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앤'이 거짓말쟁이? 속편에 실망 속출

정현수 기자 / 입력 : 2009.05.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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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재탄생한 '빨간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4편이 원작과 다른 내용 전개로 골수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작품은 루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머리 앤' 드라마 시리즈 4편 '초록지붕의 앤:새로운 시작'(이하 '새로운 시작')이다.


캐나다 감독인 케빈 설리반이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까지 담당한 '새로운 시작'은 '빨간머리 앤'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제작된 작품이다. 설리반 감독은 지난 1985년 '빨간머리 앤' 시리즈 1편을 제작한 이후 1987년과 2000년 각각 2, 3편을 드라마화했다.

1~3편까지는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방영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1편은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서 방영되면서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1,2 편은 비교적 원작을 충실히 반영했지만, 3편에서는 앤이 남편 길버트를 찾아 전쟁터로 가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앤이 람보처럼 총알을 다 피하고 다닌다"는 불평을 사기도 했다.

'프리퀄'격인 4편은 전적으로 설리반 감독의 창작으로, 골수팬들의 비난은 더욱 커졌다. 국내에서 지난 9일 '새로운 시작'을 EBS에서 방영하면서 국내 팬들도 이 비난에 가세했다.


EBS는 지난 3월부터 '빨간 머리 앤' 시리즈 4편을 매주 토요일 오후6시 순차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4편은 지난 9일과 오는 16일 1,2부로 나눠서 방영되고 있다. 노년기에 접어든 앤이 고아원에 가기 전을 회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비약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작의 분위기가 잘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앤의 아버지가 마차사고로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로 몰린 후 앤은 '살인자의 딸'이라는 오명을 쓴다. 아버지가 사라져 버림을 받은 앤이 노숙자 시설과 마굿간 허드렛일 등을 전전하는 내용이다. 10살된 안된 여자아이가 이같은 상황에서 노숙자들과 거주하고, 남자일꾼들과 막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불안감을 야기시켰다.

또 원작에서 고아였던 앤이 사실은 고아가 아니며 궁지에 몰려 "부모는 모두 학교 교사였는데 돌아가셨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으로 나온다. 앤을 맡아키웠던 마릴라가 앤의 아버지에게 온 편지를 숨겼다는 설정도 나온다.

이를 시청한 한 30대 여성시청자는 "원작이 가진 동화의 아름다움을 모두 깨버리는 에피소드"라며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정직한 앤은 사실 거짓말쟁이고, 마릴라는 앤을 보내고 싶지 않아 역시 죽을 때까지 아버지의 존재를 전하지 않은 비정한 사람이 된 것이냐"며 분개했다.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드라마 정보 사이트인 IMDB에 글을 올린 'hotcrossplums'라는 시청자는 "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드라마를 안 보는 것이 좋다"고 비판했다. 'Robert W'라는 시청자도 "설리반의 새로운 작품은 빨간 머리 앤 원작의 내용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외에도 "설리반이 왜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 원작을 다 뒤엎는 것이냐"는 등 불만하는 의견이 줄이었다.

한편, '빨간 머리 앤' 탄생 10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원작자 유족의 승인을 받고 캐나다 작가 버지 윌슨이 '빨간 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Before Green Gables)'라는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원작의 색깔을 잘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올해 버지 윌슨의 작품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 '안녕 앤'이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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