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얼룩진 단면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9.03.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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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자연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내막에 연예계가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다.

이름을 크게 알리지 못한 신인 배우였지만 장자연의 자살은 그 원인이 단순히 개인사에 국한되지 않아 보여 그 파장은 더욱 거세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의 최종 공식 발표가 있겠지만, 정황상 고인이 연예 활동을 평탄하게 못한 것만은 틀림없다. 누군가에 의해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만큼은 부인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난 10년을 넘게 매니지먼트를 해 왔던 필자로서는 이 같은 사건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회사에 소속된 연기자를 연기와 이미지 이외의 방법으로 동원한다는 것 자체가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적으로나 사업가로서도 온전한 사고방식은 아닐 것이다.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연기자는 그 회사의 자산이자 동시에 이미지다. 그런 재원을 연기자로 계약을 했다는 것은 '올인'을 의미한다. '올인'의 의미는 유명 연예인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다. 그 의지에는 매니저들의 지속적인 발품과 연기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곧 가족인 셈이며 회사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이다.


필자의 회사에 소속되었던 한 여자 연기자는 중 3때 영화 '제니 주노'의 주연으로 발탁돼 주목을 받았다. 꾸준한 연기 활동을 펼치면서 연기력도 인정받았던 재원이었다. 애초에 음반 제작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던 회사여서 연기자에 대한 매니지먼트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회사는 그 연기자가 대학 입시를 치른 시점에, "더 좋은 조건과 환경을 갖춘 회사를 찾아가서 지금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으면 좋겠다"며 협의했다. 그리고 그 연기자는 새로운 둥지를 찾아 현재 열심히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연기자와 매니지먼트사가 법적 공방이 일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순리를 역행하고 자신의 과욕만을 고집할 때 사고의 단초가 제공되어진다. 그 법적 과정은 아마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짓누르는 무게감을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장자연 자살 배후에 놓인 문건을 지켜보면서 정말 그런 일이 관행적으로 있는가 싶어서 동료, 후배들에게 모니터를 해봤더니, 모두들 놀라고 있었다. 이번 장자연 자살이 사건이 터지고 각종 언론에서는 고인의 입장과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익명으로 처리된 여배우들의 인터뷰와 연예 관계자들의 증언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연예계가 마치 '악의 소굴'로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 아울러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기회에 그런 관행을 뿌리 뽑는 엄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제도적 보완장치도 해둘 필요가 있다. 사법기관을 통해 불합리한 계약을 법적 소송하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그 중간 과정에서 연예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각종 불공정한 민원을 모니터할 수 있는 단체가 활성화되어 감시 체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연예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 일각의 모습으로 연예계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경쟁력 있는 컨텐츠는 국익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모임에 가면 으레 농담 삼아 듣는 말이 있다. "기획사에 소속된 예쁜 여배우들 없나? 한번 씩 소개 좀 시켜주고 그래 봐. 신인이라도 좋다. 껄껄..." 뒷통수를 한대 때리고 싶지만, 농담이려니 생각하면서 분을 삭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러는 인기 가수가 불러주는 결혼 축가 한번 힘써주지 못하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을 때도 있다. 아마도 이 연장선상에 이번 문건에 실명으로 거론된 유력인사들의 정서가 일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연예인의 인권을 경박하게 보는 풍토가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다.

오늘 이 시간에도 인터넷 도처에 연예인 비방과 인격을 유린하는 글이 확인되지 않은 채 풍문이 난무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누구를 탓할 것인가. 동시에 반성할 대목이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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