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 ⓒ임성균 기자 tjdrbs23@ |
함께 간 사진기자는 오지호에 대해 "어떤 각도에서 찍어도 화보"라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놀이터, 캠핑카 안팎, 김밥 먹는 모습을 찍어도 화보였다. 게다가 국내 촬영임에도 이국적인 이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무얼까.
"혼혈 같다는 소리 많이 들었죠?(기자)" "사실 동남아부터 이태리까지 골고루 듣긴 해요. 근데 국내에서보다 해외 나가면 더 많이 듣더라고요.(오지호)" "제 느낌은 아랍권인데요.(기자)" "하하. 특히 일본 팬들이 외국인 같다는 말 많이 하세요. (오지호)" "일본 사람한테는 지호 씨 외국인 맞잖아요.(기자)" 순간 싸해지는 분위기다. 다행히 오지호는 기자의 썰렁한 농을 제대로 못 들은 것 같다.
기자는 만회하기라도 한 듯 "미남 축구 선수 인자기도 좀 닮았네요"라고 칭찬했다. 이에 오지호는 "고맙습니다"며 씨익 웃었다. "그래서 말인데, '불광동 오지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던데요.(기자)" 오지호가 부끄러운 지 쑥스러워한다. "하하. 내 이름으로 이런 이야기해야하나?"하면서도 그는 다 이야기했다.
오지호 ⓒ임성균 기자 tjdrbs23@ |
전라남도 목표에서 목포고를 1년 마치고 2학년, 상경한 오지호는 당시 서울 친구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잘 생겼다"고 말을 해 깜짝 놀랐다. "솔직히 제가 잘생겼다는 생각을 못해봤거든요. 불광동에서 처음 살았는데 비디오 가게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좀 유명했더라고요.(오지호)"
그는 잘생긴 외모 덕에 연예계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했다. 말로만 듣던 길거리 캐스팅, 오지호가 딱 그 경우였다. "관계자분들이 '불광동 오지호'로 유명해지니까 저한테 연예계 진출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많이 물으시더라고요. 사실 처음에는 모델로 돈을 벌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연예계는 저는 정말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오지호)"
이 후 CF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그가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은 1998년 영화 '까'를 통해서다. 그 전에는 무수한 단역들만 했다며 그는 손가락을 꼽아보였다. "이 후 '미인'에서 주연을 맡았죠. 당시 생각하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오지호)"
지금은 그의 연기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당시 그의 연기는 혹평을 들었다. "그리고 거의 6년 간 연기 수업에 몰두했어요. 저에 대해 잘 아는 안양에 사는 선생님의 집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배웠죠."
오지호 ⓒ임성균 기자 tjdrbs23@ |
연기 공부를 마친 그는 여러 편의 단편 드라마에서 다양한 역할을 거친 후 2004년 '두 번째 프로포즈'로 장편 드라마의 주연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당시 그는 껄렁껄렁하면서도 엘리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연상인 장미영(오연수)에게 들이대는 연하 남인 남경수 역을 잘 소화해 브라운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제가 사실 남들보다 쉽게 배우의 길로 들어왔잖아요. 그 전에는 몰랐는데 너무 기본을 무시한 것이 아닌 가 싶어 노력을 많이 했죠. 근데 아직도 사람들은 저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미인'이죠. 그걸로 데뷔해 그런지 몸 좋고 잘생긴 배우라는 이미지만 강하고 연기 잘한다는 소릴 못 듣네요.(오지호)"
잘생긴 배우들이 흔히 걸리는 아픔, 외모에 가려 연기가 보이지 않는 덫에 오지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배우란 게 그래요. 딴 직업도 마찬가지지만 자꾸 생긴 걸로 역할을 한정지으면 그것 밖에 안 되는 것이거든요. 저도 정말 독한 역 해보고 싶은데 항상 비슷비슷한 역만 들어오죠."
오지호는 '환상의 커플'을 들어갈 당시에도 외모가 느끼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처음에 캐스팅에서 밀려났었다며 지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3편에 계속)<차량협조=투어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