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고', 망국은 살을 에는 추위같았다(현장스케치)

속초(강원)=문완식 기자 / 입력 : 2009.01.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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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의 이명우 PD, 낙랑공주 역 박민영, 최리 역 홍요섭 <사진=SBS>


"일국의 왕자를 망나니 취급하는가!"

망국의 장면은 살을 에는 추위만큼이나 처절했다. 아비를 그리고 백성을 버린 공주는 회한의 눈물의 흘리고 아비는 사위가 든 칼 앞에 목을 내민다.


15일 오후 4시.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한화리조트 인근에 위치한 ‘대조영세트장’내 ‘대위전’ 앞에는 오는 2월 16일 방송되는 SBS 드라마 ‘자명고’(극본 정성희ㆍ연출 이명우) 촬영을 위한 제작진 및 출연진들로 북적였다.

북적이고는 있었지만 오직 단 한 사람, 이명우 PD의 '레디','스타트','카트'라는 메가폰 소리만 크게 울려 퍼졌다.

투구에 빨간 술을 올린 ‘병사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거나 팔장을 끼고 있다. 상당히 추워 보였다. 이윽고 이들은 누군가 외친 “전체 위치로!”란 소리에 흡사 진짜 병사 마냥 대위전 앞으로 뛰어나가 줄을 맞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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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그녀들의 방한 대책은? 담요를 덮은 박민영(왼쪽)과 난로로 얼굴을 녹이는 정려원 <사진=SBS>


낙랑 역의 박민영도 흰털 귀마개를 한 채 시종 서너 명과 함께 병사들 앞에 섰다. 추위를 막기 위해 빨간 담요를 몸에 두른 그녀는 시종들과 수다(?)를 떨며 추위를 녹였다.

이 날 촬영은 낙랑국이 고구려에 항복하는 장면으로 낙랑국 수장 최리(홍요섭 분)가 백의를 입고 대위전에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이윽고 이어진 ‘가마장면’. "하나, 둘 위로"라는 소리에 가마가 들어 올려졌다. 그리곤 이내 "내려놔"라는 소리와 함께 다시 내려진다.

황금대좌에 앉은 무휼 역 문성근은 귀마개를 한 채 말없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앞서 집결한 ‘병사들’은 추운지 계속 발을 동동 거리며 움직였다. 이내 '저 뒤에!'란 지적을 받고 움직임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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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동왕자 역의 정경호(왼쪽)과 낙랑공주 역의 박민영 <사진=SBS>


촬영이 이어졌다.

"낙랑국을 멸망시킨 낙랑국의 죄인 최리요."

"망국의 죄인 최리가 대왕 마마께 낙랑국을 받치러 왔나 이다."

'와!'라는 소리와 함께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최리가 가마에서 내려 몇 걸음 나아가고 자명고를 찢어 낙랑국 멸망의 단초를 제공한 낙랑공주가 시종들의 만류에도 불구, "아버지!"라 소리치며 달려간다.

"망국의 죄인이 어디서 걷느냐 기어라". 홍요섭을 포함한 일동은 차가운 돌바닥에 손을 대고 엎드렸다. 보는 이도 차가워 보였다.

이어지던 촬영은 고구려왕 무휼 역을 맡은 문성근의 "기억이 안나"라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촬영이 멈추자 비장하게(?) 바닥에 엎드렸던 홍요섭과 출연진은 겨드랑이에 손을 넣거나 무릎에 비비며 언 손을 녹였다.

홍요섭은 "무릎에 스펀지를 대기는 하지만 시리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민영은 감정 선을 살리고 싶어서인지 코디네이터가 담요를 주려하자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젓는다. 그녀는 가슴 쪽이 패인 의상이라 의상만으로는 이 날 가장 추워보였다.

영하의 강추위 속에 촬영은 해질 무렵까지 계속 됐고, “촬영 종료!”라는 소리와 함께 모두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 날 촬영을 마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명우 PD는 "'자명고'는 여성 무협극인데 판타지를 좀 섞었다"며 "여성무협이기 때문에 좀 화려하거나 아름다웠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연기자들을 기존에 사극했던 인물들이 아닌 좀 신선한 인물들을 캐스팅하려고 했다"며 "말투나 감정 선이 기존 사극에서 보던 왕이 신하 대하고 신하가 왕 대하듯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 대하듯 하는 것 보여 주려한다. 전투신이나 이런 것보다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러브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에 주안점이 기존 사극과 다른 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명고'는 전래 설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에서 모티브를 따와, 그 이면에 숨은 자명이란 여성 영웅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오랜 세월 고구려에 가려있던 낙랑국의 실체를 복원함과 동시에 호쾌하고 섬세한 여성무협만의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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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왕 무휼 역 문성근(왼쪽). 낙랑공주역 박민영이 아비의 죽음을 막으려다 병사들에 의해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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