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우 김선경 김광규, '크크섬 3인방'과 유쾌한 수다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8.08.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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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김선경,신성우(왼쪽부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2008년 7월의 어느 날. 모 중견기업 일일 쇼핑의 구매부 직원 10명이 회사가 후원하는 낙도에 물품을 전달하러 가던 중 무인도에 갇혔다. 아~. 신과장(신성우)의 절규로부터 극이 시작됐다.

찜통더위에 숨쉬기조차 버겁던 지난 14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가 무의도 어딘가에 있다는 크크섬을 찾아갔다. 촬영에 방해될까 그런지 크크섬은 꼭꼭 숨어있었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지도를 보며 보물섬을 찾아가는 기분으로 헤매기가 한참. 드디어 저 멀리 공룡 대가리가 보인다. "찾았다!"


도착하니 다들 몰골이 장난이 아니다. 이곳이 피서지인지. 촬영장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남루했다. 제작진은 대부분 새까맣게 탄 얼굴에 다리엔 온통 모기 상처, 거기에 카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다. 메가폰을 잡은 감독 역시 감독이라고 기자에게 밝히지 않았다면 현지 주민인 줄 알았을 정도.

출연진도 마찬가지다. 김 부장(김선경)은 깔끔했지만 김 과장(김광규)은 어째 꼬질꼬질하다. 80년대 촌티 '츄리링'에 늘어진 면 100% '런닝'을 입고 발바닥을 비비고 있었다. 그 옆에 김 과장을 모른 척하고 앉아있는 신 과장은 갑자기 갑갑한 듯 비녀를 빼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한 번 흔들었다. 샴푸 광고처럼. 그리곤 이내 곱게 말아올리고는 귀족 부인인 양 부채질이다. 남자한테 열등감이 생기는 건 뭔지.

"김광규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벗겨진 머리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진 김 과장을 보고 기자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자 김 과장은 "오빠라고 불러. 나 신 과장이랑 동갑이야"라고 목청을 높인다. 신 과장은 찌릿한 눈빛으로 김 과장을 째려보는데 김 부장이 정리한다. "하하하 우리 다 동갑으로 하기로 했어. 친구지 뭐." 김 과장은 김 부장의 지원사격에 힘을 얻고 더 크게 말한다.

"우리 셋이 다 동갑이야~"

동갑내기 세 친구와 크크섬에서 수다를 떨었다. (이하 신성우는 '신', 김선경은 '김', 김광규는 '광')

스타뉴스=세 분이 같이 식사도 자주하나요?

신,김,광=그럼요.

스타뉴스=누가 밥값을 제일 많이 내나요?

신=(손을 들며) 오늘은 제가 냈어요.

스타뉴스=촬영장 분위기가 좋은 편이네요.

김=쓰러져요. 서로 이름 이니셜을 따서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고. KKK.. 신 과장과는 예전에 뮤지컬 '드라큘라'를 함께 했었어요. 제가 아내 역으로 출연한 인연도 있고 해서 친했죠. 김 과장은 이 작품 촬영하면서 친해졌어요. 매일 섬에서 사는 데 친해질 수밖에요.

광=사실 내가 언제 이런 미인(김 부장)이랑 극을 찍겠어요? 당연히 분위기 좋죠.

신=처음 김 부장을 보고 나보다 한참 어른인 줄 알았는데 나이가 같아서 놀랐어요. 다들 동갑이고 더운 여름에 매일 만나고 가족 같죠.

스타뉴스=시트콤이란 장르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신=저랑 정말 친한 친구들은 제 일상을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면 진짜 골 때린다네요. '크크섬의 비밀' 신 과장이랑 비슷한 면도 많고요. 제가 좀 어설픈 데가 있긴 해요. 하하

광=저는 운전하다가 늦게 입문한 늦깎이 신인인 만큼 주어진 배역에 충실하려고 해요. 이번에도 시트콤이라서 출연한 게 아니라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스타뉴스=각자 개성이 뚜렷한데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하는 게 있다면.

광=저는 감독이나 작가가 그냥 제 모습 그대로 연출하라고 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죠. 근데 MBC '환상의 커플' 공 실장과 캐릭터가 겹칠까봐 제 나름대로는 다르게 보이기위해 노력하는 편이예요. (김 과장 팬들이 유독 많던데요) 에이. 섬에 갇혀있어서 그런지 외부 소식을 잘 못 들었는데.

김=처음에 제작진과 미팅을 했을 때 앞머리를 일부러 일자로 내서 딱딱하게 보이려고 갔는데 너무 안 무섭다는 거예요. 그래서 머리를 올백으로 넘겼죠. 카리스마 있는 여자를 찾고 있었던 만큼 좀 나이도 더 들어보이고. 거기에 7년 전에 난시가 심해서 산 안경을 알만 빼고 까만 뿔테 안경도 꼈어요. (예쁜 얼굴 못 보이니 아쉽지 않나요.) 아뇨. 제 캐릭터에 맞다면 보이는 건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신=(머리를 잘 안자르죠? 테리우스잖아요.) 아뇨. 테리우스라는 소리 듣기 싫어서 머리를 자를까도 했지만 제작진이 그냥 냅두라네요. 그래서 긴 머리로 여기서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비녀를 꽂게 됐어요. 이 비녀도 제가 만든 거예요. (머리결이 좋으네요) 원래 남자가 더 머리결이 좋아요. 파마나 염색 같은 것도 잘 안해서.

스타뉴스='크크섬의 비밀' 설정이 독특하지 않나요.

신=저는 송재정 작가의 작품은 다 봤어요. '순풍 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부터 '거침없이 하이킥'까지 다 믿음이 갔어요. '왠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인터넷으로 몰아서 다 봤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한번 쯤 꼭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이번 설정도 특이하긴 하지만 걱정이 안되더라고요. 대본이 나올 때마다 쓰러져요.

광=이제는 누가 대본이 나오면 어떤 식으로 (대사를) 칠 줄 아니까. 우리끼리는 정말 웃기죠. 웃음 NG가 많은 편이예요.

스타뉴스=아무래도 남녀가 섬에 갇혀 있다 보면 사랑이 싹트는 건데 누가 제일 섹시한가요.

김=당연히 우리 신 과장이죠. 몸매가 너무 좋아요. (손으로 신과장의 어깨를 쓰다듬는다)

광=아냐. 내가 일부러 배를 찌운 거야. 캐릭터에 몰입하다보니까. 일부러 신 과장이 멋있게 보이게 해주려고 내가 그런 거지. 원래 나도 몸매가 예술이지. 못봤어? 못봤냐고. 내가 런닝 벗으면 신 과장 큰일 나.

신=꼭 나 문에 그랬다고 하더라. 어디 면 내 핑계 좀 대지말라고.

김=(김 과장을 무시한 채)신 과장 몸매 정말 좋아요. 벗겨놓으면 아주.

신=(극에서 자꾸 웃통을 벗고 나와서 '에로' 성우라는 애칭이 있던데) 말도 안돼. 이상해. '에로' 성우가 뭐야.

스타뉴스=다들 베테랑 연기자인데 연기에 대해 정의를 내려준다면요. 앞으로 맡고 싶은 역이 있다면요.

광=전 잘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요. 어렸을 적 꿈은 버스 운전기사였는데 갑자기 연극영화과에 들어와서 연기를 하고 있네요. 다행히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을 맡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감사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서 딱히 정의하게 힘드네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역은 멜로죠. 진한 멜로. (상대역으로)생각해둔 여배우들이 너무 많아서요.

신=저도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거 같아요. 할 때마다 다른 매력이 있어서 새롭고 설레고 그래요. (멜로 연기 많이 해봤잖아요. '크크섬의 비밀'에서 김 부장과 러브라인도 그렇고 근데 본인 결혼에는 관심이 없나봐요) 아니예요. 저 결혼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도 (황)신혜 누나 만났는데 나보고 결혼하지 말고 이대로 쭉 있어달라는 데 말도 안되죠. 아이도 갖고 싶고 결혼하고 싶어요. (지금 사귀는 애인은) 없어요. 이젠 이상형도 없고 그냥 여자나 있었으면. 하고 싶은 역은 아주 독한 악역을 하고 싶은데 악하게 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악역이요. 단순히 주인공과 대립하는 그런 악역이 아니라.

김=뮤지컬을 하다가 브라운관 연기를 하니 NG도 많고 해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라고 하는데 무대에서 하는 게 익숙해서인지 목소리가 커요. 저는 아직 연기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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