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데뷔 차인표 "'잘가요 언덕', 엉덩이로 썼다"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9.03.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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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인표가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차인표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간 기자회견을 갖고 "책은 가슴으로 생각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손으로 쓰는 거라 생각한다"고 운을 떼며 "그에 비하면 나는 엉덩이로 썼다. 쓰면 쓸수록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이날 "오늘이 나에게는 참 특별한 날"이라며 "오랫동안 만져오고 생각해왔던 이야기가 내 이름을 걸고 출판돼 소설이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차인표는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반반"이라며 "출판이 돼 책으로 나오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우리나라에 실력 있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작가 지망생이나 신인 작가들이 정말 여러분 계시고 한 권의 작품을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오래 노력하는 분이 계실 것"이라며 "나는 쓰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출판은 쉬웠다. 그분들에 비해 연예인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책을 출판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차인표는 "1997년께 위안부로 캄보디아로 끌려가신 후 해방이 된 것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한국에 오신 훈 할머니가 화제가 됐었다"며 "그 할머니가 나오는 뉴스를 보면서 온 국민이 울었겠지만 나도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데 이 할머니가 태어났을 때, 정말 소중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기쁨을 주고 너무나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마땅한 우리와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 말도 안 되는 절대 무력에 납치돼 70년이라는 세월을 잃어버리고 인생의 끝 무렵에 한국으로 돌아 오셨구나 생각하며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며 "이 이야기의 시작은 그 분을 바라보며 느꼈던 내 감정이다" 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차인표는 "그때 20장의 초고를 이래저래 막 써봤는데 그것을 보고 장모님 등 주위의 몇 분이 얘기가 좋으니 개발했으면 좋겠다, 계속 잘 써서 출간하면 좋지 않겠나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차인표가 쓴 '잘가요 언덕'은 1930년대 백두산 자락의 호랑이 마을. 엄마를 해친 호랑이를 잡아 복 수하기 위해 호랑이 마을을 찾아온 소년포수 용이, 촌장 댁 손녀딸 순이, 그리고 일본군 장교 가즈오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 소설이다.

차인표는 배우로서 일을 지속하는 한편 이 소설을 집필에 십년 여의 노력을 들였으며 중간에 컴퓨터 고장으로 원고를 모두 날리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6년 직접 작품의 배경인 백두산에도 다녀오는 등 좀 더 진지한 접근을 위해 노력했다.

이에 대해 차인표는 "글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머리에 글로 떠오르기보다 직업적인 특성 때문인지 그림으로 떠오르더라"며 "백두산에 직접 가서 사진을 여러 장 찍어와 머리 속에만 있어 묘사하기 힘들었던 배경 등을 활자화 할 수 있도록 했다. 설계도처럼 그림을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글로 옮기기도 했다"고 집필 과정의 고충을 전했다.

이어 "책에 과거 우리 할머니를 지켜주지 못한 할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 있다고 쓰기도 했지만 오히려 6~70년 전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못살았던 형편없는 시절을 대신 살아준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감사함이 많이 들었다"며 "그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 책은 액자에 불구하고 진짜 이야기는 책에서 다루지 못한 70년의 시간"이라고 밝히고 "그건 나 같은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국민 모두가 두고두고 가슴으로 되새기며 생각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해 중간에 70년의 공백을 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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