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연기력 급상승, 그들의 역전승

김정주 인턴기자 / 입력 : 2008.09.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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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왼쪽)과 황신혜(오른쪽)


배우에게 있어서 훌륭한 외모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외모가 때로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 외모의 그늘에 연기력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

잘생기고 탁월한 외모로 연예인이 되기도 하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극적인 계기가 없으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이 가운데 '환골탈태'라 할 정도의 연기력 성장으로 연기인생의 역전승을 이룬 배우들이 있다.


잡지모델 출신인 김민희(26)는 오랫동안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온 대표적인 스타다. 김민희는 마른 몸매에 스타일리시한 패션으로 옷 잘 입는 스타라는 이미지만 굳혔을 뿐 연기력은 수준미달이라는 혹평을 받아왔다.

지난 1999년 17세의 나이에 KBS 청소년 드라마 '학교 2'로 데뷔한 그는 각종 CF에서 톡톡튀는 매력을 뽐내며 'N세대 스타'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꿰찬 CF 톱모델 자리는 오히려 독이 됐다. CF 인기에 힘입어 단번에 SBS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2000), '순수의 시대'(2002) 등에서 주연을 맡았으나 연기력이 형편없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순애보'(2000), '서프라이즈'(2002) 등 영화에서도 이렇다 할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한 편의 드라마로 이 같은 논란을 한 번에 잠재웠다. 2006년 KBS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통해서였다. '형수님은 열아홉' 이후 2년만의 컴백작인 '굿바이 솔로'에서 미리 역을 맡은 김민희는 18살 연상의 이재룡과의 솔직하고 당당한 사랑연기를 선보여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켰다. 캐스팅 단계에서 노희경 작가를 직접 찾아가 적극적으로 출연을 부탁했던 일화는 방송가에서 유명하다. 그는 다섯 차례의 퇴짜 끝에 얻어낸 배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안티팬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올 초 개봉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시나리오 작가 아미 역을 맡아 연기력이 놀랄 만큼 발전했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로 같은 해 제4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현재 방송 중인 KBS 드라마 '연애결혼'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아직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연기력은 회를 거듭할 수록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평이다.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완벽한 '조각미모'를 자랑하는 황신혜(45)도 데뷔 초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대표적 연기자다.

1983년 MBC 베스트셀러극장 '내 마음의 풍차'로 데뷔한 '컴퓨터 미인'이라 불리는 외모에 비해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을 받았다. 대사가 마치 국어책을 읽는 것 같다는 혹평이었다. 스크린 데뷔작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을 비롯해 '꿈'(1990),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5), '산부인과'(1997) 등 90년대 1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원숙한 연기력을 보여준 작품은 드물다. 피상적인 표정연기와 불안정한 발성이 취약점이었다.

그러나 두 번의 이혼 경험과 94년 남동생 황정언씨의 교통사고는 그에게 큰 시련과 함께 연기력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동생의 사고 당시 탤런트 김혜자는 "신께서 너를 배우로 만들려고 하시는구나"라며 위로해줬다고 한다. 이후 MBC 드라마 '애인'(1996)'과 신데렐라'(1997)에서 한층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 2004년 MBC 드라마 '천생연분'에서 안재욱과 함께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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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왼쪽)과 김민준(오른쪽)


장동건(32) 역시 잘생긴 외모에 비해 뒤늦게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TV 브라운관에서는 최고의 스타였지만 스크린 화면에서 인정받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형 화면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 뿐이었다.

장동건은 흠잡을 데 없는 외모가 막상 그 자신에겐 장벽이이자 구속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쌍꺼풀진 큰 눈이 싫어서 직접 속눈썹을 뽑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1993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그는 '마지막 승부'(1994), '아이싱'(1996)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초짜'의 딱지를 떼지 못했다. 1997년 스크린 데뷔작 '패자부활전'에 이어 '연풍연가'(1998),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아나키스트'(2000) 등 꾸준히 영화에 출연했지만 연기력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2001년 흥행작 '친구'에서 이르러셔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 꽃미남 배우라는 꼬리표를 떼고 연기력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후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영화 '해안선'(2002)에서 미쳐가는 군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비주류 작품에 출연해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를 확실히 벗어버린 것.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신화를 기록한 '태극기 휘날리며'(2004)에서 장동건은 물오른 연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그는 이 영화로 2005년 제25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민준(32)은 데뷔 초부터 부정확한 발음과 딱딱한 표정연기 때문에 연기력 논란을 달고 다녔다. 2003년 데뷔작 MBC 드라마 '다모'에서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는 민간 도적 패의 두목 장성백 역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그의 연기력이 아니라 모델출신 다운 탄탄한 몸매와 스타일리시한 외모였다.

그는 연기 연습을 거친 후 SBS 드라마 '폭풍속으로'(2004), MBC 드라마 '아일랜드'(2004),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 등에 출연했지만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다모' 이후 별다른 발전이 없는 그의 연기력을 지적했다.

지난해 주진모와 함께 출연한 영화 '사랑'에서 악역으로 변신하며 전에 없던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민준은 다시금 강렬한 악역에 도전한다. 9월 방송 예정인 SBS 드라마 '타짜'에서 고니(장혁 분)와 맞서는 영민 역을 맡아 연기 대결을 펼치게 된다.

배우들 사이에서 연기 선생님으로 통하는 김을동 의원은 후배들에게 꾸준한 연기 연습을 강조한다. "배우는 일단 잘생기고 예쁘고 봐야 한다. 연기력은 노력과 훈련으로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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