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CF..문화계 전반에 파고든 '엄마신드롬'

정진우 기자 / 입력 : 2009.05.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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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엄마'였다. 또 마지막으로 쓴 글은 '엄마 미안해'로 시작하는 4문장이었다.

지난 9일 지병인 암으로 타계한 고 장영희 교수(향년 57세, 서강대학교 영미어문·영어문화학부)의 이야기다.


장 교수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과 글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장 교수는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이 됐지만 역경을 이겨내며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2001년 유방암에 이어 2004년 다시 척추 암 선고를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2005년 봄 다시 강단에 돌아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그러다 지난해 암은 간으로 전이됐고 결국 학교를 휴직하고 투병 생활을 했다. 고인은 서강대 영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치료를 받는 중에도 여러 수필집을 펴내는 등 글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장 교수의 이런 삶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그에게 큰 힘을 줬던 사람이 바로 그의 어머니 이길자 여사였다. 그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에 불굴의 의지로 살아왔던 것이다.

장 교수의 사연은 그의 독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불고 있는 '엄마 신드롬'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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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드라마, 연극에 이어 이제 영화까지 '엄마 신드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지난해 말 출간이후 60만부 이상 팔렸다. 아직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출판계에선 60만부 이상 팔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불황인 요즘 그 정도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기에 책이 그 정도 팔렸다는 것은 분명 사람들이 '엄마'라는 근원적 생명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게 있다는 것"이라며 "10여년전 IMF때 '아버지'가 하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과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천추태후'나 '선덕여왕'처럼 안방극장에 등장한 강인한 '엄마'상도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친정엄마와 2박3일', '어머니'와 같은 연극도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다시 한 번 엄마 신드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어머니상으로 꼽히는 김혜자가 지난해 KBS2TV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 이후 다시한번 강인한 모성애를 연기한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에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편안함의 상징인 '엄마'에게서 안식을 얻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런 신드롬이 나오는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대중문화의 여러 장르에서 넘치고 있는 이런 신드롬은 우리 생활 전반에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먹을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마더스핑거' 등 엄마신드롬을 반영한 제품도 선보였다.

"우린 무슨 일이 생기면 왜 엄마부터 찾을까요"라는 카피를 내세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여러 상황을 설정해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H광고회사 관계자는 "사람들은 엄마라는 모성애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며 "당분간 여러 광고에서도 이러한 엄마 신드롬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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