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팬 UCC 무한진화 "우린 이러고 놀아"

김정주 인턴기자 / 입력 : 2008.10.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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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세상에 UCC(사용자 손수제작물) 바람이 거세다. 최근 인기 드라마를 중심으로 관련 UCC 콘텐츠가 무섭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각종 패러디 포스터, 합성 만화, 주인공 미니홈피 등을 제작하며 드라마의 재미를 두 배로 즐기고 있다. 해당 드라마 홈페이지에 UCC를 올릴 수 있는 코너를 따로 마련해 네티즌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월화 드라마 SBS '타짜'와 MBC '에덴의 동쪽'은 재치 넘치는 패러디 포스터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타짜' 홈페이지 UCC 코너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패러디물이 많다. 만화, 패러디 동영상, 마음대로 쓰는 시나리오 등 각종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패러디 포스터. '큐주'라는 아이디의 시청자가 올린 패러디 포스터는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의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한 '꽃보다 구라'는 정마담, 평경장, 아귀, 고광열 등 주인공들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포스터 밑에는 '2009년 가을. 꽃보다 아름다운 미중년 타짜들이 온다'는 문구로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를 따라한 '난숙이 오빠 광태'도 유머가 돋보인다. 난숙과 그의 오빠 광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찌질이 오빠를 둔 여동생들이 알아야할 막장 인생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목을 달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패러디한 '아귀는 프라다를 입는다'에는 패셔너블한 타짜 아귀와 정마담을 모델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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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질세라 '에덴의 동쪽'도 패러디 포스터를 쏟아냈다. 영화 '우리형'을 본 따 '맘대로 부를 수 없는 우리형', '기억나? 우리 그 땐 참 많이 싸웠었어'라는 문구와 함께 동철(송승헌 분)과 명훈(박해진)의 얼굴을 합성했다.

실감나는 악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신태환(조민기 분)을 주인공으로 한 포스터도 눈에 띈다. '공공의 적'을 패러디한 '공공의 적 1-1 신태환'은 동철과 태환의 사진을 대비시켜 두 사람의 악연으로 얽혀 있는 두 사람의 상황을 표현했다. '국자커플'도 빼놓을 수 없다. '6년 째 연애중'을 패러디한 '3년 째 거부중'과 '너는 내 운명'을 패러디한 '너는 내 국자' 등은 안타까운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나타냈다.

드라마 장면을 캡쳐한 후 말풍선에 코믹한 대사를 집어넣는 '미니 툰'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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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 드라마 SBS '바람의 화원'과 MBC '베토벤 바이러스'는 UCC 전성시대를 맞았다. '바람의 화원'은 36종의 패러디 포스터에 이어 열혈 시청자들이 그린 그림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팬들은 드라마의 한 장면을 흡사하게 그려낸 그림을 해당 홈페이지에 올리며 그림 대결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 문근영의 100가지 표정을 담아 화제를 모은 네티즌 '후크선장'을 비롯해 많은 네티즌들이 이에 동참했다. 특히 신윤복의 웃는 모습이나 홍도와 윤복이 서로의 얼굴에 붓질을 한 후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장면이 그림으로 재탄생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펜은 물론 그림판, 포토샵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자랑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일명 '똥덩어리 바이러스' 동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강마에 역을 맡은 김명민이 첼로 연주자 송옥숙에게 "똥덩어리"라고 외치자 송옥숙이 "내가 왜?"라고 되묻는 장면이 합성된 이 동영상은 벌써 6탄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다.

그 중 '똥덩어리 바이러스4 -똥똥똥'은 영화 '놈놈놈'의 OST를 배경으로 강마에가 단원들에게 "늙은 똥덩어리", "젊은 똥덩어리", "회사다니는 똥덩어리" 등 독설을 퍼붓는 장면을 절묘하게 합성해 네티즌들의 배꼽을 잡게했다.

강건우(장근석 분)가 지휘하는 장면에 테크토닉 음악을 덧입힌 일명 '지휘토닉'도 압권이다. 어색한 표정으로 지휘하는 강건우에게 강마에의 독설이 끼어드는 이 영상은 마지막에 강마에가 "나가"라는 한 마디로 큰 웃음을 줬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주인공의 이름을 딴 싸이월드 미니홈피까지 만들어졌다. 강마에, 두루미, 콜리견 베토벤의 실제 미니홈피가 생성된 것. 그동안 미니홈피를 변형해 만든 이미지 파일이 유행한 적은 있지만 실제 미니홈피가 만들어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니홈피의 사진과 댓글들은 주인공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만들어진 탓에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

이 같은 참여는 1990년대 말 PC통신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98년 방송된 KBS '거짓말'은 그 해 천리안에 소모임이 개설됐고 국내 방송사상 최초로 드라마 동호회와 관련 홈페이지가 탄생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 후 '폐인'이라 불리는 드라마 애청자들은 명장면 이미지와 각종 동영상 캡처 사진 등을 만들어 내며 인터넷 게시판을 수놓았다. MBC '네 멋대로 해라'(2002), MBC '다모'(2003), MBC '아일랜드'(2004),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등이 폐인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드라마다. KBS1 '불멸의 이순신'은 '주간수군'이라는 온라인 소식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해당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하고 팬페이지를 만들며 각종 패러디물을 양산해 냈으나 지금처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네티즌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무한히 진화한 셈.

드라마를 사랑하는 네티즌들의 패러디 놀이는 앞으로도 인터넷의 발전과 맞물려 다양한 방식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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