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국민엄마에게 신나게 대들었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6.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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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구 ⓒ 홍봉진 기자


'참 싸가지 없네' '마더'에서 진구가 연기한 진태를 보면서 든 첫 생각이다. "진태랑 놀지마. 걔는 근본부터 글러 먹은 놈이야" 엄마 혜자는 아들 도준(원빈 분)에게 이렇게 말하며 못마땅해 한다. 물론 관객들도 이에 100% 공감한다. 진구의 말을 빌리자면 '패륜아'다. 매우 교활하고 패륜아적인 떠돌이. 진구가 아니면 누가 그 역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진태 같은 진구, 진구 같은 진태


진구는 "진태와 많이 닮았다. 거의 전체가 닮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니 거의 전체가 닮았다니. 동네에서 건들거리는 백수, 친구 어머니에게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고 외치는 싸가지, 극중 진태는 어렸을 때 놀았을 법한 동네 불량배인데 진구와 어떤 점이 닮았다는 건지.

"극중 엄마한테 패륜아적인 행동을 한다. 그런 부분까지 과거의 모습이 있을 수 있다. 도준과 장난치는 모습, 형사 재문과 동네 형님과 같이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모습까지 여러 가지가 닮았다"

진구는 진태를 위해 무엇인가 특별히 준비 하지 않았다. 진구는 "보통 50%는 감독님이 50%는 제가 캐릭터를 만들어왔다면 이번에는 100% 봉준호 감독님께 맡겼다. 마치 사육 당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애매모호하게 가르쳐줘 방목 같은 느낌도 있었다"고 말했다.


진태가 과거, 성격을 종잡을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떤 때는 폭력적이고, 어떤 때는 시골 백수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봉 감독에게 맡겼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연기해 촬영해보고, 봉 감독의 의사대로 촬영해 비교했더니 월등히 봉 감독 버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진구가 고개를 움직이는 것 하나까지 자세히 주문했다.

감독의 지시대로만 연기했다면 얻은 게 없지 않겠냐고 우려하지만 진구는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 말과 행동들이 몸에 배면서 스스로 체득했다는 것이다.

"자존심이고 뭐고 없이 한번 밀고 가보자. 결국 연기를 해보니 자동입력처럼 배우게 됐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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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구 ⓒ 홍봉진 기자


국민 엄마에게 대들고 한류 스타 구박하고

국민엄마 김혜자에게 대든 사람 중 가장 유일하지 않을까? "오백만원만 현금으로 해줘" 극중 그의 대사에서 존칭은 찾아볼 수 없다. 친구 엄마지만 차라리 모르는 사람인 게 더 나을 듯싶다.

"김혜자 선생님은 카메라 밖에서는 부담스러웠지만 정작 촬영할 때는 신나게 대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편안히 해주는 것. 그것이 선생님의 내공인 것 같다. 패륜적인 행동을 하는데도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가장 마지막 촬영 장면이 웃통 벗고 대드는 신이었는데 크랭크업 뒤에 눈물이 나왔다"

진구는 극중 원빈을 친구지만 하인 부리듯 부려먹는다. 골프채 하나 구하기 위해 자신의 죄를 대신 씌우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두 사람이 친해진 계기는 게임이다. 두 사람 모두 콘솔 게임을 좋아하는 터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진구는 "마음이 열려 있는 게 보였다. 오뎅 바에 가서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다. 특히 둘 다 오락이 취미라 게임을 하면서 친해졌다"고 설명했다.

진구는 국민엄마, 한류 스타와 연기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지만 무엇보다 첫 베드신을 소화했다는 의의가 있다. 그는 베드신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한다. 관객들은 잘 다듬어진 진구의 탄탄한 몸에서 섹시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당시 촬영할 때 봉준호 감독님의 디렉션이 가장 적었다. 하루 종일 팬티 차림으로 돌아다녔는데 스태프들이 더 민망해 했다. 아마 '마더' 촬영 분량 중 가장 단기간에 끝난 것 같다"

30살 진구, 우물 안 개구리의 세상 엿보기

진구는 올해로 서른이다. 서른이 되서 가장 달라진 게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커졌다. 예전에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철없이 날뛰었던 것 같다.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내가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작다고 생각하니깐 부모님에 대한 감사,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지고 세상이 밝아 보인다"

진구는 이 같은 고마움으로 이색 팬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7월 25일 1박 2일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팬미팅은 진구의 기획으로 열린다.

과거 팬미팅이 회사에서 준비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직접 돈을 쏟아 붓고 다채롭게 꾸며진다. 그는 동영상 편집 실력과 음식 솜씨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고마웠던 팬들에게 조금이나 직접 보답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어떤 질문이든 거침이 없었다. 준비해온 대답이 아니라 솔직함 그 자체다. 극중 진태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비열한 거리' 종수처럼 자기만의 길을 잘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진구를 깡패 전문 배우로 기억을 하지만 그는 공포영화 '기담', 로맨틱 드라마 '초감각커플'에 출연했다.

"'기담'은 '비열한 거리'가 개봉한 후 선택한 첫 영화다. 당사 정가형제 감독님은 '비열한 거리'에서 약하고 순수한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깡패, 나쁜 놈 연기를 해도 제 순수한 모습을 누군가는 봐줄 거라고 생각한다.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은 없다. 모든 작품이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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