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크레이그, 거친 마초로 재탄생한 본드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입력 : 2008.11.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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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블록버스터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고의 마초를 고르라면 단연 '007' 시리즈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다. 지난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피어스 브로스넌이 세련된 풍모의 신사였다면, 그는 온몸이 땀과 흙으로 뒤범벅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터프가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과거 본드 선배들의 '느끼한' 이미지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

별다른 신무기가 등장하지 않았던 '007 카지노 로얄'(2006)은 브로스넌의 마지막 본드 영화 '어나더데이'(2002)에 이르기까지 다소 황당하게 전개돼온 이 시리즈에 초심을 상기시키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그것은 본드의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키자는 의도와도 맞물렸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얼굴은 '블루 컬러'의 그것이다. 쉴 새 없이 상처가 생기고, 풀어 헤친 셔츠는 땀 냄새가 잔뜩 배어 있다. '007 카지노 로얄'은 물론 새로운 시리즈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대부분의 액션 신은 오직 질주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악당보다 더 거친 남자라고나 할까. 원래 '007' 시리즈는 언제나 Q라는 인물이 개발한 신무기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장면이 나오고, 그것은 꼭 본드가 적재적소에 사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기본적으로 무기를 따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하더라도 굳이 설명 따위는 듣지 않는다.

본드가 왜 이렇게 거친 마초의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일까. 마치 최근 몇 년간 (오히려 007의 후예라 할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의 맷 데이먼에 밀려 있던 첩보 스릴러/블록버스터 장르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것 같다. 그런 의도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 이르러서는 더욱 더 강화되어 '본 얼티메이텀'의 스턴트 코디네이터 댄 브래들리를 직접 불러오기도 했다.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한 번 노린 적은 절대 놓치지 않으며 살인면허를 '남용'하는 마초 본드의 이미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의 캐스팅은 적중했다. 날이 갈수록 '맥아리'를 잃어가던 007 시리즈는 그를 통해 완벽 부활했다. 그를 볼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감히 단순하게 말하자면 '독일군' 혹은 'KGB'다. 그의 얼굴에서 러시아 푸틴 전 총리의 모습을 읽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그의 얼굴은 태생적으로 마초다.


1968년 영국 체스터에서 태어난 그는 배우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런던에서 배고픈 날들을 보냈다. 잠은 친구 집 거실 바닥을 빌려 잤고 오래도록 가난한 배우 생활을 이어갔다. '파워 오브 원'(1992) 단역으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툼레이더2'(2001)에서 터프한 악당을 연기하면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후 '로드 투 퍼디션'(2002), '뮌헨'(2005) 등 늘 변함없이 진한 남성적 매력을 풍겼다.

하지만 그는 늘 힘만 쓰는 배우는 아니었다. '마더'(2003), '실비아'(2003), '레이어 케이크'(2004), '엔듀어링 러브'(2004)에서의 섬세한 그를 보고 있으면 지금의 본드가 맞나싶기도 하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이라면, 중요한 건 역시 배우로서의 기본기와 연기력이라는 점이다. 태생적인 외양이나 성질이 그 배우의 마초성이나 남성미를 크게 좌우하겠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풍부한 표현력을 갖춘 훌륭한 배우여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그가 새로운 본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그 자신의 부단한 노력과 인내 덕분일 것이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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