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사서 고생? 인간냄새 나는 작품이 좋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4.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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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재영 ⓒ 송희진 기자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촬영했어요. 원맨쇼였죠."

영화 출연만 20여편인 배우 정재영의 '김씨 표류기' 출연 소감이다. 정재영은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역을 맡았다.


그는 그 곳에서 로빈스 크루소처럼 나 홀로 생활을 시작한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4-5달간 손톱도 깎지 않았다고. 카메라 앞에 혼자 선 그는 정말 섬에 불시착한 것처럼 자연과 대화하는 등 원맨쇼 하는 기분으로 영화에 임했다고 한다.

정재영은 충무로에서 안타 이상을 날리는 타자다. '실미도' 1000만, '신기전' 300만, 사극, 악역, 도둑 등 장르와 역할을 넘나들어도 꾸준히 관객몰이를 해 충무로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의 이 같은 힘은 무엇일까?

정재영은 "인간적인 냄새를 좋아하니깐 세련되지 못하다"고 설명한다. 솔직한 대답은 신뢰 그 이상의 믿음을 준다. 배우 정재영을 만나 인간적인 내음을 느끼고 왔다.


-'김씨 표류기'는 밤섬에 불시착했다는 설정부터 재미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에피소드만 나열된 게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정치 경제 산물인 서울에 고립된 밤섬이라는 관계, 밖은 요란 벅적한데 정작 고립되어 있는, 감독이 무척 고단수라고 생각했다.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녹록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했다.

-'나의 결혼원정기' 만택과 같이 지저분한 모습으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 '나의 결혼원정기'와 달리 유쾌하게 풀어냈다. 우울하거나 지루한 영화가 아니다. '나의 결혼원정기'의 만택은 우울하고 궁상맞은 편이다. 그러나 '김씨 표류기'는 처음에만 자살에 몰린 상황이 있을 뿐이지 시종일관 유쾌하고 적극적이다.

'나의 결혼원정기'는 사랑을 찾아가지만 그것이 돈을 주고 산다는 면에서 진실한 사랑이라고 보기 힘들었고 웃기는 코미디로 만든 작품도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는 조금 더 신선한 것 같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 '나의 결혼원정기' '마이 캡틴 김대출' 등 항상 고생하는 역할이 많은 것 같은데. 또 결과물은 항상 좋은 편이다.

▶그런 식으로 고생을 안 하면 못하는 것 같다. 취향이 인간적인 냄새 나는 작품을 좋아하니깐 세련되지 못한 것 같다. 상업성도 고려하지만 그런 작품이 상업적으로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잘못하면 작품성과 상업성 둘 다 못 얻는다.

그래서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에 치중하다보니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

-이번 작품은 대부분의 장면에서 혼자 연기를 한다. 색달랐을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 옷도 벗었지만 정말 벗겨지는 기분으로 찍은 것 같다. 기교라는 것도 없이 딱 현장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어떻게 하는가 볼 테니 해보라는 느낌? 원맨쇼였다. 원래 영화라는 게 다른 사람이 있으면 같이 호흡을 맞추지 않나.

- 려원 씨와 함께 하는 신이 거의 없다. 친해질 기회가 있었는지.

▶오히려 다른 영화 상대역보다 더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려원이 자주 현장에 놀러와 대화를 함께 나눴다. 오히려 려원이 더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려원은 극중 내 행동을 보고 따라한다. 그러나 옆에서 실제로 보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해서 연기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힘들다. 그래서 내가 촬영한 것을 보고 연기하기도 했다.

-영화만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TV 드라마 출연을 안 하는 이유가 있는지.

▶드라마는 섭외가 안 들어온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훨씬 전에 기획돼 섭외가 들어오면 영화를 찍거나 찍을 예정인 적이 많았다. 또 시스템을 잘 모르지 않나. 드라마는 대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그냥 믿고 간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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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강우석 사단이라고 불리어서 그런 건 아닌가? 두 감독의 작품에만 주로 출연했는데.

▶이제 강우석 사단이라고까지 불리나?(웃음) 이번 영화를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 서비스에서 투자 배급을 했지만 시네마 서비스는 나중에 투자를 했었다. 사실 투자자로 따지면 CJ와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럼 CJ 사단인가(웃음). 특정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작품을 하다 보니 겹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찍는 동안 손톱도 안 깎았다고 들었다.

▶5달 정도 기르니깐 손톱이 1cm까지 자랐다. 부러진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리얼하지 않을 것 같았다. 포스터 촬영일에 처음 깎았다.

-결혼을 해 자녀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집에서 뭐라고 하지는 않았는지.

▶아이가 10살과 6살 남자다. 아이들이 손톱을 안 깎았더니 여자 같다, 더럽다고 구박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2달 간 아이들과 떨어져 지냈다. 밤섬 촬영할 때만 집에서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사실 배우 정재영이 결혼해 아이 2명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르는 편이다.

▶연극을 하던 98년 29살에 결혼했다. 벌써 결혼 11년차다. 배우가 가족에 대해서, 신변잡기에 대해서 알리는 게 플러스가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아이들이 아버지와 같이 배우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지.

▶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꿈이 과학자다. 나는 과학 수학을 질색했는데 약간 특이하다. 어렸을 때 별 우주에 관심이 많았지만 과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또 연예인 가수에 관심이 없다. 아마도 집에서 그 같은 프로를 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둘째는 6살이라 아직 잘 모른다.

-아이들에게 엄한 아버지일 것 같다.

▶옛날에는 엄한 아버지였지만 점차 유해지는 것 같다. 둘째는 한 번도 안 때려봤다. 예전에는 철없는 아버지였던 것 같다.

-아이들이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마이 캡틴 김대출'과 같은 영화가 영향을 미친 영화다. 과거에는 부모세대인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에 대한 영화를 생각했다면 이제 그 감동이 아래 세대로 내려오는 것 같다. 최근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면서 '우리 애들은 정말 행복한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봤다. 후반부가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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