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이제 삼순이를 그만 놓아주세요"①

[캠핑카 토크]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9.06.0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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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안성은


때 이른 햇살의 따사로움이 눈이 부시도록 해맑던 날, 캠핑카를 타고 청량제 같은 그녀와 소풍에 나섰다. 시원한 키에 어느새 늘씬한 몸매로 돌아온 그녀는 2005년 '삼순이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인가 의구심을 갖게 할 만큼 달라져 있었다. 딱 하나, 김선아 특유의 솔직함과 털털함만은 여전했다.

"안녕하세요?(미소)"


시원스레 인사를 건넨다. 한 때 '삼순이'로 불리던 이 여자, 지난 4년여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시간이 흘러가듯 나 역시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주어진 캐릭터 속에 몰입하고 나를 내던지고…."

그런데 사람들은 늘 김선아 하면 '삼순이'부터 떠올렸다. 영화 '걸스카우트'나 '밤이면 밤마다' 속 그녀의 무궁무진한 변화를 보기보다는 삼순이를 찾아 헤맸다.


김선아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보여준 삼순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그곳에서의 김선아는 먼 곳에 있는 닿을 수 없는 별이 아닌 옆집 언니 같은 '친근한 별'이었다.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 그런 그녀를 떠나보내길 거부했다.

"지금도 삼순이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사람들이 기억 속의 삼순이란 사람을 보내고 싶지 않은 것 같다.(웃음) 내가 삼순이었으니 김선아 하면 삼순이를 찾는 게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내가 진심으로 위대한 작품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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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안성은


김선아가 삼순이를 벗지 못한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그녀에게 삼순이란 굴레를 씌운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한때 영광의 상징이었던 '김선아=삼순이'란 공식은 이제 놓아줘야 할 때다. '시티홀'(연출 신우철·극본 김은숙) 속 김선아에게는 삼순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배우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미래라는 새 옷을 입었다.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을 뿐이다.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난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도 신미래와 삼순이가 비슷한 것 같은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하신다."

이 과정에서 김선아는 상대 배우 차승원과 신우철 PD, 김은숙 작가의 도움이 컸다고 거듭 강조했다.

"차승원 오빠와의 연기는 '진짜 호흡'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줬고, 왜 신우철-김은숙 콤비를 찾는지는 함께 일하는 매 순간 느끼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데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어 이 작품까지 내가 진짜 행운아라는 사실에 또 한 번 감사드린다."

김선아가 힘든 촬영 여건 속에서도 큰 복 받았다며 "저요? 매일이 웃음의 연속이에요"라고 말하는 이유다. 김선아는 요즘 행복하다.

물론 촬영 과정은 언제나 그랬던 그녀를 힘들 게 한다. 200여 개의 계란 세례에 이어 토마토 세례까지.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는 배우 김선아가 아닌 자신의 딸 김선아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며.

하지만 그녀는 꿈이 있다. 너무 친근하지도 또 너무 멀지도 않은 그 곳에서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숨 쉬는 배우. 이런 꿈이 있기에 그녀는 힘들었던 혹은 앞으로 다가올 힘든 순간들을 견뎌낼 것이다. '개선문' 속 그, 라비크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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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안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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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안성은


<차량 협조=투어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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