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뉴먼 죽음, 할리우드의 위대한 시대는 마감했다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입력 : 2008.10.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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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뉴먼이 출연했던 영화'허슬러' 포스터ⓒ영화 '허슬러'


폴 뉴먼의 사망 소식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사실 위대했던 영화의 시대가 저물면서 거장과 대배우의 죽음을 접하는 게 어찌 보면 흔한 일이지만 폴 뉴먼은 알랭 들롱 혹은 리차드 기어처럼 어떤 ‘취향’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렇다. 어떤 남자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에 폴 뉴먼 같은 남자요, 라는 대답이 굉장히 상식적으로 들리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그것은 지금의 30-40대에게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타 예술장르와 비교해 좀 더 좋아하는 이유를 고르라면 '배우'라고 하는 실물에 유난히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슬러'(1961)의 당구도박꾼 에디(폴 뉴먼)가 25년의 세월이 흘러 마틴 스콜세지의 '컬러 오브 머니'(1987)에 똑같은 이름 에디(폴 뉴먼)로 등장할 때 무한한 감동을 받는다.


사실 젊은 시절의 폴 뉴먼은 제임스 딘의 재림이라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허슬러'에서 그는 자신을 장악하려는 기성세대의 손길과 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 사이에서 갈등하며 깊은 감동을 줬다.

'허슬러'는 그런 그의 '청춘' 이미지를 집약하고 있다. 전문 도박꾼인 그는 사라(파이퍼 로리)를 사랑하지만 그의 도박본능을 일깨우려는 고수는 둘 사이를 떼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사라는 결국 자살을 택하고 죄책감을 느낀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박계를 떠난다. 말론 브란도나 제임스 딘처럼 마냥 터프하거나 마냥 울분을 터트리는 모습보다는 가슴 깊이 순수를 간직한 그 모습은 당대 청춘의 아이콘이 됐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마초라고나 할까.

폴 뉴먼은 내가 아는 한 가장 멋진 이마를 지닌 사나이다. 그의 긴 이마는 기분에 따라 쉽사리 찌그러지거나 펴지며 물결친다. 말하자면 그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못 하는 남자다. '내일을 향해 쏴라'(1969)에서 그 누구도 속일 수 있을 것처럼 놀라운 화술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그것이 결코 미워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내일을 향해 쏴라'에 이어 '스팅'(1973)에 이르기까지 로버트 레드포드와의 호흡은 정말 영화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런 그가 '컬러 오브 머니'에 다시 에디라는 같은 이름으로 출연해 왕년의 그와 똑같은 느낌의 톰 크루즈를 대하는 모습은 무척 묘했다. 젊었을 적 그가 그토록 증오했던 성인이 된 것이다.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총동원하는 '허드서커 대리인'(1994)의 이사 역할은 또 어떤가.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굵은 시거를 피우며 웃어대는 그 모습은 결코 넘어서지 못하는 거대한 벽 같은 것이다.

그렇게 그는 완전히 상반되는 두 이미지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젊었을 때와 늙었을 때, 그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랑받았다. 폴 뉴먼의 죽음은 할리우드의 위대했던 한 시대가 마감했음을 알리는 우울한 상징이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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