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 "손예진 베드신 대역? 나랑 했는데 무슨"(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10.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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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진 songhj@


김주혁은 안방과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다른 배우이다. 안방극장에서는 섹시하고 까칠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역을 주로 소화한 반면 스크린에서는 소심하고 찌질한 남자 역으로 깊은 인상을 줬다.

김주혁이 마초와 찌질남, 맞닿을 수 없는 극단을 연기하는 것은 그의 실제 성격과 상통한다. 자기 사람이 되기 전까지 철저히 거리를 두다가 자기 사람이 되는 순간부터 처절하게 이어지는 장난기. TV와 영화는 이 배우의 양면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


23일 개봉을 앞둔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제작 주피터필름)에 김주혁은 역시 영화 속에서 소통되는 이미지로 등장했다. 아내가 자신을 두고 또 결혼하는데도 결국 받아들이는 한심한 남자.

하지만 이 남자는 김주혁이 표현하기에 공감되며, 김주혁이 연기하기에 남자들을 열 받게 만든다. 그건 김주혁이 마초와 찌질이가 아닌 대한민국 평균 남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에 대해 남자 관객들의 반응이 대부분 비슷하던데. 특히 유부남들은.


▶그렇더라. 결혼한 남자들은 다 똑같더라. 정말 재미있지만 왠지 열 받는다는.(웃음) 나 역시 처음에는 하기 싫었다. 열 받아서. 욕도 많이 먹을 것 같고. 그런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공감되고 해보자고 했다. 완전히 이해하고 들어간 것은 아니다.

-그런 남자를 촬영하면서 이해하게 되던가.

▶어느 순간 내가 왜 그러나 싶더라. 그런 상황에 처한 내가 ‘쪽’팔리기도 하고. 이 영화하면서는 한 가지만 준비했다. 대한민국 평균 남자인 내가 어느 순간 이 남자 행동을 이해하게 되는지 그 감정을 따라가 보자고 했다. 그렇게 되더라.

뭐, 이 영화는 이해하려 하면 안된다. 그냥 재밌는 영화 재미있게 보면 된다. 재밌지 않았나.(웃음)

-베드신에서 손예진이 대역을 썼다는 소리도 무성하던데.

▶그게 억울한 것이다. 내가 했는데 무슨. 대역 없이 실제로 다 소화했다. 다만 뭐랄까 실제와 다른 연기니깐 그래서 어렵고 다르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은 든다.

-손예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좋았다. 서로 주고 받는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는 배우니깐. 뭘 해야 하는지도 알고. 현장에서 서로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스태프들이 이제 그만 하고 촬영 좀 하자고 한 적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멋진 남자로 등장하는 반면 영화에서는 찌질남을 맡은 게 인상 깊었는데.

▶전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영화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알잖나 4개 엎어진 거. ‘광식이 동생 광태’는 정말 찌질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은 소심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여자를 더 사랑했던 것일 뿐. 그런 상황에서 그 여자를 버리면 마초이고, 영화 같은 선택을 하면 찌질이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연애는 더 좋아하면 지는 ‘게임’이라는 이야기인데.

▶글쎄, 져주는 게 이기는 게 아닐까. 이 영화에서 내가 맡은 역도 그랬다. 실제 나라면 그 남자에게 가라고 했을 것이다.

-영화처럼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안될 것은 없지 않나. 관념 차이가 문제지.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괜찮고 여자는 안된다는 소리는 말이 안된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했다고 결혼관이 바뀌거나 그런 것은 없다. 나도 열받았다니깐.

-김주혁이란 배우는 주로 상대역, 특히 여자배우를 돋보이게 하는데.

▶남을 빛내야 나도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멀리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 마인드는 바뀌지 않는다.

-친한 사람들 외에는 거리를 두는 성격인데. 아버지와 친분 있는 사람들부터 두루두루 인연을 맺었으면 지금보다 일을 하기가 더 쉬었을 것이란 생각은 해본 적 없나.

▶뭐든 면에서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다. 웬만하면 속에 담아둔다. 거리를 두는 편이기도 하고. 술을 잘 못하니깐 그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내가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편이다. 정치적이고 계산적이지 못하고.

필요에 의해 접근하지도 못하고. 높은 사람들보다 스태프가 훨씬 편하고 좋다. 장난도 치고 놀아야 하는데 어른들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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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진 songhj@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를 원한 적은 없나.

▶조급증은 없다. 높지만 완만한 산을 천천히 올라가고 또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 그래야 차곡차곡 쌓이는 밀도도 생기고. 언젠가 일일, 주말, 이런 걸 내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안주하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준비하던 작품이 계속 엎어졌는데도 조급하지는 않았나.

▶준비하던 시간은 아까웠다.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좋았잖아. 연기는 계속 해야 한다. 리듬을 가져야 하니.

-‘아내가 결혼했다’에 가장 감정 연기가 힘들었던 순간은.

▶손예진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앞두고 걱정되더라. 그런 감정을 모르니깐. 질투? 나라고 없겠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사귄다고 차이기도 했고. 표현을 안할 뿐이지. 그런데 실제 촬영에 들어가니 신기하게 그 감정대로 연기가 되더라.

-나이도 있는데 오랜 연인과 결혼을 안하니 온갖 루머가 도는데.

▶신경 안쓴다. 인터넷도 다큐멘터리 다운 받을 때나 쓴다. 알고 사는 게 불행하다면 모르게 행복한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결혼 이야기 안해 본 것은 아니다. 난 독신주의자가 아니다. 애를 생각하면 늦었지만 또 나를 볼 때는 안늦은 것 같기도 하고.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이야기로 남기고 싶다. 아직은.

-배우로 목표가 있다면.

▶마흔 다섯 쯤 됐을 때 우리나라에서 좋은 배우란 소리 듣고 싶다. 잘 산 배우란 소리 듣고 싶고. 더 늙어서도 열정 있는 배우라는 소리 듣고 싶다. ‘데드 맨 워킹’의 숀 펜을 보고 소름이 돋은 적이 있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사는데 그렇게 소름 끼치는 연기 한 번 못하면 되겠냐는 생각이 있다. 이름 석 자는 남겨야지. 뭐 이런 생각은 집에서 연기 하나만 보고 자랐고 나 역시 하나 밖에 모르기 때문에 생긴 것 같다.

-지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삶의 경험. 우여곡절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 같다. 사회생활이 단점이라니깐.(웃음) 그래서 다큐멘터리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남의 삶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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