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감성에 호소하라..패션으로 전락한 가요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8.09.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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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요가 노래냐?'

한 네티즌의 자조적 일침은 가요가 음악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패션으로 둔갑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가요 불황이 불어닥친 지 수년이 지났고 이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말은 여전히 바람에 불과하다.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올 한 해 싱글 음반을 포함해 1만장이 넘는 다양한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중에는 음악적으로 검증받을 만한 퀄리티를 가진 아티스트도 있지만 미디어가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미디어 관계자들이 이를 발굴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노래가 좋으면 대중이 알아서 움직인다는 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미디어가 전달하는 영향력은 여전히 권력적이다. 음악중심 안에서 음반이 제작되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기획자들은 요즘 손을 들었다. 음악을 발표하고 바로 들려주지 못하고 불러주기를 기다려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적어도 라이브 프로그램에서는 불러줄 줄 알았는데, 도통 연락이 없다. 한 번씩 '인기가요'나 '뮤직뱅크'에 출연해도 될 만한 가수들까지 라이브 프로그램에 구색을 맞춰 출연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분통이 터진다.

뿐만 아니라, 음원시대를 맞은 오늘날 음악사이트는 인기가수와 발라드 중심의 곡들로 메인 화면을 수놓고 있다. 엄격한 자기 기준에 맞춰 음악을 찾는 마니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떤 음악을 들어야 좋을지를 고민한다. 메인 화면 상단에 위치한 인기순위 10위권 음악은 그들에게 아주 좋은 초이스곡으로 채워지는 것이 요즘의 음악듣기 관행이다.


그 10위권의 음악들을 살펴보면 원더걸스, 샤이니, 슈퍼주니어, 2AM, 2PM 등 아이돌그룹이 내놓은 댄스곡들이 대부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중의 심리는 함몰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특정장르가 이내 잠식하게 된다는 점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음악사이트들의 음악적 다양성이라는 음악 시장의 균형적 발전 노력도 심각하게 고려할 때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원천적으로 못마땅하다는 주장이 아니다.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뮤지션십을 구축한 대형 싱어송라이터 출현 부재는 편향된 음악듣기가 한 몫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기생해야만 하는 것이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몸부림이라는 사실도 가수들의 심리적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가수가 자신의 무대에서 노래만 부르고 살 수 없는 우울한 가요계의 단면은 불황을 예견하고 그것을 타계하기 위한 관계자들의 노력 부재 때문이었다.

비트와 리듬의 개성적인 사운드 연출이 오늘의 트렌드다. 몸이 먼저 깨달아야 하는 음악이 요즘 세대들에게 대세다. 그것을 부정할 권리는 누구도 가질 수 없다. 다만, 가수가 오랜 기간 동안 음악팬들에게 사랑받고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감성적 각인이 필요하다.

올해, 음악팬들에게 사랑받았던 토이, 김동률, 브라운아이즈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 음반으로 퍽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그 계보를 잇는 신인 뮤지션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며칠 전, 동방신기가 30만장의 선주문을 받았다며 미디어가 거품을 토하는 시간에 20주년 음반 발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봄여름가을겨울'(사진)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자괴감과 동시에 또 다른 희망을 떠올리게 된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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