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연기만 하면 시민의무 방기하는 것"(인터뷰)

속초(강원)=문완식 기자 / 입력 : 2009.01.1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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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먼 곳을 바라봤다. 배우 문성근. 지난해 ‘신의 저울’로 20여 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왔던 그가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대하사극 드라마에 도전한다.

16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인근의 ‘자명고’(극본 정성희 ㆍ연출 이명우)세트장을 찾았을 때 문성근은 황금대좌에 앉아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 만나는 재미로 연기하고 있다."

그는 ‘자명고’에서 고구려의 왕 대무신왕을 맡았다. 가까이 가보니 코끝에 콧물이 맺혀있다. 춥긴 추운 모양이다. 그는 사람 만나는 재미로 연기한다고 했다.

“사극이 처음이긴 하지만 다 똑 같은 연기다. 이명우 PD가 기존 사극과 다르게 한데서 기대가 크다. 사람 만나는 재미로 연기하고 있다. 이 감독도 깨끗하고 배우들도 좋다.”


첫 사극이라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분장에만 1시간 이상 걸리고 갑옷도 무겁다. 몸이 짓눌리는 느낌이다. 사극은 배경 자체가 옛날이다 보니 전봇대, 아파트, 자동차 소리 등이 없는 곳을 고르다 보니 세트가 다 전국 오지에 퍼져있다. 자명고는 완도까지 간다고 하더라. 전국을 헤매며 찍으니 공이 많이 든다. 춥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자명고’는 기존 사극과 여러모로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문성근은 그런 차별화에 맞춰가는 게 또 하나의 재미라고 했다.

“드라마 자체를 이 PD가 새롭게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니 배우들이 고민이 많다. 나 자신도 대무신왕에 대한 고구려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많이 참고하고 있다. 감독이 요구하는 새로운 느낌을 찾아가며 감독의 요구에 저 자신이 맞춰 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을 기분 좋게 즐기려 한다."

‘자명고’는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만들어 내는 만족 아닐까. 감독이 생각하는 대로 색다르면서도 그럴듯하게 연기하고 또 시청자들에게 그렇게 느껴지면 된다. 배우로서 현실성이 있으면서 맛있는 연기를 보여 드릴 수 있다면 행복하다. ‘권력’, ‘왕과 백성’ 등 그 당시 국가관에 대해 깊은 인식을 지닌 사람으로 표현 하려한다.”

문성근은 이제 모든 것을 기분 좋게 즐기려 한다고 했다.

“연기를 포함해서 모든 생활에서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 게 얼마 안 된다. 편안하게 즐기는 게 일의 질을 높여주고 재밌고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준다. 그 전에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신의 저울’을 통해 많이 즐겼다.”

그는 지난 85년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벌써 햇수로 24년째다.

“재미를 느끼면서 즐기지 않으면 못 견딘다. 나이 들면서 그걸 즐기지 못하면 그만둬야 하니까. 젊을 때는 힘으로 했는데 이젠 아니다. 자기가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하게 느껴야 그게 생업이다. 오래 하신 선배들 보면 행복하게 보여 “아, 좋다!”란 느낌이 든다.”

◆"연기와 '참여'..먹고 살아야 하니까 택하라면 생업을 택하지 않을까"

배우 문성근은 최근 몇 년간 ‘시민 문성근’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 연기만 할 것인지 물어봤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대의민주주의를 운영체계로 하고 있다. 시민으로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난 정치가나 행정가가 아니다. 선거 끝나면 돌아간다’고 TV에서 밝혔고 실제 참여정부 5년 동안 지켰다.”

하지만 문성근은 ‘배우 문성근’과 ‘시민 문성근’ 중 전자에 무게를 실었다.

“연기만 하겠다고 하면 시민으로서 참여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경험으로 보면 시민으로 참여한 것이 본업(생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연하니까, 선택을 하라면 생업을 해야지 않을까 한다.”

문성근은 그렇게 말하면서 또 한 번 먼 곳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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