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로 제작 '지문사냥꾼', 이적의 역동적 상상력

[연예인의 책을 말한다①]

강태규 / 입력 : 2009.05.29 11:23
  • 글자크기조절
image


바야흐로 '이야기' 시대다.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이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가 도래되었고 그 징후를 포착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산적 상상이 장착된 활자들의 조합은 결코 책속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튼튼한 상상으로 버무려진 이야기는 장르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재생산되는 힘을 가진다.

열 두 편의 글로 묶은 이적의 책 지문사냥꾼'에 수록된 이적의 상상은 출판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책은 동남아 여러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만화책으로도 얼굴을 내밀었다. 그 중 '제불찰씨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탄생돼 프랑스 앙시 애니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사람들의 귀지를 제거해주는 이구소제사(耳垢掃除士) 제불찰씨의 이야기는 카프카의 ‘변신’보다 더 역동적인 이적의 상상력을 엿보게 한다. 귓속으로 들어갈 만큼 몸이 작아진 제불찰의 운명적 갈등은 오늘의 현실위에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동화책과 만화책을 차별하지 않았고 박수동 길창덕의 만화책속에 파묻힌 이적은 큰 달력 뒷면 가득 만화를 그려 넣는 것이 즐거운 놀이였단다. 그러한 이적의 어릴 적 학습이 훗날 음악과 글쓰기의 화법에 튼튼한 상상의 모태가 되었을 것이다. 안톤 체홉과 심슨가족은 동격이었으며 오손 웰즈와 허영만이 그러했다는 이적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은 자유로운 상상을 고갈시키고 그 폐해는 온전히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적의 '지문사냥꾼속'에 흐르는 상상의 나래는 유년 시절의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의 우리 교육은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하고 상상력을 불어넣지 못하는 현실을 뒤돌아보게 한다. 공교육이 불신을 받고 사교육 시장이 수조원에 이르는 오늘의 일그러진 교육의 고삐 속에 내몰린 청소년들에게 우리는 지금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조용히 묻고 싶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image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