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목격담 열전..새로운 놀이문화 '댓글'

김정주 인턴기자 / 입력 : 2008.10.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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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을 캡처한 것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의 황당하고 엽기 발랄한 댓글 놀이가 한창이다. 네티즌들은 게시물 바로 밑에 댓글을 달며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한다. 이들이 남긴 댓글은 촌철살인의 한 마디가 되기도 하고 웃음을 주는 놀이의 장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 연예인 목격담을 이야기한 댓글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남대문 시장에서 SS501의 리더 김현중을 봤다는 한 네티즌은 당시 목격담을 자세히 소개하며 사진과 친필 사인을 함께 올렸다. 글을 본 네티즌은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며 자신은 서울에 촬영 온 중국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와 사진을 찍었다고 자랑했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가면 휴잭맨, 저우제룬(주걸륜)의 '직찍'(직접찍은 사진)도 있다며 주소까지 남겼다.

이에 자신도 연예인을 봤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그건 아무것도 아님. 난 우리 아파트에 소지섭, 한채영, 동방신기, 윤정수 등등 다 살고 뒷집에 이효리랑 윤은혜도 삼"이라고 말했다. 질투심을 느낀 네티즌들은 연예인과 마주쳤던 짧은 인연까지 털어놨다.

네티즌들은 "그건 아무것도 아님. 난 엄앵란하고 안아봄", "그건 아무것도 아님. 난 오광록이 내 발 밟음", "그건 아무것도 아님. 난 이정이랑 눈 마주치고 서로 놀라서 헛 했음", "그건 아무것도 아님. 난 조춘 아저씨가 우리 유치원에 와서 차력하는 것도 봤음", "그건 아무것도 아님. 예전 섬마을 선생님 촬영당시 섬으로 들어가는 배에서 김민종, 이동욱과 맞담배 폈음", "그건 아무것도 아님. 난 생일날 나이트가서 에릭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음", "난 이선균, 신애랑 눈 마주쳤는데 내가 모른 척 했음", "그건 아무것도 아님. 난 88올림픽 때 100만 관객 앞에서 호돌이가 안아줬음" 등 스쳐지나간 만남들을 소개했다.


웃음을 참지 못한 네티즌들은 "최불암 시리즈 이후 최고의 시리즈"라고 감탄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에 기사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댓글을 다는 놀이도 인기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답글이 이어지다 보면 전혀다른 주제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8월 31일 30억 원짜리 케이트 모스 황금상이 만들어졌다는 기사가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되자 가격에 놀란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았다.

수많은 댓글 중 유독 조회 수가 높은 댓글이 있었으니 제목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님'. 제목을 클릭하면 "찐빵을 사먹었는데 팥이 없음"이라는 뜬금없는 내용이 등장한다. 네티즌들은 "간짜장 시켰는데 면이 없음", "한강에 갔는데 괴물이 없음", "앨범을 샀는데 노래가 없음", "치킨을 샀는데 뼈만 있음" 등의 유머로 맞받아쳤다.

재치있는 네티즌들의 드라마 패러디 댓글도 눈에 띈다. 지난 15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 대 아랍에미리트의 경기 중계로 MBC '베토벤 바이러스'가 결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게시판에는 주인공 강마에(김명민 분)의 말투로 항의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누구 맘대로 결방입니까", "결방! 못 하겠습니다", "축구? 나가세요", "베바는 내 소중한 시간입니다. 내껍니다", "당신들 결방 못합니다", "시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와도 월권 못합니다" 등의 댓글이 그것이다.

반어법으로 댓글을 다는 놀이도 유행이다. 7일 한 포털사이트에 주택담보 대출이 오르고 있다는 기사에 네티즌들은 악플이 아닌 선플을 달았다. "국민요정 이명박 포에버", "금리 올려 서민들의 빚보증을 통한 내 집 마련에 일침을 가하신 이명박 사마 감사합니다", "이명박 정부 예뻐 죽겠다" 등의 반어적인 의견을 남겼다.

아무런 이유없이 댓글을 유도하기도 한다. "댓글놀이 시작! 나는 지금 노래를 듣고 있다"고 먼저 글을 남기면 또 바로 이어서 댓글을 다는 놀이다. "난 지금 EBS 듣는 척 하면서 채택 받으려고 글 쓰고 있다", "난 테크토닉을 춰봤다" 등 의미없는 댓글이 이어졌다. "포켓몬과 디지몬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을 올려 댓글놀이를 시작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나름대로 두 캐릭터를 치밀하게 분석해 의견을 내놨다.

냉소적이든 재미가 있든 댓글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다는 점에서 표현이 자유롭고 방법 또한 쉽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의 이 같은 댓글놀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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