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칠우', 새로운 도전과 답습의 사이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8.08.1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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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최강칠우 <사진출처=올리브나인>


새로움과 뻔함은 한 끝 차이라고 했던가. 통속적인 이야기도 표현 방식의 새로움을 입으면 신선함이 될 수 있고, 새로운 이야기도 연기 하나에 통속극이 될 수 있는 게 드라마다.

그렇게 보면 '최강칠우'는 묘하게 새로움과 답습의 사이를 달렸다. 어떻게 보면 퓨전 사극스러운 뻔함이 있지만 '최강칠우'는 '풍속사극'를 지향하며 눈에 띄는 빛보다는 풀빛 같은 나름의 색을 띄었다. 또 익숙한 배우들이었지만 에릭도 유아인도 '처음'이라는 사극에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익숙함을 깼다.


20회, 2달여의 레이스를 마상쇼의 박력 넘치는 말처럼 고요한 듯 화려하게 달려온 '최강칠우'를 돌아본다.

형식은 퓨전사극 내용은 정통사극?

팩션.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재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소현세자라는 역사적 인물과 야사의 이야기 등을 근간으로 한 '최강칠우'는 분명히 팩션이다. 제작진도 "매번 등장하는 사건은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있는 사건들이며 고증을 거치고 있다"고 밝히며 이를 뒷받침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최강칠우'는 눈과 귀가 이미 '퓨전사극'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용은 여전히 전통사극을 따르고 있었으나 자객단의 변신, 처단 방법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은 퓨전스러웠다.

'최강칠우'의 제작진은 이에 대해 "솔직히 기획의도보다 퓨전적으로 전개된 경향이 있다"며 대본상과 연출상의 차이가 발생했다. 자객단이기 때문에 처단하는 내용들이 나오는 데 잔인할 수 있는 부분을 순화하려다 보니 아니기를 바랐지만 퓨전스러워진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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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최강칠우 <사진출처=올리브나인>


'최강칠우' 새로움에 도전하다

그러나 똑같은 퓨전사극이라고 저평가하기엔 '최강칠우'에는 버릴 수 없는 이력들이 있다. "새로운 창작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2년에 걸쳐 기획했다"는 드라마는 여러가지 '새로움'들에 도전하며 그 필요성을 현실의 충만함으로 채우려 노력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가진에 대한 새로운 시도다. '최강칠우'는 방송 초 크리에이터라는 미국 드라마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크리에이터가 작품을 기획하고, 여러 명의 작가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회의를 통해 다듬어진 내용을 기반으로 집필 작가가 대본을 완성하는 미국의 작가 시스템으로 여러 작가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의하고 협력하는 구조다.

크리에이터는 감수시스템으로 밑의 작가가 쓰는 폐해로 빠지거나 평등성을 잃고 자존심을 다투게 되는 일이 없도록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첫 시도에도 '최강칠우'는 이 균형을 잘 유지해냈고 덕분에 시청자는 여러 상황들이 살아있는 작품과 만날 수 있었다.

제작진도 "크리에이티브를 도입한 덕인지 대본 초고의 구성, 구조가 굉장히 좋았다"며 "다시 다른 드라마를 제작할 경우 가능하다면 또 하고 싶다"고 호평했다.

또 내용을 눈 앞에서 풀어준 출연진의 새로움도 빼놓을 수 없다.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최강칠우'를 택한 에릭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사극에 도전했다. 초반 연기논란에 휘말리며 "적이 많은가 고민했다"고 하기도 했지만 점차 사극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그의 연기는 그 논란을 잠재우기 충분했다.

유아인도 흑산 역으로 출연 사극 신고식을 치르며 '최강칠우'서 떠오른 스타로 단연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인기몰이하며 새로움의 빛을 더했다. '변방의 북소리' 이후 오랜만의 사극이라던 임하룡의 열연도 재미와 깊이를 더했다.

'최강칠우'는 쉬운 드라마는 아니었다. 소재나 장르의 어려움을 둘째치고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폭염과 폭우를 오가는 열악한 환경에서 투혼을 펼쳐야 했다. 또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서 받아야 했을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강칠우'는 비록 높은 시청률로 드라마사에 큰 획을 긋지는 못했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시도들과 노력으로 그 발자취를 확실히 남겼다. 여러가지 시도 속에 드라마의 시대상을 그려내고자 했던 제작진의 노력만큼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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