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 "촛불집회서 노래, 기쁨이자 부담"②

강태규 / 입력 : 2008.08.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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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규 요즘 가요계를 돌아보면, 음악중심이라기보다는 미디어의 힘에 기댄 가수의 인기 창출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안치환 아티스트와 엔터테이너의 구분을 확실히 가져야 할 필요가 있죠. 자신을 알리고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에 예속되고 끌려 다니다 보면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죠. 적당한 거리감과 자신의 색깔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티스트의 길을 갈 것인가, 연예인의 될 것인가… 스스로 결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강태규 지난 세월 안치환의 음악은 오직 한 길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한국 가요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주류의 음악을 주류로 입성시킬 만큼 그 역할은 대단했습니다. 혹시 다른 길을 모색했다든가, 후회는 없습니까?

안치환 없습니다. (그의 표정은 단호했으며 추호도 후회 없어 보였다)

강태규 이번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도 어김없이 노래로 대중과 소통을 했습니다. 한국 촛불 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안치환 ‘젊은 벗들이여, 감사합니다. 새롭고 당당한 그대들의 행진 그대의 노래는 나의 노래 그대가 추는 춤은 우리들의 춤 그대들을 우리 곁에 두신 삶이여, 오! 삶이여 감사합니다‘ 촛불 집회에 함께 하며 만든 새 노래 ‘삶이여, 감사합니다’ 노랫말로 대신 하겠습니다. 새롭고 축제적인 집회, 시위 문화를 만들어 낸 젊은 벗들에게 대한 감사의 노래입니다.

강태규 많은 팬들의 입장에서 궁금한 문제일 것 같은데... 민중의 입장에 서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노래하는 가수로서 정치적 부담이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정말 용기 있고 소신 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한 문제들의 갈등은 없었습니까?

안치환 글쎄요, 아주 부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게 정치적인 부담이건, 그 어떤 부 담이건... 촛불 집회에서 노래할 때도 기쁨과 부담이 함께 있었죠. 그렇지만 뮤지션 이란, 아티스트란 ‘자신이 옳다 느끼는 길을 꿋꿋이 가야하고, 갈 수 있는 사람’ 아닐까요. 희망의 촛불을 치켜든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하나 됨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의 자리입니다.

강태규 이번 '혼자 부르는 노래2'라는 타이틀로 10일간 콘서트를 엽니다. 기타의 울림과 안치환의 목청은 가장 깔끔한 조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공연에 대한 출사표는?

안치환 밴드와 함께 공연을 꾸린지 10년이 넘었고 목소리를 둘러 싼 화려한 연주, 현란한 조명, 웅장한 사운드... 늘 익숙하지만 가끔씩 이러한 외피를 벗고 싶을 때가 있어요. 본래, 기타 하나로 노래하기 시작했고, 그것으로도 충분히 자신을 표현했었던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공연이고 그런 시대에 대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소극장 콘서트의 묘미와 향수를 찾아가는 공연이고, 벌거벗고 대지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담금질하는 공연도 될 것입니다. 소박하고 작지만, 가장 섬세하고 집중력 있고 정직한 소리로 만날 것입니다.

강태규향후 활동 계획과 10년 뒤 안치환의 음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안치환 음반을 꾸준히 발표하고 무대에 서는 일은 뮤지션으로서 일상적인 모습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10년 뒤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게 현재 진행형의 뮤지션으로 열정을 표출하는 나였으면 해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단순해지고, 원숙해지는 모습으로...

안치환은 무서울 만큼 여유로워 보였다. 그 온기의 여유는 인터뷰가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잔향으로 남아 있었다. 있어야 할 곳에 반드시 있어야 할 평화의 뜨락 같은 존재감은 오롯이 음악으로 표출되어 우리 곁에 머물렀던 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하며 울 수 있는 그 온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태우며 타오르는 촛불처럼...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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