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13일 개막..'박쥐' 날개 펴나

[★리포트]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5.1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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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예술영화들의 올림픽' 제62회 칸국제영화제가 13일(현지시간) 성대한 막을 올린다.

올 칸영화제는 경제위기와 신종플루라는 난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벌이는 축제가 될 전망이다. 경쟁부문은 유례없는 거장들의 라인업으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한국영화는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쥐'를 비롯해 칸 도전 사상 최다인 10편이 초청돼 기대를 모은다.

#거장들의 화려한 귀환, '박쥐' '여행자' 수상할까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다투는 경쟁 부문 후보작은 현존하는 최고 감독들의 각축장으로 보일 만큼 면면이 화려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비롯해 라스 폰 트리에, 제인 캠피온, 켄 로치 등 황금종려상을 받은 4명의 감독이 경쟁 부문에 포진해있다. 94년 '펄프픽션'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2차 세계대전을 그린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를 선보인다.


타란티노는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2004년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5년이 지나 두 사람은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자로 만난다. 베를린 황금곰상과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안 감독도 거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리안 감독은 60년대말 히피들의 축제였던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다룬 '테이킹 우드스탁'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피아니스트'로 2005년 감독상을 수상한 미카엘 하네커 감독은 1913년 파시즘을 배경으로 한 '화이트 리본'을, 2002년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엘리아 슐레이만 감독은 '더 타임 댓 레미인스'로 경쟁작 후보에 올렸다. 박찬욱 감독은 기라성 같은 감독들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데 대해 "벌써 수상이라도 한 기분"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수상할지는 현지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이 제작을 맡은 한불합작영화 '여행자'(감독 우니 르콩트)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작이다. 황금 카메라상은 각 부문 초청작 중 장편 데뷔작 가운데 최우수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해 '추격자'가 수상이 점쳐졌지만 무위에 그쳤다. 지금까지 한국감독 중 이 상을 수상한 사람은 없다.

우니 르콩트 감독은 서울 출신으로 9살 때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다. 70년대 보육원을 배경으로 고아원에 버려진 9살 소녀가 입양하면서 겪는 일화를 담았다. '괴물'의 고아성과 설경구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여행자'는 젊은 비평가들이 수여하는 상의 심사 대상이기도 하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PPP(부산 프로젝트 플랜) 선정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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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역대 최다 초청..아시아 영화 주도

올해 칸영화제에는 한국영화 10편이 초청받았다. 역대 최다다. 지금까지는 2005년 8편이 초청받은 게 가장 많았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경쟁부문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주목할만한 시선,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단편 애니메이션 '먼지 아이'는 감독주간,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과 임경동 감독의 '경적'은 시네파운데이션, 신상옥 감독의 '연산군'은 클래식 부문에 각각 초청됐다.

문성혁 감독의 '6 Hours'는 비평가주간 특별상영 부문,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는 공식 부문 비경쟁 특별상영 부문, 노경태 감독의 '허수아비들의 땅'은 ACID 프로그램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영화는 아니지만 배두나가 출연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공기인형'은 '마더'와 함께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비경쟁, 특별상영 섹션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분에 한국영화가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영화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번 영화제에서 특히 한국영화가 화제의 중심이다. 경쟁 부문에 아시아 영화가 5편이 초청됐으며, 단연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영화는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 못했으며, 홍콩 출신 두기봉 감독의 '벤전스', 대만 출신 차이밍량 감독의 '페이스', 중국 로우 예 감독의 '스프링 피러', 필리핀 출신 브릴런트 멘도사 감독의 '키너테이'가 경쟁부문에 초청돼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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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축제..하지만 경제 위기 여파 클 듯

올해 칸영화제 특징은 할리우드에 대한 러브콜을 자제하고 거장들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지난해 칸을 떠들석하게 했던 '인디아나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나 '쿵푸 팬더'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이번 공식 초청작 중에는 없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인 'UP'이 개막작에 선정된 게 유일하다.

경쟁 부문에는 거장과 신인 감독 영화를 적절히 섞었던 예전과는 달리 명성이 자자한 작가 성향 감독들로 라인업을 채웠다. 비경쟁 부문도 '인디아나존스'와 '놈놈놈', 우디 엘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가 채웠던 지난해와는 딴 판이다.

영화제 본연의 목적에 맞춘 듯한 모양세지만 영화 산업 종사자들에겐 힘든 상황이 펼쳐질 듯하다. 지난해 칸필름마켓에 바이어가 텅 비었다는 게 화제가 됐지만 올해 상황은 더욱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위기에 환율 여파까지 상당해 각국간 영화 거래는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영화제 측도 경제 위기 여파로 행사 규모를 축소했다.

그럼에도 칸영화제를 찾는 관광객들은 세계 각국의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을 올해도 만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안젤리나 졸리가 칸을 찾은 데 이어 올해는 브래드 피트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로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브로큰 임브레이시스'로 레드카펫을 밟는다. 비경쟁 초청작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아고라'에 출연한 레이첼 와이즈도 팬들이 주목할 만한 배우다. 비경쟁 초청작인 테리 길리엄 감독의 '이매지너리엄 오브 닥터 파나서스'는 故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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