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자살..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9.05.0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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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인의 자살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마약복용까지 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선뜻 대답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연예인이라는 특수 직업 종사자들이 가지는 스트레스와 인기에 대한 중압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환경을 운운하기가 정말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러한 원인 분석이 정확한 자살의 이유였는지 아니면 추측으로 이루어진 통상적인 답변인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통의 무게란 상대적인 것이지만 연예인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일반 서민들의 역경과 불굴의 삶 앞에서 그 이유를 떳떳하게 말하는 것이 상당히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1990년대의 연예계에서 '연예인 자살' 뉴스는 자주 접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영화배우 이은주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2005년). 2007년 1월과 2월에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 2008년 9월에 안재환. 그리고 며칠 뒤 당대 톱스타로 군림한 최진실 마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신인 연기자 장자연과 우승연이 또, 그 길을 선택하면서 2005년 이후 4년 만에 연예계는 7명의 배우가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맞았다.

연예인 자살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동일한 소재가 있다. 각종 미디어는 그들의 삶의 애환을 반추하며 동정 여론을 섬세하게 채워나갔다. 자살 원인을 둘러싸고 '인기에 대한 중압감' 또, '인기 유지를 위한 스트레스와 화려한 연예 생활 뒤에 숨은 외로운 일상'을 집중 조명하면서 동정론을 키워나갔다. 결국 미디어는 앞 다투어 그 죽음을 애도하면서 슬픔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의거, 자살에 대한 보도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망각한 사례는 한 두건이 아니다. 미디어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자명한 일이다. 자살 보도가 자살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은 이미 통계학적으로 검증되었기에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미디어는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섣불리 자살 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나,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방출되는 뉴스는 홍수를 방불케 할 만큼 방대하다. 연예인을 떠나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살이 미화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다.


미디어를 통해 연예인의 자살 보도를 지켜보면서 실제 많은 대중들은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저렇게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연예인도 자살을 하는데, 하물며...'라는 극단적인 생각은 일반 서민들이 처한 힘든 상황을 더욱 무력감으로 물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연예인 자살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반면 자살을 예방하고 자살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경고하는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우리시대의 연기자 최불암이 "누구나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죽음으로 해결한다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최진실의 자살을 따끔하게 지적한 것은 적절하고 용기 있는 발언이었다.

연예인 자살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이미 우리가 경험했듯이 실로 막강하다. 애초에 연예인으로서의 인기란 대중에 의해서 만들어진 위상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그것에 상응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결코 잊어서도 안 된다.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예견한다면 이제는 멈춰야 할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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