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 "코믹변신 행복..눈빛 돌려달라는 팬도"(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5.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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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최철호.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우리는 그가 틈만 나면 무게를 잡고, 사정없이 눈을 부릅뜨는 카리스마의 남자인 줄로만 알았다. 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전부인 줄 알았다. 망가지는 일 따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매주 두번씩 망가진 그를 보는 게 삶의 활력소가 됐다. 또각또각 걸어가는 아내의 뒤통수를 향해 자신만만 "하나 둘 셋 할 때까지 돌아와. 하나, 둘, 셋"을 외쳤다가 그만 "에이 씨"하고 돌아서고 만다. 냉정한 모니터링 요원이었던 그의 어머니마저 평생 처음으로 배꼽을 잡고 넘어갔다. 연기 18년차, 귀여운 미중년의 통쾌한 코믹 홈런. 바로 최철호다.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최준혁 역으로 대박을 치고 있는 그지만, 그 조짐은 KBS 2TV 대하드라마 '천추태후'에서 이미 시작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광기의 왕 경종 역을 맡은 그는 게시판이 찬사로 도배될 만큼 돋보이는 연기를 펼쳤고, 디씨 인사이드에 조연 배우로는 처음으로 '갤러리'가 생길 만큼 주목받았다.

그리고 출연한 '내조의 여왕'에서 생애 처음이나 다름없는 본격 코미디 연기로 시청자들을 녹다운시켰다. 전혀 웃길 것 같지 않던 그의 코미디라 강도가 곱절이다. 최철호는 "몸은 피곤하지만 매번 어떻게 더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까 연기하는 시간이 즐겁다"며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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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최철호.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코믹 변신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게시판은 자주 가보나?

▶ 가끔 제 '갤러리'에 간다. 제가 코미디를 하는 걸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의외인데 재밌다는 분들이 많다. 간혹 옛날 모습이 좋다는 분도 계신다. '초반 천지애(김남주 분)를 바라보던 강렬한 눈빛을 돌려달라'는 식. 이제 16회에서는 진한 멜로가 나오니까 조금은 충족이 될 거다.

-애드리브는 없나? 매번 의외의 곳에서 터지는 코미디가 대단하다.

▶대본에 '하나 둘 셋, 봉선 간다 한숨'이라고 돼 있으면 내가 '에이 씨'를 넣는 식이랄까. 애드리브가 많지는 않다. 포장마차에서 닭똥집을 쏙 집어먹고 나오는 것 정도. 박지은 작가님의 대본이 너무 디테일하고 재밌다.

'하나 둘 셋' 장면에서는 웬만해서 안 웃으시는 저희 어머니가 넘어가셨다. 늘 제 작품은 모니터링을 해주시면서 분석하시고 지적을 해주셨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터지셨다.(웃음)

-'천추태후' 경종 역 덕분에 '내조의 여왕'도 캐스팅됐다더라.

▶정찬씨가 빠진 뒤 기획을 맡은 김승모 PD가 '천추태후' 경종으로 나온 최철호가 있다고, 적극 추천을 해주셨다. 저는 정말 잘해야 된다.

-여태까지는 강하고 남성적인 역할만 도맡았다. 배우로서 아쉬움이 있었을텐데.

▶나도 코미디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많은 작품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한정된 작품 중에서도 무겁고 강한 역할들만 들어왔다. 생활 때문에도 연기를 해야 했다. 이번에도 처음엔 그런 느낌이었다. 사실 준혁 캐릭터가 처음엔 코미디가 없었다. 약간은 까칠남에 가까웠다. 그런데 작가 선생님이 악역에 가까운 남자에게 당위성을 주신 거다. 배우로선 감사한 일이다.

-이런 변신이 스스로도 반갑겠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거니까. 촬영 자체가 너무너무 즐겁다. 매번 어떻게 더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까 연구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예전엔 이런 시간 자체가 없었다. 굉장히 행복하다. 잘 웃기고 싶다.(웃음)

-어머니 얘기도 하셨지만 집에서도 반응이 좋겠다.

▶우리 아기가 31개월이다. 한창 말을 할 땐데, 사극을 할 때는 '마마, 마마' 이런 말을 하더니 요즘엔 '하나 둘 셋, 에이씨' 이걸 보고 계속 '에이씨' 이러고 다닌다.

물론 가족들이 좋아하지만 특히 집사람이 제일 행복해 한다. 집사람은 내 관리자다. 드라마 게시판도 먼저 들어가서 해 보고, 싸이월드 홈피도 집사람이 만들어줬다. 처음엔 1촌 신청하신 분들과 모두 1촌을 수락했다. 요즘엔 너무 많아져서 자제하고 있다. 가끔 그런 쪽지가 많이 온다. '1촌 평좀 해주세요.'(웃음)

-데뷔 18년차의 대박이 뿌듯하겠다. 그동안 조연을 계속하며 힘든 적은 없었나?

▶'으쓱'하기보다는 그냥 기분이 좋다. 뿌듯하다기보다는 내가 업이 연기자인 가장인데 연기자로 더 먹고 살 수 있겠구나 싶어서 행복하다.(웃음)

잘되고 싶은 욕심이 왜 없었겠나. 좌절도 하고 술도 많이 먹었다. '에이 더러워' 하고 때려치우자니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처음을 생각했다. 내가 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꿈. 잘 되자를 떠나서, 굶어죽지 않게 일하고 있으니 그 자체에 감사하게 생각하자 그랬다. 그렇게 연기를 했고, 결혼을 했고, 아버지가 되고, 철이 들었다. 불규칙적인 생활을 싹 접고 반듯하게 살면서 일도 잘 풀리나보다.

-초콜릿 복근도 화제가 됐다. 운동을 오래 한 몸이더라.

▶술을 끊은 지가 1년이 넘었다. 술을 끊으면 할 게 없다. 매일 밤 2시간씩 운동을 했다. 허리가 34인치에서 30인치로 줄더라. 촬영 때는 조금 부담이 됐다. '내조의 여왕' 하면서 1달 정도 운동을 못했으니까. 조언을 하자면 유산소운동보다는 근육운동을 하는 게 좋다. 약간 뻐근할 정도로.

-꼭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무척 많다. 굉장히 찡한 최루도 하고 싶다. 최루성 멜로. 극강의 카리스마가 나오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배꼽 빠지게도 웃겨보고 싶다. 쌩 양아치도 해보고 싶다.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너무 많다. 장르를 떠나서 느낌이 오는 역할이면 좋겠다.

-'내조의 여왕' 결말에 대해 귀띔해준다면?

▶(오)지호랑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대본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청률이 좋나보다. 나도 기대가 된다. 아는 게 있다면 아마 해피엔딩이라는 거? 남은 부분에서 많이 웃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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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최철호.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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