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스타덤? 안 되던 놈이 조금 된 것"(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2.06 09:53 / 조회 : 12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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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희순 ⓒ 송희진 기자


2008년은 박희순의 해였다. 2001년 스크린 데뷔 후 지난 2007년 '세븐데이즈'로 주요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휩쓸며 스타 대열에 올랐다. 그는 이제 영화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2009년 박희순이 첫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주식작전을 소재로 한 '작전'이다.


박희순은 극중 전직 조폭이자 현직 투자사 대표 황종구 역을 맡았다. 주식 작전으로 돈을 벌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인물이다. 그러나 기존에 한국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조폭과는 전혀 다른 조폭이다. 박희순은 황종구를 통해 영화의 웃음을 책임진다.

그는 "황종구는 상류층으로 가기 위해 있는 척, 잘난 척을 한다. 이 같은 요소들이 영화의 윤활유가 된 것 같아 좋다"고 설명했다.

'작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되는 놈만 되는 게 세상이야"다. 대박을 꿈꾸는 세상, 황종구는 극 후반부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게 세상이다"고 푸념한다. 대박을 꿈꾸며 로또 한번 사본 적이 없다는 박희순은 이제 스타대열에 오른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안 되는 놈이 조금 되는 것 아니겠냐"며 너스레를 떤다.

-지난 해 '세븐데이즈'로 주요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눈길을 끈 것은 수상 소감이 모두 길고, 달랐다는 점이다.


▶사실 준비를 했었다. 수상여부를 떠나 배우가 사싱식에 올라 떤다는 게 '가오'가 떨어지지 않나?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인데 잘 하고 싶었다. 솔직히 연기 경력이 18년인데 상을 받은 적이 없어 창피했다. 작년에 상을 많이 받아 짐을 덜은 것 같다. 이제 욕심이 없다

-이번 '작전'에서는 색다른 악역을 보여준다. 기존 한국영화의 조폭처럼 있는 척, 똑똑한 척을 하지만 웃음을 주는 인물이다.

▶이호재 감독이 '작전'을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고 대본을 썼다고 소개했다. 황종구가 상류층으로 가기 위해 있는 척, 잘난 척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극중 윤활유 요소가 된 것 같다.

-실제 이 같은 인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무열은 실제 주식 관계자를 만났다는데 캐릭터를 위해 만난 사람이 있는지.

▶개봉 예정인 '우리 집에 왜 왔니' 촬영 때문에 특별히 누구를 만나지 못했다. 다만 주위에 매너 있고 멋있게 생겼는데 너무 급한 성격에 코믹 상황을 연출하는 분이 있다. 그 분을 참고했다.

-영화를 보면서 정장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소품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조폭 이미지를 감추고 1%인 척을 하려면 소품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액세서리에 신경 쓰는 것처럼 안경에 포인트를 뒀다. 극중 차고 있는 시계가 2500만원짜리다. 안경테도 하나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가족' 등에서 보여줬던 악역과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완성됐다. 결말도 남다른데.

▶끝까지 '가오'를 지키면서 '안 되는 놈만 안되는 게 세상이다'고 말한다. 원래 대사는 '저게 진짜 주식살인마'라고 내뱉는 것이었다. 황종구 캐릭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대사를 하고 싶었다. 극중 황종구를 보여주는 '되는 놈만 되는 게 세상이야'라고 설정했으나 촬영 당일 날 반대로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이제 스타 대열에 오른 것 같다. 실제 '되는 놈만 되는 세상'과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세상' 중 어디에 더 가깝나?

▶안 되는 놈이 이제 조금 되는 것 같다. 길거리를 지나가도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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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처음에 폭력신이 강한 출연작 '가족'도 15세 관람가다. 등급에 관한 것은 다른 분들이 해결해보려고 한다.

-박용하 김무열과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인터뷰할 때 보면 연기배우들끼리 친했나 안 친했나를 알 수 있다. 저희는 정말 착한 친구들이 모인 것 같다. 너무 즐겁게 촬영했다. 박용하는 소탈하고 장난기가 많다. 웃음 코드도 비슷한 편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함께 보고 웃는 경우가 많았다. 김무열은 정말 준비도 많이 하고 괜찮은 배우다. 모니터를 보다가 안 보이면 어디선가 계속 연습을 하고 있었다. ' 쓰릴미' 공연을 보러 갔는데 정말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아마 공연을 봤으면 잘 대해주지 않았을 거다(웃음).

-술에 관한 에피소드도 많다고 들었다. 박희순은 촬영 전 날 술을 안 먹는 게 철칙인데 그것이 깨졌다고 들었다.

▶술은 꽤 많이 먹는 편이었다. 주도는 주로 박용하가 했다. 하루는 밤새 촬영하고 먹다보니깐 10시간 넘게 먹은 적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술을 잘 먹는다기보다 오래 앉아 있는 편이다. 촬영 전 날에는 술을 안 먹는다. 세트장에 촬영을 하고 숙소에 들어왔는데 맥주 한 잔만 하자고 했다. 맥주 두 캔을 먹는데 각자 자기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다. 용하는 일본에 있을 때 한국에서 배우를 하고 싶은데 못 했던 사연, '올인' 주제가를 부르면서 가슴 아팠던 일을 이야기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이 부어 있었다. 촬영에 들어갔는데 얼굴이 부어 결국 촬영 중단을 잠시 했었다. 최고의 굴욕이었다.

-'작전'은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생 자체가 대박이 없다. 20년 가까이 연기생활을 했지만 계단 밟듯이 올라왔다. 돈도 갑자기 번 적이 없었다. 그래서 로또를 사는 등 대박의 꿈이 없다. 친구들과 도박을 하더라도 잃을 것을 생각하고 한다.

-주식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극중 주식 용어가 꽤 등장한다.

▶주식을 해본 적이 없다. 극중 초반 박용하가 주식 차트를 설명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눌림목, 이런 단어는 나중에 의미를 찾아봤다.

-그럼 재테크는 어떻게 하는지?

▶특별한 방법이 없다. 이제 좀 뜨려고 하니깐 영화계가 안 좋아져 출연료 동결이다(웃음). 그리고 워낙 저 예산 영화를 많이 하지 않나. 다음 작품 '우리 집에 왜 왔니' '10억' 모두 저 예산 영화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어땠는지. 사실 평소에 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어떻게 할지 기대감이 컸다.

▶방송국에만 들어가면 울렁증이 생긴다. 예능은 잘 못하는 것 같다. '해피투게더'에 출연했는데 박명수가 "이래서 방송분량이 나오겠냐. 서로 같은 업계 사람인데 도와달라"고 푸념했다. 사실 예능프로그램 제안을 받고 할 거면 '패밀리가 떴다'나 '1박 2일'과 같은 프로그램을 하자고 했다. TV에서 보니깐 그 프로그램들은 토크는 잘 못해도 일만 잘하면 되는 것 같았다.

-'막일'하는 것은 자신 있는 것 같다.

▶극단 '목화' 출신이라 일은 자신 있다. '목화'는 세트, 의상 등을 모두 가내 수공업하는 극단이다. 그곳에서 톱질, 못질 등을 정말 많이 해봤다.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올해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것이다. 올 연말에 연극을 생각하는데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 항상 색다른 연기를 하고 싶다. 코믹 영화 제안이 들어오면 좋겠다. 다음 작품 '10억'도 악역이지만 개봉 예정인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자살중독자로 나와 좀 가벼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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