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백인 액션기계, 제이슨 스태덤의 등장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입력 : 2008.10.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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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레날린24'(2006)에서 악당들은 그를 향해 '백인 깜둥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정신 나간 카우보이'라고도 말한다. 과격하고 오직 앞만 보며 질주하는 마초 터프가이, 그리고 장 클로드 반담과 스티븐 시걸 이후 정교한 무술을 몸에 익힌 백인 액션배우의 가장 참신한 현재형이 바로 제이슨 스태덤이다.

최근 국내 개봉한 액션영화 '데스 레이스'와 연달아 곧 개봉할 '뱅크 잡'에 이르기까지, 그는 장 클로드 반담이나 스티븐 시걸 같은 백인 액션스타들이 주류 영화계에서 완전히 도태된 상황에서 거의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트랜스포터'(2002)로 홍콩 액션스타들보다 더 웰메이드한 쿵후를 구사하는 거구의 백인 배우가 등장했을 때, 그것이 일종의 신선한 충격이었다면 어느덧 그는 가장 비싼 액션배우 중 하나가 됐다.


제이슨 스태덤은 장 클로드 반담이나 스티븐 시걸처럼 원래 무술을 배운 배우는 아니었다. 197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오래도록 다이빙 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탁월한 운동감각을 지닌 배우 지망생이었을 뿐이다. 가이 리치의 눈에 띄어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로 데뷔한 그는 다시 가이 리치의 '스내치'(2000)에 연달아 출연했지만, 딱히 전형적 마초형 마스크와 달리 액션배우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존 카펜터의 '화성의 유령들'(2001)에서도 딱히 액션 연기를 하진 않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액션 연기를 꿈꾸게 된 건 바로 이연걸과 함께한 '더 원'(2001)에서였다. 그는 평소 이연걸의 대부분의 영화를 찾아본 열성팬이었다. '더 원'에서 이연걸을 추적하는 요원으로 나온 그는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액션연기를 펼쳤다고 하긴 힘들지만, 이연걸은 물론 이후 '트랜스포터'에서 다시 무술감독 원규를 만나 자신의 잠든 액션 본능을 일깨울 수 있었다. 원규는 그에게 그냥 상체를 이용한 액션만 가르치려 했으나 액션연기에 욕심이 난 제이슨 스타뎀은 발기술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변변한 도장에서 무술을 익혀본 적도 없는 그가, 거의 맨땅에 헤딩하듯 무술을 익혀 '트랜스포터'를 완성한 것은 거의 기적같은 일이다.

그는 거의 덩치 큰 백인 이연걸이다. '황비홍'(1991) 시리즈에서 이연걸이 물 먹인 천을 봉처럼 휘두르는 장면을, 그가 '트랜스포터 엑스트림'(2005)에서 기다란 소방 호스로 해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전형적인 백인이 목에 수건을 두르고 능숙한 젓가락질로 김치를 먹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 동작은 군더더기가 없고 파괴력은 넘친다. 이연걸의 단짝이기도 했던 원규는 그를 완전한 액션기계로 만들었다. 원규는 자신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작이라 할 수 있는 '트랜스포터'의 주인공으로 그를 내세웠고, '트랜스포터' 이전까지 그가 전혀 발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 성장은 놀랍다.


원규는 이후 이연걸의 할리우드 작품들인 '로미오 머스트 다이', 그리고 이연걸과 제이슨 스타뎀이 함께 주연을 맡은 최근작 '워'의 무술감독도 맡았다. 여기서 뤽 베송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키스 오브 드래곤'을 통해 이후 이연걸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임했던 뤽 베송이 그 후계자로 지목한 인물이 바로 제이슨 스태덤이기 때문이다.

제이슨 스태덤이 이연걸과 다시 만난 '워'(2007. 사진)가 흥행적으로나 비평적으로 고전했다는 사실은 불길한 적신호다. 하지만 폴 앤더슨의 '데스 레이스', 로저 도널드슨의 '뱅크 잡' 등 명망 있는 감독들과 계속 작업하고 있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데스 레이스'는 근래 보기 드문 활력을 선사하는 수작이다. 내년 개봉예정인 '이탈리안 잡'(2003)의 속편인 '브라질리언 잡'이 개봉하면 그는 더 큰 배우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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