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방송사 궁합 따로있네

전예진 기자 / 입력 : 2008.10.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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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최불암 김혜자


"신인 연기자들을 데뷔시키다보면 특정 방송사와 얘기가 잘 되는 경우가 있어요. 각각 배우들마다 '이 방송사와 잘 맞겠다'는 느낌이 올 때도 있고요"

각양각색 연기자들을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관계자의 말이다.


과거 연기자들은 공채탤런트 시험에 선발되면 2~3년 전속계약을 맺고 한 방송사에 둥지를 틀었다. 최불암과 김혜자는 전속금을 받고 수십년간 MBC에만 출연하기도 했다. SBS가 생기면서 1992년 전속계약제가 폐지됐고, 이제는 연기자협회와 기획사에서 배우들을 선발해 여러 방송사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독 한 방송사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는 연기자들이 있다. 연기자와 방송사 간에도 궁합이 있는걸까. 단역, 조연을 전전하던 배우들이 특정 방송사에서는 주연을 꿰차거나, 주인공을 맡아도 한 방송사의 작품이 남달리 히트를 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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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최수종 이필모 정겨운



탤런트 최수종은 최근 KBS와 손을 잡은 작품들이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90년대 초 MBC에서 드라마 '질투''아들과 딸''파일럿' 등으로 활약을 펼쳤다. 그러던 중 97년 KBS 2TV '첫사랑''야망의 전설'로 인기를 끌면서 KBS로 돌아섰다. 2004년 잠시 MBC 드라마 '장미의 전쟁'에서 최진실과 12년 만에 호흡을 맞췄지만 10% 초반의 지지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2000년 선이 굵은 남성적 캐릭터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서 KBS 연기대상을 받았고, 2004년 '해신'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2006년에는 시청률 30%가 넘는 인기를 끈 '대조영'으로 다시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KBS와의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연극배우 출신 연기자 이필모도 타 방송사의 단막극에 출연하다 KBS 2TV 아침드라마 '아줌마가 간다'로 연속극에 진출했다. 이후 인기드라마로 자리매김한 KBS 2TV '며느리 전성시대'로 상승세를 탔고 KBS 1TV '너는 내운명'에도 발탁되며 KBS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탤런트 정겨운도 MBC 드라마 '달콤한 인생''Dr.깽'에서는 조연을 맡았지만 KBS에 오면 살아나는 모습이다. 그는 KBS 2TV 드라마 '태양의 여자'와 '행복한 여자'에서는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주목을 받았다. 차기작도 KBS에서 한다. 2TV 새 일일극 '미워도 다시한번'에서 '남자 패리스 힐튼'으로 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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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이태란 서지혜


여자 탤런트들도 방송사에 따라 부침이 있는 현상을 보인다. 탤런트 이태란은 KBS에서 빛을 본 케이스. 1997년 SBS 톱 탤런트대회 수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걸은 그는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MBC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 등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KBS 드라마 '노란 손수건''장밋빛 인생''소문난 칠공주'가 연달아 히트하면서부터 유명세를 치렀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30~40%가 넘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이에 힘입어 이태란은 오는 4일 첫 방송되는 KBS2TV 주말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에 캐스팅돼 계속 KBS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

탤런트 서지혜는 MBC 출연작이 강세를 보인다. 그는 MBC 드라마 '신돈'에서 노국공주 역할로 두각을 나타낸 후 MBC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춘자네 경사났네'에서 연이어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 박승규 부이사장은 "방송사에서 특정 배우를 선호한다기 보다 감독이 요구하는 배우의 틀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우 입장에서도 애초에 인연을 맺었던 방송사에서 자신을 아껴서 써주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필모의 소속사인 트라이프로 하재정 실장은 "한 방송사에서 작품이 잘되다보면 연출자가 타 방송사로 옮기지 않는 한, 눈에 익은 배우들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가 자주 일했던 방송사 작품을 하게 되면, 아는 동료도 많고 익숙한 세트장과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 편하다"고 설명했다. 또 "방송사를 따지지는 않지만 배우마다 인연이 자주 닿게 되는 채널이 있기 마련이고, 배우마다 맞는 방송사가 따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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