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미인도..점유율로 본 2008 한국영화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12.0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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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국영화계는 침체라는 긴 터널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극장 관객수는 2006년 이래 감소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차 판권 시장 복원은 각 영화 주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힘들었던 2008년 영화계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희망이 분명히 존재했다. CGV 한국영화 월별 집계를 통해 올해 한국영화와 한국영화계를 되돌아봤다.


#1월 50.2%: 관객은 줄었지만 '우생순'이 있어 행복했다

2월 설 연휴를 겨냥한 기대작들이 속속 1월 말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돌연 등장, 박스오피스를 석권했다. 1월 관객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2007년 12월 개봉작 중 2008년 1월에 100만명 이상 동원한 영화가 한 편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녀는 괴로워'나 '박물관이 살아있다' 등 통상 연말에 대작이 나와서 그 흥행이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지는 법인데 올 1월은 그런 영하가 한 편도 없었다.


때문에 관객은 12월 대비 18.3%가 줄었으나, 2007년 1월에 비해서는 18.9%가 감소했다. 그나마 '우생순'의 등장으로 텅 빈 극장은 막을 수 있었다.

'우생순'은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을 단숨에 국민적인 관심을 환기시켰을 뿐 아니라 한국영화 점유율을 12월에 비해 14.0%나 증가시키는 동력이 됐다. '우생순'은 1월에만 283만명을 모아 '디 워' 이후 한 달간 최다 관람 영화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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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9.1%: 설 영화 흥행 참패 속 '추격자'의 등장

2월 5일간의 설 연휴와 윤달로 상영일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2003년 2월 이후 2월 최저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는 설 연휴를 겨냥한 기대작들이 상당수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월 한국영화 점유율이 2007년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한 데는 '추격자'의 등장이 컸다. 밸런타인 데이에 개봉, 전국을 핏빛으로 물들인 '추격자'는 나홍진 감독과 김윤석, 하정우 시대를 활짝 열었다.

'추격자'는 명절과 방학 시즌에도 불구하고 2월에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돌풍을 일으켜 2007년 2월 '그놈 목소리'에 이어 좋은 범죄스릴러가 통한다는 공식도 만들어냈다.

#3월 46.3%: '추격자'의 롱런과 보릿고개의 시작

'추격자'의 흥행 돌풍은 3월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추격자' 외에 3월 중 백만명 이상 동원한 영화가 한국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단 한편도 없을 정도로 극장가는 텅 비기 시작했다.

개학과 맞물려 시작되는 극장가 보릿고개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관객은 2월에 비해 27.7%나 감소했다. 2006년을 기점으로 2년간 계속된 전국 관객수 하락도 이어졌다.

3월 개봉한 한국영화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추격자'가 한국영화 점유율 하락을 막았다.

#4월 23.1%, 최악의 극장 가뭄..공정위 극장 가격 담합 과징금 부가

4월은 전통적인 극장 비수기이지만 올해는 특히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았다. 3월에 비해서도 22.6%가 줄었으며, 지난해 4월에 비해서도 7.2%가 감소했다. 20만명 이상 동원한 영화가 단 2편에 불과했으며, 100만 이상 동원한 영화는 한편도 없었다.

의외의 복병인 외화 '테이큰'의 선전이 우울한 극장가를 달랬다.

4월 극장마다 이러다 고사하겠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 공정위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J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5개 배급사와 3개 멀티플렉스에 멤버십 할인 폐지와 가격 인상을 담합했다며 69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한 것이다.

극장측은 멤버십 할인 폐지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극장들을 위한 조치였으며, 영화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6년 동안 동결된 극장 요금 인상이 영화계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급부상한 것도 4월이 기점이 됐다.

#5월 7.8%: 할리우드 영화 피하려 온통 숨어버린 한국영화들

5월은 극장가 최고 성수기 중 하나지만 한국영화는 최악의 시기기도 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몰려오는 시기이기에 한국영화들은 눈물을 머금고 이 시기를 포기했다.

'아이언맨' '인디아나존스 4' '나니아연대기' 등 할리우드 외화 빅3가 극장가를 점령했다. 한국영화들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할리우드 영화 5월 공습에 백기를 든 모양새였다.

하지만 한줄기 위안이 프랑스 해변가에서 불어왔다. 칸국제영화제에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추격자'가 해외 영화인에게 주목을 끌었다. '놈놈놈'은 해외 각국에 선판매됐으며, '추격자'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리는 수확을 거뒀다.

#6월 25.5%: '강철중'의 등장..한국영화 반격 개시

'공공의 적' 3편인 '강철중'은 한국영화 반격의 신호탄이었다. '쿵푸 팬더' 등 여전히 할리우드 영화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강철중'은 이후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들에 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했다.

'강철중'은 440만 관객을 동원, '크로싱' '놈놈놈'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이에는 이'는 7~8월 한국영화 기대작에 힘을 실어줬다.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영화의 치열한 경쟁은 극장에 큰 활력을 줬다. 덕분에 6월 관객은 99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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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7.7%: '놈놈놈' 여름 극장가 강타

마침내 뚜껑을 연 '놈놈놈'의 기세는 무서웠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의 스타파워,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합체된 '놈놈놈'은 단숨에 한국영화 점유율을 끌어 올렸다.

비록 흥행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이에는 이' 등 한국영화들의 경쟁은 극장에 관객을 계속 불러 모았다. 7월 한 달 동안 100만명 이상 관객이 찾은 영화 6편 중 3편이 한국영화였다.

계속된 추락세였던 관객수는 다시 늘기 시작, 전국 관객이 6월에 비해 21.1%가 늘었다. '쿵푸 팬더'를 비롯해 '님스 아일랜드' '스페이스 침스' '도라에몽' 등 가족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도 추세 중 하나였다.

#8월 42.7%: '놈놈놈' 한편으론 '디 워' '화려한 휴가'만 못해

'놈놈놈'의 선전은 8월에도 계속 됐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한국영화들이 흥행에 부진, 지난해 '화려한 휴가'와 '디 워' 두 편이 1300만명을 동원한 쌍끌이 효과는 재현되지 못했다.

관객은 꾸준히 증가했으나 '디 워'와 '화려한 휴가' 등이 터졌던 지난해 8월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공포 기획영화인 '고사:피의 중간고사'의 깜짝 흥행도 8월에 의외의 성과였다. '고사'의 흥행 성공은 공포영화 시장이 염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 기획 영화의 또 다른 살 길을 암시했다.

외화 중에서는 '다크나이트'가 베트맨 시리즈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며, '미이라3'가 지방 관객을 압도하면서 흥행몰이를 일으켰다.

#9월 53.9%: '신기전' '영화는 영화다' 선전..'맘마미아' 돌풍

짧았던 연휴 탓인지 추석 특수는 없었다. 관객 감소가 시작되면서 4~8월까지 이어져 온 관객 증가세는 꺾였다. 1월부터 9월까지 관객수는 2007년에 비해 600만명, 2006년에 비해서는 천만명 가량 줄었다.

위안이 있다면 저예산 장르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의외의 흥행이었다. '신기전'은 예상된 흥행성과를 거뒀지만 '영화는 영화다'는 6억5000만원의 제작비로 150만명을 동원, 제작비 대비 막대한 흥행성과를 올렸다.

같은 날 개봉한 '신기전'과 '맘마미아'는 초반에는 각축을 벌였지만 '맘마미아'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위를 드러냈다. 특이한 점은 환경 다큐멘터리 '지구'가 20만명 이상을 동원, 다큐멘터리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10월 44.1%: 영진위-영화계 갈등 외부 노출

'이글아이'와 '맘마미아' 등 외화가 강세를 보였으나 10월 톱 10 중 '아내가 결혼했다' 등 6편이 한국영화였기에 점유율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시기 영화계 화제는 단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불거진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계의 갈등이었다.

강한섭 영진위원장이 영화제 기간 중 열린 컨퍼런스에서 "한국영화가 현재 대공황"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촉발된 불화는 국정감사까지 이어져 내내 영화계를 시끄럽게 했다.

영진위는 한국영화 부흥을 위해 800억원 상당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며, 이후 영진위가 영화계의 '핫 소스'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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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7.8%: '미인도' 선전 속 각종 시상식 눈길

10월과 11월, 관객 감소는 지난 4월에 필적할 만큼 두드러졌다. IMF 시절보다 관객이 더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다행히 '미인도'와 '앤티크'의 선전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화제는 단연 각종 영화 시상식이었다. 영평상과 청룡영화상, 12월4일 열린 대한민국영화대상까지 시상식 시즌이 이어지면서 올해 영화의 총 점검이 이뤄졌다.

'추격자'가 올해 28개 트로피를 휩쓸면서 최고의 영화로 떠올랐으며, 김윤석이 최고 배우로 급부상했다. 신인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12월 ?: '쌍화점' 선전할까..2009년을 기대하며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관객수가 지난해에 비해 660만명이 줄었으며, 2006년에 비해서는 1500만명이 감소했다.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한국영화도 '우생순' '추격자' '놈놈놈' '강철중' '고사' '영화는 영화다' '아내가 결혼했다' '미인도' 등 손에 꼽았다.

수익률 면에서는 지난 10년간 최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12월말 개봉하는 '쌍화점'을 비롯해 내년에는 박찬욱 등 유명 감독들의 신작이 상당수 대기 중이다. 영화계에서는 위기 속에서도 희망은 잃지 않는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영화는 긴 어둠 속을 달리고 있지만 터널의 끝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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