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장미희, 웃기려고 웃긴 게 아닌데..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8.09.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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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이 배우 참 이상하다. 웃기려고 웃기는 게 분명히 아닌데 웃긴다. 싸이코 기질 다분한 '강마에' 캐릭터를 애써 연기하지 않는다. 그냥 강마에가 김명민이다. 18일로 이제 4회가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얘기다.

이런 식이다. 강마에가 '똥덩어리'라고 비아냥 겸 조롱 섞어 부르는 첼로 아줌마(아, 극중에선 이 표현 무지 싫어한다) 정희연씨, 술 취한 김에 하늘같은 지휘자 강마에 앞에서 꼬장을 부렸다. 우리의 강마에, 화가 나 문밖에 나오다 '악장' 이지아를 만나자 대뜸 이런다. "집에 똥 있다." 그리고는 또 그런다. "똥 치워라." 까칠한 서양 클래식 음악 지휘자와 '똥'의 조합이 영 낯선데도 강마에는 그러면서 그저 근엄한 표정이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주는 웃음의 8할은 강마에 김명민 몫이다. 장근석 이지아 러브라인이 토막토막 끊어놓는 극중 흐름을 이어놓는 주인공도 김명민이다. 심하게 말하면 그냥 못된 음악인일 뿐인 강마에에 순간순간 인간미가 엿보이는 재미도 있다. 이런 모습에 또 한 명의 연기자가 오버랩된다. 진작에 장안의 화제가 된 KBS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장미희다.

소녀 같은 유한마담 '고은아' 장미희 역시 시청자에게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처음엔 낯설었으나 보고 들을수록 중독되는 장미희식 억양과 어법, 그리고 얼굴표정. 필히 내후년에도 귓가에 윙윙댈 "미세스 문~"은 기본이고, 있는 유식 다 드러내다 망신당하고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장미희의 연기야말로 '조강지처클럽'의 안내상과 함께 주말밤의 웃음도둑이다.

장미희와 김명민,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들이 얼마나 웃긴지 본인들은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극중 주위사람도 그렇다는 것. 오로지 시청자들만 포복절도한다는 것. "똥 치워라"라는 강마에의 지엄하신 명령에 어디 이지아가 웃었으며, '클래식, 와인, 교양, 속물' 운운하는 장미희의 고상하신 읊조림에 어디 며느리 이유리가 조금이라도 웃었던가. 바로 이러한 '드러낸' 진지 모드와 '드러난' 웃음 코드의 시차와 언밸런스가 이들의 뜻밖의 웃음 비결 아닐까.


하나 더. 두 말 하면 잔소리지만 연기 잘하는 이들이기에 웃길 수도 있다는 것. 장미희야 이미 지난날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소식으로 전 국민을 달뜨게 했던 백전노장이니 빼자. 김명민, '하얀거탑'에서 보여준 이 배우의 내공이 어디 어느 강호의 고수에 뒤질쏜가. 외과과장 자리에 대한 정치적이고도 동물적인 후각 하나만으로, 등을 꼿꼿이 세우는 그 작지만 큰 연기동작 하나만으로 제대로 된 '포스'를 보여준 이가 바로 김명민 아닌가.

김명민 장미희, 역시 꿩 잡는 게 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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