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 "필승! 오늘, 해병대 입대를 명받았습니다"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8.10.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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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20일 오후 2시면 뮤지션 이정(26. 본명 이정희)은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 훈련소로 입대한다.

현역 유명 연예인이 해병대로 입대하는 경우는 아마 가수 남진 이후에 처음일 것이다. 남진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작곡가 한동훈을 만나 1965년 '서울의 플레이보이'로 데뷔한 후 '울려고 내가 왔나' '가슴 아프게'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국민 스타로 떠올랐다. 1966년 영화 '형수'로 데뷔해 '가슴 아프게' '춘향전' 등 수십편의 영화에도 출연할 만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남진은 1968년 해병대로 입대해 또다시 국민적 화제를 모았다.


그 이후, 연예계는 현역으로 활동중인 연예인이 해병대에 입대한 경우가 전무했다. 뮤지션 이정의 해병대 입대는 그런 점에서 팬들의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뮤지션 이정의 해병대 자원 입대는 자신의 음악적 변화를 스스로 공공히 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필자가 이정을 처음 본 것은 2001년 연말 무렵이었다. 이듬해 3월 보컬 그룹 '세븐데이즈(7Dayz)'라는 음반 발표를 앞둔 상황이었다. 당시 그 음반을 홍보하기 위해 그를 만났다. 강인한 인상과 다부진 체격, 말수가 없었던 이정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은근히 압도할 만큼 무게감이 있었다. 외형적인 그의 인상적인 분위기보다 더 심상찮았던 것은 그의 음악적 내공이었다. 스무살을 갓 넘긴 그의 작곡 실력과 가창의 수준은 기성 뮤지션들을 압도할 만큼 가능성이 농후했다. 특히 이정의 솔 보컬은 김건모보다 결코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음악적 이음새는 가슴이 벅찰 만큼 촘촘했다.


이정이 이끌었던 '세븐데이즈'의 음악적 근성은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무대만 마련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더욱 빛났다. 이정은 '세븐데이즈'로 활동하면서 한 지인의 결혼식 축가에 오른 적이 있었다. 교회에서 결혼식이 열렸는데 준비해간 반주음반을 사용할 수 없다는 교회측의 통보를 받았다. 교회 측은 가스펠송이 아니면 교회에서 가요를 부를 수 없다는 말도 아울러 전했다. 이정은 멤버들과 상의 끝에 가스펠송을 현장에서 아카펠라 음악으로 편곡해 결혼식장을 열기로 뒤집어 놓은 적이 있었다. 그만큼 준비된 그룹이었다. 그 후 이정은 솔로로, 서재호와 하동균은 '원티드'의 멤버로 할동하면서 음악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애석하게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서재호의 죽음은 이정에게도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2003년 초 겨울, 압구정의 한 식당에서 다시 이정을 만났다. 세븐데이즈 활동이 끝나고, 새로운 소속사로 진로를 정했다며 만난 자리였다. 당시, 필자는 이정이 조만간 가요계에서 가장 큰 일을 낼 뮤지션이라 굳게 믿었다. 이미 적잖은 음악팬들이 그의 행보에 촉각을 세울 만큼 그의 걸출한 보컬은 회자되고 있었기 때문에 뮤지션으로서의 위상은 이제 시간문제라 생각했다. 눈보라가 무서울 정도로 휘몰아치던 날, 멀어져가는 이정의 뒷모습은 결연해 보였다. 그해 8월 여름, 이정은 1집 음반을 발표했다. 의외의 음악과 이정의 행보에 다소 놀랐다. 제대로 된 솔 풍의 R&B곡을 들고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타이틀곡 '다신'은 댄스에 가까운 곡이었다. 그의 1집 음반의 음악들은 화려한 비주얼과 장외 홍보로 오히려 그의 음악적 무게감을 떨어뜨려 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정은 덕분에 대중적 인지도를 기대 이상으로 올려놓았을지 모르지만, 그의 음악적 깊이와 질감을 대중의 가슴에 깊숙이 천착시키는 데는 다소 모자람이 있었다. 그 후로도 이정은 시트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함으로써 그의 음악적 감도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렸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존재감에 대한 이미지를 다른 곳으로 소진시킴으로써 온전한 뮤지션으로서의 기대를 심는 데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정은 그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간 그가 꿈꾸던 음악적 소통방식의 실패 원인을 가슴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이정의 해병대 입대는 온전히 그의 음악적 이정표로 직결될 것이다. 아마도 제대 후에 펼쳐질 이정의 음악적 행보는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음악으로 오롯이 채워질 것이다. 가수로서의 이미지 소진을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음악적 진전의 모색도 아울러 차분히 계획하고 있었다. 믿음직스러웠다.

보컬리스트 이정의 새로운 음악적 전진을 기대케 하는 입대 전 날 밤은 그간 살아온 날과 앞으로의 음악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해병대 1080기로 입소하는 이정은 튼튼한 음악적 변신과 행보를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필자에게 한 말이 아니라, 그를 믿어주었던 팬들에게 꼭 전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일종의 '팬과의 약속'인 셈이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문화전문계간지'쿨투라'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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