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선 "롤러코스터 해체, 그 누구도 말한적 없다"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9.03.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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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음악팬은 그녀를 두고 새처럼 노래한다고 했다. 새가 지저귀는 것을 두고 노래한다는 관용적 표현이 아니라, ‘본능적 지저귐’으로 해석했다. 일상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목소리에 장착시켜 본능적으로 해석하는 그녀의 소리는 이제 우리 가요계 보컬 계보에서 누락될 수 없는 화석 같은 존재다.

보컬리스트 조원선(사진). 롤러코스터의 보컬에서 독립한 그녀가 2009년 3월, 데뷔 17년 만에 솔로 음반을 발표한다. 그녀의 소리는 예의, '본능적 자유'의 무한한 항해를 여전히 꿈꾸게 한다. 농밀한 몽환적 소리의 깊이는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일상적 포착과 성찰'을 가늠케 하는 그녀의 보컬은 '탄력적 진화'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대중가요가 대표적인 일회용 소비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비평 속에서도 결코 부끄럽지 않는 뮤지션 조원선의 당당한 지저귐은 여성 보컬리스트의 자존심으로 표방되는데 손색이 없다. '촘촘히 엮인 주옥'이라는 표현이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17년만의 첫 솔로 음반을 이야기했다.

강태규=드라마틱하다. 가요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데뷔 17년 만의 첫 솔로 음반이라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고 어색하다.

조원선=나 역시 그렇다. 이번 솔로음반도 늘 해 왔던 음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어서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돌이켜보니 첫 솔로 음반이다. 오히려 담담하다.


강태규=이번 솔로 음반의 제목이 스왈로우(Swallow)다. 이 한마디가 음반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도 되는가?

조원선=그렇다. 곡을 구상하고, 작업을 시작할 때 부터 할 수 있는 한 악기더빙을 최소화하고, 비어있는 자리가 많은 편안한 소리를 만들고자 계획했다. 무엇을 더 채워 넣을까 보다는, 무엇을 더 빼야하는지를 고민하며 만들었다. 작업을 해오면서 '줄이고', '비우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해 새삼 알게 되었다. 팀워크에 익숙한 나로서는 이번 앨범작업을 통해 다양한 악기의 녹음과 소리에 대한 이해, 연주자들 간의 호흡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강태규=조원선의 보컬은 적어도 우리 가요계에서 정형화된 공식을 따르지 않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 몽환적이고 모던한 분위기의 음색이다. 많은 팬들은 조원선의 음악과 일상이 공통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실제는 어떤가?

조원선=하하. 가끔 지인을 통해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3, 4년 전만 하더라도 그러한 일상적 정서를 지녔다. 클럽에서 사운드에 취해 몇 시간을 음악을 듣거나 상당히 자유분방한 정서가 있었다. 그러한 것들이 음악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에는 조용한 곳,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찾는다. 예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강태규=조원선을 이야기하는데 롤러코스터를 빠뜨릴 수 없다. 어떠한 의미였는가?

조원선=음악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운명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강태규=팬들은 잠정적 해체라고 보는데 정확히 어떻게 된 건가?

조원선=멤버들(지누, 이상순) 역시 해체라고 그 누구도 말 한 적이 없다. 동시에 음악을 더 하자는 말도 한 적이 없다. 현재는 각자의 일에 충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시 롤러코스터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강태규=스무살에 첫 음반을 녹음했는데, 당시를 추억을 해 본다면?

조원선=고 3때 밴드에 참여하면서 음악에 발을 들여놓았다. 집에서는 음악 하는 것을 정말 반대했다. 특히, 가요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밴드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가 1990년이었다. 인디밴드 1990's의 보컬이 아니라 키보드로 시작했다. 영화 백투더 퓨쳐의 ost곡으로 알려진 ‘Power of love를 밤 세워 LP판을 들으면서 곡을 땄다. 다음날 연습에서 오빠들에게 작살이 났다. LP판을 2배속 느리게 틀어놓고 곡을 땄으니 멤버들이 황당했을 것이다. 하하... 그렇게 시작된 음악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년 뒤 소니뮤직 오디션에서 발탁된 6명과 첫 음반을 녹음하게 되었다. 당시곡명은 ‘내 나이 20살엔’이었다.

강태규=당시 솔로 음반 발표는 왜 하지 않았나?

조원선=90년 중반에는 댄스 가수 전성 시대였다. 솔로 음반을 발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지만 음악을 듣더니, 춤은 잘 추느냐? 한 바퀴 돌아봐라, 키는 얼마냐?..., 순간, 회의가 들었다. 음악을 포기하고 싶었다.

강태규=요즘 후배 가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조원선=내가 데뷔하려고 했던 당시는 곡을 만들고 오디션을 보고 부딪치기를 반복했다. 요즘은 재능과 끼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내는 시대다. 어쩌면 좋은 시대라고 본다.

강태규=조원선의 보컬은 색다른 감성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의 보컬 정체성을 피력한다면?

조원선=나는 자연스럽게 노래할 뿐이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자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중독성이 있다고 하는 것 같다. 그것은 의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강태규=이번 솔로 음반이 가지는 의미를 평가한다면?

조원선=특별한 의미는 없다. 롤러코스터에서부터 자유분방한 음악을 해 왔고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첫 솔로 음반이라는 점에서 설렘과 신인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색다르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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