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리얼버라이어티, 어떻게 '리얼'을 만드나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1.0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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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세바퀴'


'리얼 버라이어티'가 요즘 예능의 대세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 촬영장의 실제 상황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 안방으로 전달되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생생한 화면과 의외성, 스타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장르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달리는 SBS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이 일부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세세한 대본에 '리얼이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100% 대본이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방송국 예능 PD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방송 3사의 대표적 리얼 버라이어티의 '리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MBC '무한도전' "대본? 아예 없을 때도"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MBC '무한도전'에도 대본은 있다. 그러나 오프닝과 진행 사항이 적힌 형식적인 대본일 뿐, 출연자 별 대사와 지문이 적힌 여느 드라마나 시트콤의 대본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는 각종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공개된 '무한도전' 대본에는 유재석의 오프닝 등이 적혀 있지만 진행은 여섯 출연자의 몫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가이드에 가깝다. 녹화가 진행되다 보면 그마저도 돌출상황 때문에 잘 지켜지지도 않는다. 한 관계자는 "대본보다는 큐시트에 가까운 스케줄이 나온다"며 "일정 자체가 촬영 전날 결정되곤 해 아예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SBS '패밀리가 떴다' "흐름 파악용.. 그대로 안 돼"

리얼 버라이어티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는 출연진의 1박2일 시골 체험을 그린다. 공개된 대로 '패밀리가 떴다'에는 현지 조사 겸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정리한 대화체의 대본이 있다. 특히 대본이 공개된 3회 녹화 당시에는 초기인 만큼 출연진간 친분이 별로 없는 상태여서 제작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대로 방송이 진행되지도 않았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회당 A4 4매 용지 20회 분량의 대본은 흐름 파악용에 불과하다. 전체 방송분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적은 양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절대 대본대로 되는 경우는 없다"는 게 제작진의 말. 여러 출연진들이 뒤엉켜 촬영이 진행되는 탓에 대본과 방송은 큰 차이가 난다.

KBS '1박2일' "100% 중 30%? 그마저도…"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최근 박찬호 등 전에 없던 게스트까지 출연하며 더욱 피치를 올리고 있다. 각종 복불복 게임, 유자 먹기, 까나리 액젓 먹기 등이 각종 게임과 벌칙이 등장하는 '1박2일' 역시 대본이 있다.

공개된 대본에는 강호동의 오프닝과 진행 방향 등이 적혀 있다. 간단한 상황만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대본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작진에 따르면 '1박2일' 100% 중 30% 정도만 만든 상황, 그나마 제어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나 마음먹었던 대로 진행되는 건 그 중의 50%도 안 된다. 대본을 본 네티즌들도 "대본과 방송이 다르다"고 평가할 정도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스태프만 '스케줄 대본'"

가상 부부의 동거를 담아내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는 이른바 '스케줄 대본'을 이용한다. 대략적인 상황과 일정이 담긴 아우트라인이다. 그러나 제작진에 따르면 이는 스태프에게만 주어질 뿐, 출연자들에게는 대본이 없다. 출연자들은 매회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며 제작진이 마련한 상황에 놓일 뿐이다.

예를 들어 새로 등장한 강인과 이윤지에게는 도서관에서 만나 동대문 쇼핑몰에서 결혼식을 올리라는 미션이 주어지면 자동차 네비게이션으로 장소를 찾아가 미션을 수행한다. 스태프들은 스케줄 대본을 가이드 삼아 시시 때때 바뀌는 상황에 맞춰 촬영을 진행하는 식이다.

MBC '세바퀴' "어디로 튈지 몰라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세바퀴'에는 리얼 퀴즈쇼라는 설명이 어울린다. 남녀로 구성된 주부들의 퀴즈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돌발 고백이 튀어나오고 갖가지 상황이 벌어지는 '세바퀴'는 퀴즈쇼의 모습을 한 리얼 버라이어티, 혹은 리얼 토크쇼에 가깝다.

대본은 간단하다. 일례로 '겨울철 생각나는 음식'을 묻는 질문에 '경험담에 대한 토크 유도' 식의 설명이 달린다. 실제 녹화에선? 고구마 이야기가 나오다 출연자 장영란이 닭에 쪼인 경험 때문에 닭고기가 싫다고 하면, 이경실이 '나는 소한테 밟혔는데도 쇠고기 잘 먹는다'고 응수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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