보면 KBS 2TV '태양의 여자'는 규칙을 깬 이단아다.


딱히 악역이라 규정할 수 없는 인물들, 다들 악인의 모습을 가진 채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그리고 누구 하나를 악인이라며 미워하기엔 그 사람이 그리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사연들이 발목을 잡는다.

'태양의 여자'에서는 세 모녀, 도영(김지수 분)과 사월(이하나 분), 최 교수(정애리 분)가 극의 중심에 있다. 이들은 출생의 비밀, 기억 상실, 얽혀버린 러브라인, 복수 등 통속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뻔하지 않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린다.

그 중 굳이 악역을 꼽자면 도영이 가장 앞선다.


극 중 도영은 어린 시절 동생이었던 사월은 버렸다. 그리고 후에 다시 자신을 찾은 사월을 철저히 모른 척 하며 모든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이에 시청자는 "도영은 동생을 두 번 버린 것"이라며 "자기 욕심을 위해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다"고 도영을 탓했다. 그리고 사월의 복수를 응원하며 "도영은 끝까지 추락해 죄 값을 받아야 한다"고 도영의 몰락을 바랐다.

반면 다른 시청자는 "어린 시절 입양된 후 맘 고생했던 그녀를 이해한다"며 "상황이 그녀를 구석으로 몰았을 뿐이다", "도영이 제일 불쌍한 여자다"고 도영을 감쌌다.

이에 비하면 사월은 극의 중반 이후 살벌하게 변신 활발한 활약을 보이기 시작한 신흥 악인이다. 덕분에 최근 갈등의 중심엔 사월이 있었다.

사월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고 복지시설에서 자랐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도영을 통해 자신의 가족을 찾으려 했지만 도영이 친언니이고 자신을 버린 장본인이란 것을 알게 된 후 철저한 복수모드로 돌입했다.

시청자는 이런 사월의 모습에 "어린 시절로 모자라 어른이 되고도 이기적이다"며 "홀로 산 세월을 무기로 쥐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탓하며 "사월이 제일 나쁜 것 같다"고 비난했다.

반면 다른 일부는 "오랜 시절 가족을 잃고 외로이 지낸 사월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극중 피해자인 사월의 아픔이 무시되는 것 같다", "믿고 따랐던 언니이기에 더 복수심이 드는 것이다"고 사월을 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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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방송된 KBS 2TV '태양의 여자'의 한 장면 <사진출처=방송캡쳐화면>


최 교수에 대한 논란도 씻을 수 없다.

최 교수는 아이를 못 낳는 다는 소리에 어린 도영을 입양했다. 그리고 막상 사월을 낳게 되니 도영을 보육시설에 돌려보내자며 도영에게 매정했다.

시청자는 "어렵게 낳은 딸을 잃고 죽지 못해 살았을 최 교수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는 한 편 "모든 갈등의 시작은 찬 서리 같은 최 교수 때문이다"며 "오랜 시간 도영을 간접적으로 학대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도영만을 탓했다"고 최 교수를 탓했다.

긴장은 끝 간 데 없이 이어지는 데 마냥 미워하고 욕할 수 있는 인물은 딱히 없다. 드라마 속 세 모녀는 "내가 잘못했어"라기보다 "내 탓이 아냐", "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도영과 사월, 최 교수는 각자가 서로 다른 악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악역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는 모습을 보인다. 덕분에 드라마 시청자는 각자의 해석과 감정이입 방향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인물을 지지하며 "도영이 나쁘다", "사월이 더 나쁘다", "문제는 최 교수다" 등 서로 다른 주장을 뱉어냈다.

마냥 미워하고 욕하자니 각자가 지닌 불행한 과거가 드라마 속 악인이라는 멍에를 쓴 존재를 지운다. 악독함과 불쌍함이 모호한 캐릭터는 그러나 악인이 아니기에 더욱 악독했다. 극과 극이 아닌 평행선이기에 더욱 팽팽한 긴장감을 그려냈다.

보통의 드라마 속 악인들은 결말이 좋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업보'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태양의 여자'는 기획의도서 "궁극적으론 인간애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고 밝히면서도 불쌍함과 악독함의 사이를 절묘하게 가로지는 모습을 보이며 인간애와 동시 인간의 애증을 그려냈다.

그리고 뭐라 정의 내릴 수 없었던 인물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예정이니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던 제작관계자의 말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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