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콘텐츠 인기도로 엿보는 매니저의 세계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9.05.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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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나 연기자의 인기도에 따라 매니저의 위상과 대우가 달라지는 것은 연예산업이 존재하는 한 불변의 법칙이다.

자신이 홍보를 맡은 연예인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당연히 매니저의 위상과 대우가 격상한다. 동시에, 인기를 얻은 만큼 책임감과 상상할 수 없는 무게감의 심리적 압박도 감수해야 한다.


연예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게 되면 모든 매체에서의 취재와 섭외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매니저가 그야말로 미디어의 전장 속에 던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섭외 전화는 폭주하듯 울려대고 그 요구를 다 해결해 주기에는 역부족인 환경 속에 놓인다. 갈등의 골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깊어지게 마련이다.

아무렴 어떤가? 내가 맡은 연예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성공했는데. 그러나 축포를 터뜨리는 기쁨도 잠시다. 매체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매니저가 감당해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많은 미디어에서의 취재 공세와 섭외 전쟁을 정리하는 일은 웬만한 베테랑 매니저가 아니고서는 원만하게 진행할 수 없다. 매니저에게 미디어와의 관계 유지는 비켜설 수 없는 필연이다. 업무 실수를 해결하지 않고 지나치는 일이 잦을수록 미디어의 칼날은 해당 연예인에게 날을 세우게 된다.

'연예인 잘나서 인기를 얻었는데 결국 매니저가 그 인기를 갉아 먹는다' '저게 언제까지 가나 두고 보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미디어 관계자들 사이에 돌기 시작한다. 자존심 상하는 일은 차치하고 우선 당장 연예인의 행보에 치명타는 입지 않을까 조바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 지경까지 가면 정말 무능한 노릇이지만, 그러한 문제에 봉착되도록 관계를 방치하는 매니저 수준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오히려 너무 심하다며 미디어의 태도가 도를 넘었다고 역정 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물론, 매니저의 입장에서는 말 못할 속내도 존재한다. 해당 연예인이 '뜨니까 사람이 달라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매니저가 외부로 알리기는 난감한 상황인 경우도 있다. 걸핏하면 잠수를 탄다거나 까칠한 태도는 매니저를 질리게 한다. 그래도 제 얼굴에 침 뱉을 수 있으랴.

90년대 말 컨츄리꼬꼬의 매니저로 상한가를 맛본 매니저 이 아무개 씨는 당시 방송가에서 어깨에 힘을 주지 않아도 연예 관계자들이 알아서 모셨다. 최근 그는 신인 음반을 제작해서 방송가를 누비고 있지만 그때 그 시절은 꿈같은 현실이었다. 아무도 그를 불러주지 않는다. 커피를 직접 타서 건네주던 예전의 대우는 언감생심, 그야말로 나락으로 전락했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콘텐츠에 따라 신분이 매겨지는 매니저의 애환을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다. 하기야 연예계에 입성한 지 10년이 지났건만 단 한 번도 히트를 기록하지 못한 매니저에게 롤러코스터 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남의 전력도 부러운 일이겠지만 이래저래 우울한 건 마찬가지다.

하물며, 현재 최고 인기의 콘텐츠를 홍보하고 있는 매니저의 위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남을 법하다. 마치 운동경기에서 시드 배정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기 스타는 확률적으로 유명인이 운집해 있는 메이저급 기획사에서 탄생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끼워 넣기가 아니더라도 윤기 나는 쌀밥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말처럼 신인을 캐스팅하고 홍보하는 일도 성공을 경험해 본 집단이 스타를 만들어낼 확률도 높은 것이다.

매니저의 고충은 그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인이 스타가 된 경우는 그나마 수월하다. 입지를 구축한 스타들을 맡은 매니저의 어려움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드러나지 않아서 모르는 일지만, 스타가 원하는 상식 밖의 일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건 사고가 생겼을 때 매니저가 온전한 미디어에 대한 대응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만, 씨가 먹히지 않는 경우는 정말 난감하다. 미디어의 생리를 냉철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스타의 본능 중 하나는 무조건 감추고 잡아떼는 일이다. 물론 인성을 갖춘 몇몇 스타의 경우는 예외다.

실제 우리는 스타의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로 이미지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일을 흔히 보게 된다. 매년 걸출한 스타들의 결혼이나 이혼 소식의 이면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매니저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숨어있지만 허사였다. 미디어의 생리를 노련하게 꿰뚫어보는 매니저의 훈수를 귀담아 듣지 않은 결과다.

그래도 매니저들은 죽지 않는다. 또 대중이 사랑하는 연예인을 키워내면 되니까. 오늘도 어제처럼 여의도의 방송가와 언론사 앞을 기웃거리는 매니저의 뒷모습속을 넌지시 바라본다. 애환을 거듭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인생 역전 드라마'를 떠올린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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