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연기, 움짤..요즘 드라마 욕하면서 본다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8.10.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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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넘어 입도 바쁘게 만든다. 보고 듣는 것이야 드라마를 보자면 당연히 해야 할 일. 여기에 누군가와 함께 본다면 함께 보는 이와, 혼자라면 혼잣말로 쉴 새 없이 드라마를 '욕'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드라마들이 다양한 매력으로 두루 인기를 끄는 한편, 남녀노소를 넘나들며 욕까지 듣고 있다. 여러모로 이슈의 중심에 선 요즘 드라마를 들여봤다.


◆ 소재들만 모아놓으면 콩가루 사회, 살벌한 드라마들

"가족이 모여 함께 볼 만한 드라마가 없다."

최근 가장 많이 들려오는 소리다. 실생활이라면 하나만으로도 끔찍할 일들이 한 작품 안에서 수도 없이 등장한다. 불치병이나 불륜 등 여러 치정은 기본, 출생의 비밀과 혼전임신, 심각한 인격모독 등도 아무렇지 않게 이뤄진다.


좀 집중하고 볼라치면 시청가능 수위를 의심하게 하는 농도 짙은 애정 표현이 튀어 나와 가족 간에 본의 아닌 분열을 일으킨다. 아무렇지 않게 "내 집 운전기사와 사돈 맺긴 싫다"며 "아이를 지워"라고 말하는 데서는 '돈이 최고구나' 싶은 한편 생명경시에 대한 씁쓸함도 남는다.

이에 대해 김수현 작가는 최근 팬미팅 자리에서 "요즘 어쩌다가 후배들의 시놉시스를 볼 수가 있는데 얼마나 무시무시한 게 많은지 그걸로 쓰라면 나라면 7~8개는 쓸 수 있을 듯하다"며 "그런다고 시청률이 나오나?"고 꼬집었다.

시청자는 "드라마에 현실성이 없어졌다", "드라마 병폐가 심각하다"며 드라마의 내용을 넘어 '윤리성'에 대해 회의감을 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자체 모니터링과 시청자의 진정을 바탕으로 활발한 심의를 펼치고 있지만 어느새 대세를 이뤄버린 세태를 바로 잡는 것은 쉽지 않다.

드라마가 '현실의 반영'이라는 의미를 잃고 인기에 목매어 자극성으로 소구하게 됐다. "뭐 저런 드라마가 다 있어?!"라면서도 봐주는 시청자 덕이겠지만 욕하면서도 보는 마음, 보고 듣는 눈과 귀가 썩 즐겁지만은 않다.

◆ 드라마 속 배우 "기본은 갖춰라"

요즘 드라마 게시판에서 '발 연기'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됐다. 엉망인 연기를 두고 발로 연기한다고 칭하게 된 것이다.

몇몇 연기자는 우물우물 불분명한 발음과 부자연스러운 대사 처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대로 몇몇은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발음 논란에 오를 일은 없겠지만 지나친 의욕으로 대사가 감정 없이 국어책 읽듯 전달되고 만다. 시청자는 "대사 전달은 연기의 기본"이라며 "기본도 안 된 연기자가 주연이라고 드라마를 망치고 있다"고 혹평했다.

또 어설픈 연기도 요즘 드라마 속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일부 연기자는 상대와 전혀 맞지 않는 연기 호흡을 자랑하며 드라마의 흐름을 뚝뚝 끊어준다. 어설프게 쓰러지는 모습 등은 일명 '움짤'(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짧은 영상)로 돌며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된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 한 드라마 관계자는 "요즘은 연기를 하는 배우보다 인기를 찾는 연예인들이 더 많아진 것 아닌지 우려 된다"며 "기본을 잊지 말고 제대로 된 소양을 갖춘 인재가 아쉽다"고 밝혔다.

시청자는 이러한 연기력 논란에 대해 "어설픈 연기에 드라마에 집중이 안 된다", "어색한 연기에 슬픈 상황인데도 웃기다"며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드라마는 연기 연습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고 질타했다.

"이래서 빼고 저래서 빼면 요즘 드라마 볼 게 없다"라서 혹은 "이것만 빼면 나머지는 재밌으니까"여서 어쨌든 결국 욕하면서도 드라마는 본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 요즘 드라마는 인기 몸살 뿐 아니라 논란 속 질타로 인한 몸살도 동시에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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