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그가 예능계 늦둥이어서 좋은 몇가지 이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8.09.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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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 웬만큼 다 키워놓고 느즈막히 '늦둥이'를 낳으면 좋은 점들이 꽤 많다는 어른들 말씀을 들은 적 있다. 일단 늦둥이를 낳으면, 자식 키우랴 일찌감치 소원(?)해졌던 부부간의 금슬도 좋아지고, 두 번째는 부모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산단다. 늦둥이를 책임지려는 것 때문에 그렇다나? 그리고 세 번째는 부모의 나이가 있다보니 이미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상태라 아이가 좀 더 풍족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음... 설문과 통계를 거친 검증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당히 수긍이 가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늦둥이 타령인가? 이유는 이 사람 때문이다. '예능계의 늦둥이' 윤종신이다.

윤종신, 그에게 일찌감치 잘 키워놓은 자식이 음악이라면, 예능 활동은 이제 막 낳은 늦둥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혹시 몇몇 분들 중에선 '예능계 늦둥이인 게 뭐가 좋아? 일찍 데뷔하는 게 더 좋지'라며 이의를 제기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윤종신, 그가 예능계 늦둥이인 게 참 좋다. 일단 음악을 했던 그이기에 타고난 감수성과 섬세함이 남다르다. 그래서 다른 MC들이 보지 못하는 관점으로 예리하고 재치있는 멘트를 해서 제작진들을 속 편하게 해줄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그가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장년층이라며 관심 밖의 인물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프로그램에선 남의 개그 주워 먹는 캐릭터로 비춰지고, 또 어떤 프로그램에선 얄밉게 깐족되는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방송 뒤 모습은 정 반대라는 사실이다. 실제로는 얼마나 푸근한지 모른다. 친오빠 같을 정도로 말이다.

대개의 연예인들을 만나면 아무리 제작진이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쉽게 다가가기에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늦둥이 종신의 경우는 신기하게도 거의 처음 보자마자 마음이 스스럼없이 편해진다. 물론 그의 기본적인 편안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다른 자식(음악) 한 번 키워놓아서일까? 마치 자식 다 키워놓은 옆집 아줌마, 옆집 아저씨처럼 여유 있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그에게 미안할 정도로 부탁을 할 때가 있다. 다른 MC들에겐 '여기선 이렇게 해주세요' '저기선 이런 말씀 좀 해주세요'라며 자주 부탁하는 걸 자제할 때도 있지만, 그에겐 참 많은 부탁을 한다. 심지어 녹화장으로 출발하기 얼마 전에 전화해서 기타가 필요한데 '본인 기타 가져오시면 좋겠어요'(솔직히 소품실에서 빌려도 되는데 말이다)라며 요구해도 '그래'라며 흔쾌히 대답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흔쾌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귀찮음'이 아니고 말이다. 그렇다. 늦둥이 종신은 늘 뭐든지 '흔쾌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모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램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이 모두 단합 MT를 갔을 때 일이다.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방도 꽤 많이 있는 펜션으로의 MT였다. 즐겁게 놀고 나서 다들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 따뜻한 방으로 들어간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막내 매니저들과 거실에서 웅크리고 잔 유일한 연예인이란 사실. 하지만, 여기서도 그는 '흔쾌히'다. 방이 없어 미안해하는 제작진에게 '거실에서 자면 뭐 어때?'라며 말이다. 프로그램을 하는 중 팀들과의 회식에서도 슬쩍 얼굴만 비치고 적당할 때 빠지는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진심으로 즐겁게 밤새 스태프들과 얘기하며 자리를 지키기도 한다. 이것도 '흔쾌히'!

어느 날 그와 함께 일하고 있는 막내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전 함께 일하는 출연자들 중에서 종신 오빠가 제일 좋아요'라고 말이다. 막내이다보니 나이차이 한참 나는 연예인들에게 이런 저런 부탁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막내들의 모~든 부탁도 '흔쾌히' 들어주고, 막내들의 모~든 이야기에도 '흔쾌히' 귀를 기울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얼굴에 메이크업하고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연예인의 모습이 아니라, 옆집 오빠 같은 친근함, 푸근함이 있는 종신! 그가 예능계에 늦둥이로 와서 참 좋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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