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불황속 '트로트 전성시대' 부활하나?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8.10.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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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를 찾아라, 대박을 터뜨려라!

지난 수개월간 많은 가요 제작자들은 실제로 트로트 음반 제작을 한번쯤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고 트로트 가수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요 불황이 지속되자 그 돌파구로 마련한 기획물은 트로트 장르였다. 최근, 젊은 가수들이 보여준 트로트 장르의 파급 효과가 국민적인 붐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였다. 현철, 태진아, 송대관은 세대를 떠나 인기를 모으고 있을 만큼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는 것도 트로트 음반 제작 붐의 불을 지피는 기반이 된 것이다.


웬만한 축제나 행사 무대에서 트로트 장르가 빠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도 큰 몫을 했다. 트로트 장르가 상대적으로 우리 정서에 맞고 쉽게 따라부르거나 여흥을 무르익게 하는 최고의 가락임이 실생활에서 입증되었으니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고민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회정서상 트롯이 '뽕짝'으로 불리며 다소 저급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오늘의 트로트는 가요의 한 장르로 튼튼하게 밀착된 사실을 이제는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장윤정 박현빈이 상대적으로 젊어진 트로트 음악으로 팬층을 넓혀 놓음으로써, 주류 제작자들마저도 트로트 가수 양상 체제에 돌입한 것은 향후 트로트 시장의 볼륨을 더욱 키우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가요 전체 시장으로 볼 때 댄스와 힙합음악은 10, 20대 팬층의 전유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어진 트렌드를 표방하고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 이들의 활약과 선풍적인 유행은 제작자들로 하여금 젊은 팬층을 사로잡는 트로트 음반 제작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했다. 대박을 노리는 음반 제작자들에게 음반 판매는 요원하고, 행사 시장 공략을 위한 맞춤격 신세대 트로트 제작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하게 쏟아지는 트로트 음반

장윤정의 '어머나'는 2005년 가요계 최대 이슈였다. 그간 숨을 죽였던 트로트 음악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어머나'의 파급 효과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책으로도 출간 될 정도로 장윤정의 '어머나' 신드롬은 그 이후 트로트 가수들이 활개를 치는 토양을 제공했다.

그 바통을 박현빈이 받았다. 클래식을 전공한 성악도 박현빈은 '빠라빠빠'로 주목을 받은 뒤, '곤드레만드레'로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장윤정, 박현빈이 일군 트로트 음악 붐은 다양한 스타일의 가수들을 대거 시장으로 선보이게 했다.

섹시 댄스그룹으로 오인할 만큼 미모의 여성그룹들이 출현했다. 트로트 댄스그룹 'LPG'와 '아이리스'가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개그콘서트 개그우먼 출신의 쌍둥이 그룹 '윙크'와 '뚜띠' 역시 80년대를 풍미한 '토끼소녀'의 향수를 자아내며 눈길을 끌었고 강변가요제 출신의 '청금'도 트로트 음악 대열에 들어서며 변신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트로트 사상 최초로 남성 4인조 댄스 트로트 그룹이 탄생되기도 했다. 싱글음반을 발표한 '트로트 나이트 킹'은 유럽 발 신세대 문화코드인 테크토닉 댄스 음악을 접목시켜 트로트 음악을 진화시켰다.

주류 제작자들이 발굴한 트로트 가수들은 이미 트레이닝 과정을 끝내고 제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할 때 향후, 더욱 진화된 트로트 컨텐츠들이 대거 양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상업적 집착만으로 트로트 음악 발전 없다.

사회정서상 트로트 음악이 과거 '뽕짝'으로 불리며 다소 저급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오늘의 트로트 음악은 가요의 한 장르로 튼튼하게 밀착된 사실을 이제는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타 장르에 비해 여전히 음악적 위상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열을 올리고 있는 트로트 제작자들이 '히트곡 하나면 대박이다.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는 논리는 이 같은 문제를 더욱 골깊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트로트의 범 발전적 풍토는 가수를 '행사용'이 아니라, 뮤지션이라는 인식을 심어놓을 필요가 있다. 결국 그러한 논리가 선행되지 않는 한, 트로트 음악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나 다름없다. 트로트 가수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 '행사용'이 아니라, 뮤지션으로서의 자질을 키우는 일은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는 아이보리색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그때 그사람'을 읊조린 여대생 '심수봉'이 있었다. 우리시대의 작가 김훈은 가수 심수봉을 두고 '결핍을 채우는 목소리'라 평가했다. 트로트 음악이 우리 곁에서 진정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일은 '일회성 기획'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심금을 울리는 컨텐츠의 힘이라는 진리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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