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우리 국조(國鳥)가 아직 없다니.."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8.12.10 09:00
  • 글자크기조절
image


자타가 인정하는 보컬리스트 박효신이 데뷔 이래 첫 홍보대사에 위촉된다. 이름을 알린 스타 연예인이라면 으레 홍보대사 타이틀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법이지만, 박효신은 그간 많은 홍보대사 제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거절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박효신이 자처한 홍보대사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0일 오전 10시 박효신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학송회(鶴松會) 홍보대사에 위촉될 예정이다. 학송회는 전국에서 50여 명의 시장, 군수, 구청장, 문화 기획자, 방송인, 기업인들이 함께 만든 단체로 '세계를 향한 비상, 미래를 향한 비상, 희망을 향한 비상'을 상징하는 국조로 학을 선정하고 또 학을 소재로 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을 주도하기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도 축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문화운동모임인 학송회 홍보대사로 임명되는 박효신은 아직 우리나라 국조가 없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던 모양이다. 미국은 독수리, 오스트리아는 제비, 인도는 공작, 일본은 꿩을 각국의 국조(國鳥)로 정해두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건국 60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국화인 무궁화만 존재할 뿐이다. 국조는 아예 선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간 우리는 국조 선정의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1964년 국조 선정 운동을 하면서 까치가 여론조사 1위에 올랐던 적이 있다. 90년 중반까지 까치와 비둘기는 국민 정서의 중심에 서 있었다. 현재 까치와 비둘기는 지방자치 단체를 상징하는 새로 선정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까치와 비둘기가 지난날 환대받았던 길조가 아니라 해로운 새로 천대 받고 있다는 점이다.

까치가 전국 농가의 적이 된 지 오래되었고 전선 위의 무법자로 전기 사고를 불러일으킨 공공의 적이 되었다. 까치가 불러온 피해액은 400여억원에 이르고 지난해 까치 퇴치 작전으로 40만마리가 넘는 까치가 살상되었다는 집계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비둘기 또한 마찬가지다. 배설물을 흩날리며 바이러스 감염을 불러일으키고 도심의 미관을 더럽히는 광경을 목격했다면 국조로서 부담스러운 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러한 문제점이 도출되자, 민간 문화운동 모임인 학송회가 최근 '건국 60년 국조 선정 범국민 추진 본부'를 구성해 18대 국회의원 299명을 상대로 국조 선정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110명의 국회의원들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응답자의 61%인 67명이 학을 꼽았고, 고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 봉황이 5명, 까치와 비둘기가 각각 3명, 삼족오(三足烏)가 2명 순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수 박효신은 국조로 '학'을 선정하는데 동참한 것이어서 여론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물론, 범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당면 과제가 남아있지만 학은 그 자태가 유려하고 고결하기로 정평나있는데다 길조여서 상당히 공감가는 대목이다.

가수로 화려한 데뷔와 줄곧 손에 꼽히는 보컬리스트로 앞만 보고 달려온 박효신의 첫 홍보대사 결정이 주목을 받고 있는 배경에는 40년을 넘게 국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쿨투라'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image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