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른 형제 '바람의 화원' vs '미인도' 비교분석①

[★리포트]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8.11.05 10:56
  • 글자크기조절
image
'바람의 화원' 문근영(왼쪽), '미인도' 김민선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는 혜원 신윤복이 남장여자였다는 설정을 소재로 신윤복, 김홍도, 그리고 기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다.

과거 드라마 ' 황진이'와 영화 '황진이'가 같은 인물을 소재로 각각 기녀의 삶과 신여성의 삶을 그렸지만 드라마는 성공하고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같은 소재 다른 시각의 영화였지만 결국 관객들이 원하는 '황진이'에 대한 동일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람의 화원'과 '미인도'(감독 전윤수)는 단순히 신윤복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김홍도와 기녀의 사랑과 화원으로서의 삶 등 재미를 다양화했다. 그러나 두 작품은 분명 다른 색깔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두 작품을 비교해봤다.

이성애 vs 동성애

영화 '미인도'와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가장 엇갈리는 점은 이성애와 동성애 부분이다. '바람의 화원'은 방영 초 동성애 코드 논란이 일었다. 신윤복(문근영 분)이 기녀 정향(문채 원 분)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김홍도(박신양 분)가 신윤복이 남자라고 생각하면서도 감정이 끌리는 것을 그렸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이 순수한 동성애라고 볼 수는 없다. 신윤복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자라는 것을 감추고, 정향은 기녀지만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음악을 하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살지 못하는 삶을 동경하며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느끼는 감정도 같은 화원으로서의 존경심에서 시작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인도'에서 동성애 코드를 찾아볼 수 없다. '미인도'에는 가상의 인물 강두(김남길 분)가 등장한다. 신윤복(김민선 분)과 강무는 서로 사랑하고, 김홍도(김영호 분)는 신윤복이 여자임을 안 후 질투의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여기에 기녀 설화(추자현 분)는 김홍도와 신윤복 사이에서 복선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신윤복과 설화의 키스신이 등장하지만 이는 여자임을 감춰주기 위한 설화의 지략이었다.

'미인도' 과감히 벗어 vs '바람의 화원' 보일 듯 말듯

영화 '미인도'는 공개 전부터 과감한 노출의 베드신이 예상돼 대역논란이 일었다. 이에 전윤수 감독은 "김민선이 모든 것을 소화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영화는 김민선의 전라누드, 추자현의 상반신 누드 등의 과감한 노출과 수위 높은 베드신이 20분가량 등장한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수위의 베드신이다.

영화 초반 청나라에서 건너온 춘화를 재현하는 기녀들의 체위 재현 장면은 적나라함이 웬만한 에로비디오를 뛰어 넘는다. '음란서생'이 체위를 춘화로 보여줬다면 '미인도'는 그림을 실제로 재현하는 것이다.

특히 영화의 볼거리는 이를 감상하는 양반들과 기녀의 모습이다. 각종 체위가 재현될 때마다 이어지는 탄성과 흥분을 감추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풍경은 흥분감을 더한다.

김민선과 김남길이 선보이는 정사 장면은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게 다가온다. 가느라한 어깨끈을 내리는 동안 느껴지는 긴장감, 실크처럼 뻗은 부드러운 곡선의 몸을 만질 때마다 새어나오는 탄식과 경미한 경련은 그들의 사랑의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이에 반해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노출신이 없다. 최근 문근영의 목욕 신이 등장했지만 '미인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바람의 화원'은 정향과 신윤복의 두 번의 목욕신을 보여줬다. 정향의 목욕신은 사랑하는 정인인 신윤복을 두고 원치 않은 사람인 김조년에게 팔려가는 복잡한 심정을 안고 목욕을 하는 장면이었다. 매혹적인 어깨선을 드러내는 장면이었지만 복잡하고 아픈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더 강하게 다가왔다.

이에 반해 신윤복의 목욕신은 목욕 도중 여자임을 들킬까 노심초사하는 장면이었다. 한방을 쓰게 된 김홍도에 앞서 신윤복이 먼저 목욕을 하게 된 것이다. 문근영은 데뷔 후 처음 촬영한 목욕신에 대해 긴장되고 쑥스러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천재 화공 vs 천재 화공, 색다른 비하인드 스토리

'미인도'와 '바람의 화원'의 가장 큰 볼거리는 그림이다. 김홍도와 신윤복 화풍이 다른 두 천재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 드라마와 영화는 두 작품이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신윤복의 그림은 공간 안에서 몇 가지 코드를 삽입하는 것만으로도 여자들만 있을 수 있는 은밀한 공간처럼 느끼게 하는 상상력이 담겨 있다.

최근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재현했다. 신윤복은 도화서 화원 시험을 보던 날, 단오 놀이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기 위해 계곡에 가려 한다. 하지만 그곳은 금남의 공간이기 때문에, 여장을 하고 정향과 함께 그네를 타면서 바라본 계곡의 풍경과 여인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미인도'는 속화를 그리고 싶다는 신윤복의 요청에 강두가 좋은 것을 보여주겠다면 데려간 곳이 여인들이 목욕하는 계곡이었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풍경들을 화폭으로 옮김으로써 신윤복의 감정을 쫓아간다. 여기에 화폭 속 여인들의 노출을 실제로 감상하는 것은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외에도 '미인도'는 신윤복의 '월화정인' '연소답청' 등 다양한 그림을 영상과 소리로 생동감을 살렸다. 두 작품의 서로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감상하는 것이 색다른 매력이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