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간지' 소지섭이 돌아왔다..그리고 달라졌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8.2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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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이명근 기자 qwe123@


'소간지' 소지섭이 돌아왔다.

공전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꼭 4년 만이다. 9월11일 개봉하는 영화 '영화는 영화다'(감독 장훈, 제작 김기덕필름,스폰지이엔티)에 소지섭은 배우를 꿈꾸는 깡패 강패 역을 맡았다. 영화는 신인 시절 찍었던 '도둑맞곤 못살아' 이후 6년 만이다.


돌아온 소지섭은 많이 달라졌다. 지독한 낯가림과 자기만의 세계를 지켜왔던 그는 껍질을 깬 새처럼 유연해지고 한결 여유로웠다. 그는 많이 웃었고, 많이 이야기했다.

2년여의 공백은 소지섭에 날개를 달아줬다. '발리에서 생긴 일'과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얻은 스타덤은 공백 기간 동안 소지섭에 신비감을 더해줬고, 반면 소지섭은 연기에 대한 지독한 열망을 키우고 자유를 찾았다.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발에 힘을 한층 더 주고 있는 소지섭과 만났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 영화는 홍보에 적극적인데. 언론사도 직접 찾아가고.

▶어색하니 신인 같더라. 조금은 융통성이 생긴 것 같다.

-2년 동안 공익 생활로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군대를 간 사람들에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2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것과 다름없었다. 월요병이 생기더라. 금요일이면 즐거워지고.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6개월 정도 지나니 좋아졌다. 그 때는 몰랐는데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냈던 그 시간이 나를 많이 달라지게 한 것 같다.

-복귀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도 컸을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시 찾아줄까라는 부담 보다는 연기가 내 마음대로 될까라는 불안감이 훨씬 컸다. 진짜 하고 싶었으니깐 연기가.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얻었던 사람들의 관심이 그대로 이어질까라는 부담도 없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때는 바로 입대를 했으니 인기는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기에 아무래도 복귀작을 드라마인 '카인과 아벨'로 결정했었다. 드라마가 아무래도 더 익숙하니깐.

-'영화는 영화다'는 신인 감독에 저예산이다. 실질적인 복귀작을 이 작품으로 선택한 까닭은.

▶크지 않고 유명하지 않은 감독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끌렸다. 부담감도 덜고.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 시선은 꼭 그렇지 않더라. 그러다보니 가볍게 시작했지만 무겁게 끝이 났다.

-일본영화 '게게게 노 키타로'를 찍은 게 참 의외였다. 일본 작품에 도깨비 역이니 그동안 소지섭과는 사뭇 다른 선택이었는데.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게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남의 뜻대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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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이명근 기자 qwe123@


-'영화는 영화다'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1년 전쯤 제의가 왔었다. 김기덕 감독님이 쓴 시나리오를 받았다. 지금보다 더 '아트'에 가까웠는데 무척 좋았다. 드라마 일정 때문에 고사를 했다가 다시 지금의 각색된 시나리오를 받았다. 마침 드라마가 연기됐고 그 때보다 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

-영화 제작비를 투자했는데.

▶영화 자체를 내 것으로 하고 싶었다. 투자나 돈을 벌자는 개념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더욱 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것 같았다.

-극 중 캐릭터는 시종 일관 '간지'(멋있다는 일본 은어)가 넘친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간지를 유지하는 역인데.

▶강패가 너무 멋있게 보이면 안 된다는 전제를 하고 찍었다. 감독님도 카메라에 예의를 갖추지 말라고 했다. 너무 멋있게 나왔다며 아예 다시 찍은 적도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힘을 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때도 무게를 잡으려고 잡은 게 아니었다. 극 중 캐릭터에 맞췄을 뿐이지.

-'발리'와 '미사'에 이어 '영화는 영화다'까지 소지섭을 관통하는 정서 같은 게 느껴지던데.

▶연기하는 게 그 때부터 재미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름을 얻기 시작한 '발리'에서 연기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미사'로 '아 연기가 이런 것이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기에 대하 갈증이 더 컸다. 가면 갈수록 작품을 하고 난 뒤 여운이 더 길게 남는 것 같다.

-제작보고회에도 팬들이 찾아왔던데. 다른 연예인처럼 팬들에게 살갑게 하지 못하는 편인데 변함없이 애정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

▶팬이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내 성격이 잘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다. 이제는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시사회가 끝나고 주위의 반응이 어떻던가. VIP 시사회에 배용준도 왔던데.

▶기자 시사회는 너무 긴장해서 잘 모르겠고, 지인들은 문자로 짧게 느낌을 전해줬다. '해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가장 기분이 좋았다. 배용준 선배는 멋있었다고 하더라.

-권상우, 송승헌 등과 형제처럼 지내는데 소속사 대주주인 배용준과는 어떤가.

▶두 사람은 형이고, 배용준 선배는 형님이다. 그 차이가 있다.(웃음)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예전보다 힘들기는 했다. 그래도 힘들지만 재미있더라. 강지환은 영화 액션을 준비했고, 나는 실전 같은 액션을 배웠다. 그런데 마지막 갯벌 장면 촬영에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개싸움처럼 되더라.

-영화에 베드신이 있던데 노출은 거의 없더라.

▶몸짱 이미지가 있어서 오히려 더 보여주기가 민망했다. 그리고 15세 관람가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수위를 낮춘 것도 있었다.

-'소간지'라는 별명도 있고 몸짱 이미지도 있는데 부담이 되지는 않나.

▶처음에는 소간지라는 별명이 부담스러웠다. 집에서 외출할 때 일부러 신경쓰기도 했고. 지금은 편하게 생각한다. 편하게 다니고. 몸짱은 원래 몸짱이 아닌데 그런 이미지가 생겼다. 진짜 몸짱은 (권)상우 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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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이명근 기자 qwe123@


-기자간담회에서 톱스타 역을 연기한 강지환이 여자친구와 대낮에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장면이 공감이 갔다고 했는데.

▶예전에 나도 여자친구를 사귈 때 영화처럼 자동차에서 만나 차를 마시고 밥을 먹었다. 이제는 그렇게 차 안에서 못 만난다. 상대에서 너무 미안하니깐. 그래서 더 연애를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공백이 길다보니 결혼설 등 별의별 루머가 돌았는데.

▶나도 다 들었다. 예전에는 루머에 신경을 썼는데 이제는 신경을 안 쓰려 한다. 결혼은 아직 생각이 전혀 없다.

-'도둑맞곤 못살아' 이후 6년 만에 영화 출연인데 어떻게 달라졌는가.

▶그 때는 막내라 조명도 내가 다 준비하고 시키는 대로 정신없이 했다. 그러다보니 영화 자체가 놀랍더라. 또 저예산이다보니 드라마처럼 하루에 7~8신 찍어서 드라마 촬영 같았다. 영화와 드라마를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번 영화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백 기간 동안 드라마는 많이 봤나.

▶1년 정도는 많이 봤는데 그 뒤로는 안 봤다. 속도 상하고. 그래도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으니.

-무거운 역을 세 번 연속 하게 됐는데.

▶그 말대로 무거운 역을 계속 하다보니 사람들이 익숙해질까 고민이 된다. 그래서 드라마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좀 가벼운 역을 해보고 싶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커진 만큼 욕심도 더 생긴 것 같은데.

▶아침 드라마와 일일 드라마만 빼고 다 해봤다. 시트콤도 했고 케이블 방송 MC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 지났는데 사람들한테 연기로 '쪽' 팔리지 않도록 연기를 잘하고 싶다. 아직도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내 자신이 싫어질 것 같다. 그냥 내 자신이 배우로만 불렸으면 좋겠다.

-20대 때 꾸었던 꿈이나 목표를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얼마나 이뤘나.

▶20대는 목표가 없었다. 단지 그 때 소원이 있다면 일주일 동안 스케줄이 '풀'이었으면 했다.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어지면서 연기를 잘하고 싶은 게 꿈이다. 내가 가장이라는 사실은 다 알테니 어렸을 때 가졌던 호텔 경영은 아직도 꿈이다. 평생 꿈일 것 같기도 하다.

-'발리' 때는 조인성과 선의의 경쟁이 있었고 '미사'때는 이끄는 느낌이었다. '영화는 영화다'는 어땠나.

▶예전에는 기댈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아무래도 이제는 앞장서려 노력했다.

-제작보고회나 기자 간담회에서 예전보다 훨씬 밝은 모습이던데.

▶그런 자리가 아직도 어색하지만 웃으려 한다.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울렁증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어색해도 자연스레 웃음이 나온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속에 내 주름도 보이더라.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더 자연스런 모습이 화면에 보여질 것 같더라.

-한류스타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한류스타로 비춰지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이 영화를 택한 것도 있다. 난 그냥 배우고 싶다. 배우로만 불려줬으면 좋겠다. 그게 목표고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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