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이 보따리 들고 美시장 다닐때 우린 뭐했나

[강태규의 카페in]

강태규 / 입력 : 2008.09.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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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가수이자 프로듀서로 전방위적 활동을 하고 있는 박진영이 청와대에서 한류 강연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예의, 소신있고 파격적 발언으로 가요계 안팎으로 발전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박진영은 한류의 힘을 실현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연습생이던 가수 '비'를 발굴해 세계적인 신인뮤지션 반열에 올린 쾌거는 가요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는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션이자 미래를 예견하는 엔터테인먼트 전략가다.


매달 한차례씩 청와대에서 열리는 '위민포럼' 강사로 나선 박진영은 '한류를 넘어 세계의 문화로'라는 제하의 강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타국의 문화중심지에서 엔터테이너를 발굴, 육성하고 콘텐츠까지 생산해 저작권을 소유하는 것이 진정한 한류의 정책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세계의 음악 산업 중심지인 미국에서 발로 뛰어 일궈낸 그의 업적은 주목할 만하다. 그간 박진영이 보여준 가능성을 전제한다면 그가 주류의 중심에 서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이미 미국내에 법인을 세우고 그가 말한 대로 현지에서 개발한 컨텐츠의 위용을 떨칠 날이 임박했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지만 박진영은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한 불굴의 실천형 인간이다.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경제성은 사실상 자급자족 정도의 스케일이다. 인구수로 보자면 테스트용 시장인 셈이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우물 안에서의 파장으로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이런 사정을 감지한 박진영은 일찌감치 미국 시장을 노렸던 것이다. 상상속에서나 해봄직한 만화 같은 일들을 박진영은 벽에 부딪히면서 체험했고 길고 어두운 터널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보따리 하나 들고 미국 음악 시장을 누빈 것이다.


박진영은 이날 강연에서 "지금 동남아와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지만 몇몇 국내 탤런트와 가수로 명맥을 유지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평소 과잉 민족주의로 인해 반한 감정이 조성되고 있다고 점도 역설했다.

박진영은 저작권 관리의 중요성도 강하게 지적했다. 저작권협회가 하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저작권 관리 방식 행태도 꼬집었다. 일본이나 미국은 저작권 협회가 2, 3개가 있어 서로 경쟁하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작품자들의 만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창작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박진영의 이같은 강연의 배경에는 그야말로 박진영을 능가하는 한류 전문가가 청와대에 있기 때문인 것도 무관하지 않다. 청와대문화체육관광비서관 김휴종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90년 중반부터 한류 분석에 대한 명실상부한 이론 전문가로 명성을 떨친 김휴종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와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서 한류와 문화컨텐츠 관련 이론서를 명확하고 광범위하게 발표했고 풍부한 식견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박진영이 지적한 한류 문화 컨텐츠와 저작권 관련 문제들을 누구보다도 그는 더 깊게 공감하고 해법을 제시할 문화해결사인 것이다.

세계속에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문화컨텐츠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하는 국민적 공감대와 문화 수용 자세부터 선진화되어야 그 길이 열릴 수 있다. 불법다운로드가 전방위적으로 판을 치고 실생활이 되어 있는 작금의 우리 현실은 문화선진국으로 편입되기에는 멀어 보인다.

봇짐을 든 박진영이 자신이 만든 곡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장벽의 본토 가수들에게 곡을 팔고 저작권을 거머쥐고 있을 때 우리는 불법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었지 않았던가.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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